태국 총선에서 1당 차지했던 '제3세력' 돌풍, 이대로 꺼지나

40대 피타 전진당 대표, 의원 직무 정지 처분 받아 총리 당선 미지수

태국에서 군부도 탁신 계열도 아닌 제3의 세력인 전진당이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총리를 배출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태국에서의 정치교체는 다음번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각) 태국 매체 <타이랏>은 헌법재판소가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에 대해 의원 직무 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헌법재판소에서 7대 2로 피타 대표의 직무 정지가 결정됐다고 전했다.

지난 5월 14일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전진당을 제1당으로 만들고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피타 대표는 태국 방송사였던 iTV의 주식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태국 헌법에는 언론사 사주나 주주의 공직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피타 대표를 반대하고 있는 군부 진영은 이를 문제 삼았고,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따라 이 사안을 헌법재판소에 회부했다.

피타 대표 측은 지난 2007년 iTV와 정부 간 주파수 계약이 종료됐고 이후 방송을 중단했기 때문에 해당 매체를 언론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전진당 역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총리 후보로 나서는 데 영향을 미치면 안된다며 피타 대표에 대한 엄호에 나섰다.

피타 대표가 의원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총리 후보로 나설 수 있고 실제 당선도 가능하다. 하지만 본인이 총리 선출 투표에 참여할 수는 없다.

▲ 19일(현지시각) 헌법재판소에서 의원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피타 림짜른랏(왼쪽) 전진당 대표가 의회에 출석했다. ⓒAP=연합뉴스

피타 대표가 이끄는 전진당은 지난 5월 총선에서 기존에 권력을 잡고 있던 군부와 여기에 대립하던 태국 민주 진영의 대표 세력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프아타이당을 모두 따돌리고 제1당으로 올라서면서 주목을 받았다. 프아타이당이 1당의 자리를 내준 것은 2001년 선거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에 전진당을 중심으로 프아타이당 등 야권의 7개 정당과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며 총리 후보로 나섰다. 그러나 이들 세력이 전체 유효표의 과반을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태국은 지난 2017년 헌법 개정을 통해 하원의원 500명과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이 함께 총리를 선출하도록 정해 놓고 있다. 이 750명 중 과반인 376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1당 전진당과 2당 프아타이당의 의석 수는 290여 석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 13일 피타 대표는 총리 투표에서 단독 후보로 나섰지만 과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후 이날 2차 투표가 예정돼 있었으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면서 사실상 총리로 당선되기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피타 대표를 반대하는 군부 등 기존 세력에게 명분을 제공해준 것이나 다름 없어, 과반을 얻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피타 대표는 이날 2차 투표에서도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2당인 프아타이당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해 놓은 상황이다. 현재 태국에서는 피타 대표의 후보 자격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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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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