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소금 누가 먹겠나"…찾는 사람 많은데 생산량은 '찔끔'

日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에 '사재기' 극심…소금값은 2배 '폭등'

"소금값 오르면 뭐합니까? 중간 상인들이 다 사재기해서 팔 것도 없습니다!"

7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에 새하얀 소금이 가득찬 염전에서 일꾼들이 이곳저곳을 움직이면서 소금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일꾼들은 각자 역할에 맞게 소금대파로 소금을 한곳에 모으고, 한쪽에서는 그 소금을 수레에 실어 전동레일을 따라 창고로 옮겼다. 하지만 인근 창고는 최근 잦은 내린 비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어 3분의1 정도만 소금이 쌓여 있었다.

태평염전 생산부장 김치형씨(57)는 "지난달부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바닷물이 싱겁다. 6~8월 햇볕이 강할 땐 바닷물을 2~3일만 말리면 소금이 나오는데 지금은 4일을 말려도 어렵다"며 "요즘 일본 원전 오렴수 방류 등으로 소금을 대량으로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많은데, 그에 맞는 물량이 부족해 없어서 못판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7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에서 염전 관계자가 대파(밀대)로 소금을 한곳에 모으고 있다. ⓒ프레시안(임채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임박해지면서 중간업자들과 소비자들이 천일염을 장기 보관 하는 일명 '사재기'로 인해 가격은 폭등하고 있지만, 염전업계는 이상기후로 그에 맞는 생산량을 맞추지 못해 근심만 가득한 상황이다.

전남도·염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신안 천일염 가격은 20㎏ 한 포대에 2만4000원선으로 거래되는 등 한달 전 1만2000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2배(200%)가 증가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염전업계는 잦은 비에 공급량이 준 데다 올 여름철 비가 많이 연일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 상승을 기대한 중간 판매자(유통업자)들이 사재기하며 물량을 풀지 않는 것이 단기간에 소금값이 뛴 원인으로 보고 있다.

▲7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에서 염전 관계자 이대현씨(32)가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어 창고 면적의 3분의1 정도만 채워진 소금창고를 보여주고 있다. ⓒ프레시안(임채민)

태평염전 생산부장 김치형씨(57)는 "지난해 이 시기에는 태평염전에 모인 소금만 30만포대(6000톤)가 비축되면서 유통이 됐지만 지금은 창고에 8만포대(1600톤)으로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가격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기후이상으로 생산도 되지 않고 앞으로 더 소금값이 오를 것을 대비해 중간업자들이 판매하지 않는 것도 있어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금 가격 상승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 네이버 맘카페 등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적게는 몇십 포대부터 몇백 포대까지 구매를 원한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고, 대형 화물차까지 섭외해 직접 신안으로 방문구매하겠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신안에서 소금 판매를 돕고 있는 이대현씨(32)는 "언론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크게 다루다 보니 소비자들은 불안감에 소금을 대량구매하거나 사재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며 "실제로 일본바다에서 유입된 방사능 소금을 누가 먹겠냐. 오히려 값싼 중국산 소금을 찾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고 걱정했다.

▲최근 잦은 기간동안 내린 비로 염분 농도가 옅어진 전남 신안군 증도면의 한 염전. ⓒ프레시안(임채민)

여기에 지속적인 생산량 감소와 정부의 태양광 사업 확장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전남도, 염전업계 등에 따르면 신안군은 소금생산 시설만 약 220㏊ 크기로 전국 최대 규모로 지난 2020년도 기준 전국 생산량 17만6000톤 중 전남에서만 16만5000톤(93%)이 생산됐다. 이중 신안군에서 생산된 소금은 14만톤(79%)에 달한다.

하지만 연도별 생산량은 지난 2015년 23만2000톤에서 2020년 13만9000톤으로 절반이상 줄어들었다.

이처럼 갈수록 줄어드는 생산량에 소금 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 어민들은 정부의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태양광 발전 패널로 채우고 있다.

실제 신안에서만 지난 2020년 1200개의 염전이 지난해 850여개까지 줄었고, 올해는 750여개로 감소했다.

염전업계들은 국내 천일염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보호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염전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천일염 수요가 증가해 가격도 오르고 있지만,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흘러들 경우에는 염전 산업 차체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소금 가격안정제'를 도입하고 소금 수급을 조절해 어민들을 보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와 관련 해수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천일염 생산량이 감소한데다 생산자들이 장마철을 앞두고 출하량을 조절하며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오염에 대해서는 해수부가 지난 4월부터 전국 10여개 천일염 생산 염전을 대상으로 매달 방사능 검사를 진행해 왔고 지금까지 모든 염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6~7월부터 방사능 검사를 대폭 확대할 예정으로 앞으로도 정부와 민간 기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천일염 안전을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