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편 숨지게한 택배기사에 선처 호소...집행유예 선고

설 연휴 작업 도중 욕설에 참지 못하고 범행, 아파트 입주민들도 선처하며 석방

욕설에 참지 못하고 아파트 입주민을 밀쳐 숨지게 한 택배기사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배기사 A(30대)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 시는 지난 1월 10일 부산 연제구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B(50대) 씨를 넘어뜨려 머리를 크게 다치게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 씨는 복도형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문에 택배 상자를 끼워두고 뛰어다니며 여러 세대에 물품을 배송하고 있었다.

설 연휴 전이라 물량이 평소에 비해 2배가량 많았기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아래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다시 탑승했는데 중간층에서 탄 B 씨가 택배 짐수레를 발로 차고 "XX놈아"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에 화가 난 A 씨가 B 씨의 어깨를 밀쳤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있어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놀란 A 씨는 곧장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병원으로 옮겨진 B 씨는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음에도 상태가 나빠져 결국 숨지고 말았다.

A 씨 측은 "피고인은 부당한 대우에 대항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했다. 피해자에게도 책임 있다"고 항변했으며 A 씨는 "저 하나 때문에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 유가족분들께 죄송하다"며 "평생을 반성하며 살아가겠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A 씨의 주장이 방어적인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과 B 씨의 아내는 A 씨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B 씨 사망 후 A 씨가 장례식장에 찾아와 유족과 원만한 합의를 이뤘고 입주민들은 평소 B 씨가 소음 등을 문제로 이웃주민, 택배기사, 배달원 등과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이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모두 유죄를 평결했고 상해치사가 인정된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죄 결과에 대해 모두 반성하고 있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다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범행 직후 119에 신고한 점과 유족과 합의한 점, 집행유예를 평결한 배심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5개월 동안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A 씨는 이번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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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경

부산울산취재본부 박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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