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아야 할 사람, 찌르고 가두는 게 법의 정신입니까"

[양회동을 보내며] 노동자 혐오살인하는 한국 사회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지난달 1일 분신해 숨진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을 기리는 추모제가 오는 17일 오후 5시 서울 청계광장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양 지대장을 떠나보내는 이들이 고인의 죽음을 통탄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보냈다. 14일부터 16일까지 세 편의 글을 순차적으로 전한다. 편집자.

건설 노동자, 집을 짓는 사람들... 매일 삶터와 일터를 오가는 모두는, 당연하지만 건설노동자의 손길에 의지하지 않고 단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한국 사회가 어째서 이리 천박한 전통을 갖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여지없이 손이 거친 사람들이 먼저 내몰리게 되는 걸까요?

정부의 노조 때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건설노조가 먼저 타깃이 되었구나 라고 누구나 느낄 만큼 정부는 드러내 놓고 건설노조 사무실을 수차례나 압수수색해 20여명을 구속했습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정부는 120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소환조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폭력 속에 양회동 열사에게 붙여진 억지 낙인이 바로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고 하니 고인과 동지들의 참담함은 얼마나 컸을지요? '공갈'의 본래 뜻은 '상대가 두려움을 가질 정도로 을러대는 것'을 말한다고 하는데, 과연 지금 누가 공갈을 치고 있는 겁니까?

현 정부가 노동개혁을 외치며 내걸었던 기치 중의 하나가 바로 노사 법치주의랍니다. 법 기술자들이 요직에 대거 몰려있는 상황에서 노사 법치주의라니, 돈도 시간도 없는 노동자를 더욱 기술적으로 말살하겠다는 정책이 아닌가요?

온라인부조리센터의 85퍼센트가 기업의 불법 행위를 고발하는 글이라고 하는데, 건설업계의 뿌리 깊이 횡행하는 불법은 눈감고, 애꿎은 노조와 노동자만 때려대니 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습니다.

예수 시대에 예수를 틈만 나면 잡아 죽이려고 했던 율법주의자들이라는 집단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법정신, 곧 사랑은 어디로 가고 율법 조문만 신봉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 시스템은 결국 예수를 죽였지요.

지금 한국사회에서도 법정신은 어디로 가고 오로지 법조문만 기술적으로 남아, 법이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을 먼저 찌르고 가두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변호사님의 표현처럼 혐오살인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성서, 그중에서 구약성서는 복된 삶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자기 손이 수고한 대로 먹는 삶. 누구나 그런 복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바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이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웃고 있을 때 누군가는 울고 있다면 그것은 정의도 공정도 아닙니다. 누군가가 자유를 누릴 때 누군가는 속박되고 억눌리고 있다면 그것은 자유로운 세상이 아닙니다.

처음에 의도적으로 '양회동'이라는 열사의 이름을 빼고 기사가 출고되곤 했던 것처럼, 저는 우리 시민들이 그 이름을 의도적으로 말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많은 양회동들이 지금도 우리 곁에서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노조 때리기, 건폭 프레임에 몰려 더할 수 없이 억울하고 비참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회동 열사의 아드님이 이런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이 다시는 안 나오게 해 주세요."

신약 성서, 데살로니가전서 5장 11절 말씀을 읽겠습니다. '서로가 함께 서로를 건설하십시오.'

건설노조가 집을 짓듯이 서로를 짓고 정의를 짓고 승리를 짓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그리고 시민 모두가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나하나 꽃피어 숲속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고 네가 꽃피고 내가 꽃피면 결국 숲속이 달라진다고 믿고 연대의 힘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생전 모습. ⓒ민주노총 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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