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전원 남성' 그리스 난민선, 여성·아동은 화물칸에 갇혀 있었다

실종자 절반 추정 파키스탄인은 생존 확률 낮은 갑판 아래층으로 떠밀려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연안에서 지난주 전복돼 50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난민선이 여성과 어린이들이 화물칸에 사실상 가둔 채로 운항했고 파키스탄인들은 생존 확률이 낮은 갑판 아래층으로 내몰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고 생존자는 전원 남성으로 파악된 상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각) 사고에 대해 생존자들이 그리스 해안경비대에 증언한 내용의 유출본에 따르면 해당 난민선은 여성과 어린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들을 화물칸에 사실상 "감금"한 상태로 항해했다. 이는 여성과 아동의 생존 확률을 매우 낮춘 것으로 보인다. 적게는 400명, 많게는 750명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난민선이 전복되며 104명이 구조됐는데 이 중 여성과 아동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스 적십자사의 자원봉사 의사인 게오르기오스 바실라코스는 영국 BBC 방송에 생존자 중 여성과 어린이가 없다고 밝히고 "모든 여성과 아동은 갑판 하부에 고립돼 있었다"며 "이것이 선박이 빠르게 전복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제 시간에 탈출할 수 없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해당 선박엔 아동 100명 가량이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종자 중 파키스탄 출신이 298명에 달한다는 파키스탄 언론의 추산이 나오는 가운데 선원들이 파키스탄인들을 생존 확률이 낮은 갑판 아래층으로 밀어 넣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가디언>은 파키스탄인들이 갑판 아래층에서 탈출하거나 깨끗한 물을 찾아 밖으로 나오려 하면 선원들이 이들을 잔혹하게 학대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언론은 탑승객 중 파키스탄인이 310명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가까이 되는 130명이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출신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선박 탑승자 대부분은 이집트, 시리아, 파키스탄 출신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로 25살 아들이 실종된 파키스탄의 은퇴한 공무원 샤히드 메흐무드(60)는 파키스탄이 지난해 홍수 등으로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현지 중개인이 유럽에 가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아들을 꼬드겨 수수료로 220만 파키스탄 루피(약 980만원)를 뜯어 갔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중개인은 처음에는 2~3일이면 유럽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아들은 리비아 트리폴리에서만 열악한 환경에서 4달을 보냈다. 아들은 여권조차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아들은 배가 출발하기 전 "400~500명의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고 있다. 5~6일 동안 항해할 것 같다"고 문자를 보내왔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19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18일 카슈미르 지역 파키스탄 경찰이 유럽 이주를 빌미로 지역 젊은이들을 리비아까지 이송한 인신매매 일당 10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샤리프 총리는 인신매매범들이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해당 난민선을 운항한 혐의를 받는 밀입국 중개업자 9명이 그리스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라고 19일 덧붙였다.

수백 명이 실종된 참사에서 그리스 당국은 신속하게 구조 작업에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 당국은 탑승자들이 구조를 거부했다고 해명했지만 비정부기구(NGO)들은 구조 신호가 여러 번 수신됐다며 반박하고 있다. 18일 아테네 인근 유럽 국경·해안경비청(프론텍스) 및 그리스 해안경비대 본부 앞에선 당국의 대처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14일 400~750명의 이주민을 태우고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배가 그리스 남부 해역에서 전복돼 최소 78명이 숨졌다. 50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돼 2015년 4월 11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 전복 이후 최악의 참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각) 그리스 아테네 인근 유럽 국경·해안경비청(프론텍스) 및 그리스 해안경비대 본부 앞에서 지난 14일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연안에서 난민선이 전복된 사고에 대한 당국의 대처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려 시위대가 "살인자들"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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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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