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 시기에"… 먹통된 교육행정시스템에 경기교육계 ‘초비상’

21일 개통 이후 접속 끊김 현상·오류 반복…본청·지원청·일선 학교 '업무 마비' 상태

"지필평가 기간인데다 수행평가 결과도 입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왜 시스템을 전환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최근 교육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를 새롭게 개편한 ‘4세대’로 전환한 가운데 전환 첫날부터 접속이 이뤄지지 않는 등 각종 문제점들이 이어지면서 경기지역 교육계가 초비상에 걸렸다.

23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1일 오전 6시부터 ‘4세대 지능형 나이스’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23일 경기도내 한 학교에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에 접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 ⓒ독자제공

지난 2010년 구축된 나이스의 노후 장비 교체를 비롯해 변화된 교육정책 반영과 교원의 단순 업무 경감 및 학생·학부모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해당 시스템은 2020년 9월부터 총 2824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개발됐다.

그러나 현실은 이 같은 기대와 달랐다.

서비스 시작 첫날부터 접속이 되지 않거나 사용 중 갑자기 접속이 끊기는 것은 물론, 다른 학교의 시험 정보가 엉뚱한 학교에서 출력되는 등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도교육청 본청은 물론, 도내 교육지원청과 일선 학교까지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실제 도내 일선 학교들에 따르면 각 학교 교무실은 현재 2차 지필평가(기말고사)의 정상적인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1학기 수행평가 결과 입력 등 학적부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실도 직원들의 출장이나 조퇴 등 복무기록을 비롯해 급식계획 등 여러 행정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부천지역의 한 중학교에서는 전날(22일) 교사가 시험 정답 정보 등의 비밀 내용이 담긴 역사과 문항정보표를 출력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교의 역사과 문항정보표가 출력되는 일마저 발생하면서 보안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해당 사안을 확인한 교육부가 나이스 상에서의 출력기능을 중지하고 전국 학교에 문항정보표의 변경을 긴급 안내한 뒤 원인을 파악해 조치를 취한 상태지만, 전환된 나이스에 대한 교육현장의 불신은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교육부가 '개통 첫날, 업무집중 시간대에 일부 시도교육청 시스템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견돼 시스템 가용 자원을 즉시 증설, 현재 서울시교육청을 제외한 나머지 교육청의 속도 지연 문제는 완화됐다'고 안내한 것과는 다르게 도내에서는 여전히 접속이 원활하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의 접속 불량 문제에 대한 교육부의 설명문. ⓒ교육부

사정이 이렇자 도내 교육계에서는 강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도내 한 고등학교 교감 A씨는 "문항정보표는 지필평가의 정답과 배점 및 성취 기준 등의 정보가 담긴 문서인데, 이것이 다른 학교에서 출력이 됐다는 것은 결국 나이스에 접근이 가능한 다른 학교의 교직원이 우리 학교의 정보에 접근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더욱이 교육부는 문제가 발생하자 문항정보표의 출력 자체를 차단시켜 학교에서는 평가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교 교사 B씨도 "이미 3세대 때 입력한 여러 정보들이 4세대 나이스로 제대로 이전이 됐는지 여부를 교사들이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데다 한 학기를 마무리 하면서 지필평가 시행 전에 완료돼야 할 수행평가 입력이 지연되면서 교원들의 업무를 경감해주겠다던 안내와 달리 오히려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해가 안되는 것은 가장 업무가 바쁜 시기에 시스템 전환이 진행됐는지에 대한 것으로, 교육당국이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탁상행정만 반복 중인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시스템 접속 오류 등의 문제는 수 많은 접속자가 동시에 몰리면서 부하가 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경기도는 타 지역과 달리 인터넷망의 품질 문제와 함께 보안시스템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로, 교직원들의 동시 접속에 대해 시스템이 디도스(DDoS) 공격으로 인식하면서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필평가 등 학적부와 관련한 여러 문제들과 교육행정 및 대입 준비 등에 대 불편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24시간 비상 근무체제를 가동, 늦어도 오는 30일까지는 시스템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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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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