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연봉 1억? 실상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

[기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 구교현 위원장

배달하면 연봉1억. 한 때 온라인에서 ‘핫'했던 뉴스였다. 한 라이더가 자기 하루 수입이 40만원 수준이라고 인증했고, 이를 한 언론사가 받아 그렇게 벌면 연봉1억이 된다는 기사를 올렸다. 이 말은 사실일까. 일단 하루 수입 40만원은 한 여름 폭우에 플랫폼사가 건당 1만원 이상의 프로모션을 뿌려대고 12시간 이상을 교통법규 무시하며 질주하면 가능한 금액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날씨가 괜찮으면 플랫폼 사는 배달료를 2,500원으로 낮춘다. 이 상황에는 24시간을 질주해도 40만원은커녕 반 토막도 쉽지 않다. 이렇듯 배달노동자는 극단적인 불안정상태에 있다. 이들의 실상은 어떠할까.

한 때는 필수노동자로 불렸던 배달노동자. 현재는 기업의 노동착취, 정부의 무관심, 국회의 무대책, 사회의 편견 속에 버려진 존재가 되었다. 배달기업 1위인 배민으로부터 촉발된 임금삭감이 확산되고 있고, 동네의 일반배달대행사에선 기본배달료를 무려 35%나 삭감한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사측은 코로나로 주문량이 줄어들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배민의 경우는 2022년 영업이익으로 4천 억원 넘게 벌어들였고, 기본배달료 35%를 삭감한 일반대행사의 경우는 사업주가 걷는 수수료는 유지하고 배달료만 깎은 것이 드러났다. 배달노동자의 배달료는 아무런 법적기준이 없다. 배달료는 사측의 의지에 따라 실시간으로 바뀐다.

2022년 기준 산재사고가 가장 많이 난 기업1위를 배민이 차지했다. 쿠팡, 요기요 등의 배달플랫폼들도 상위권에 올랐다. 전통적 위험업종이었던 건설업, 조선업을 뛰어넘을 만큼 배달업은 위험업종이 된 것이다. 작년 기준 이륜차 이용자 중 사망자는 500명을 넘는 상황인데, 이중 상당수는 배달노동자로 추정된다. 하루 1.4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핵심 이유는 속도경쟁 때문이다. 배달료가 낮고 변동 폭이 크므로, 라이더들은 길게 일하고 더 빨리 달리게 된다.

▲배달의민족 배달원(배민 라이더)들이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부처님 오신 날인 27일 하루 파업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3일 재개된 노사 교섭에서 사측이 기존보다 진전이 없는 안을 제시했다며 27일 하루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우아한청년들 자회사 '딜리버리N'에 주차된 배달용 오토바이들. ⓒ연합뉴스

배달노동자 급여, 최저임금 미달

국토교통부가 생활물류법에 근거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배달노동자는 월 평균 약 25.3일 (주 6일 이상 근무) 일하며 약 381만원을 벌고, 약 95만원을 보험료·렌탈료 등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월 실 급여는 286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2022.12.27일 발표) 더불어 이 정도 수준의 수입을 올리려면 1일 평균 12시간이상 근무해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주 72시간이 넘는 총 근무시간을 놓고 급여 수준을 산정할 경우, 배달노동자 수입은 최저임금조차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더해 배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일반노동자에 비해 건강보험료를 2배 수준으로 부담하고 있다. 비슷한 소득수준의 근로자에 비해 조세부담도 2배 수준이다. 법정퇴직금도 없다. 또한 사고발생비율이 높고 사고 시 부담도 온전히 노동자 책임인 상황이라 이로 인한 추가 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비용을 놓고 산정하면 배달노동자의 실 급여는 더 낮아진다.

▲10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인근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 금액도 높이고 대상도 넓혀야

그간 최저임금은 금액을 높이는 운동으로 전개되어 왔다. 매년 노동계는 생계비를 근거로 대폭인상을 요구했고 사용자측은 동결을 요구해 왔다. 10년 전 시작된 최저임금1만원 운동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분위기가 고조되자, 사용자측은 업종별 차등적용을 들고 나와 최저임금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소리 소문 없이 최저임금 무력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최저임금법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를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배달노동자도 과거에는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노동자들이 주류였으나, 어느 순간 플랫폼을 매개로 한 특수고용 형태의 배달노동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완전히 대세가 됐다. 배달노동자를 포함해 3.3%소득세를 내는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은 700만명을 넘는 상황이다.

배달노동에서는 광범위한 대기노동자들이 존재한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콜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노동자들인 것이다. 대기노동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플랫폼 사는 더 빨리 더 저렴하게 더 효율적으로 배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배민은 지금도 친구를 배민커넥터로 추천하면 현금을 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콜 대기 시간동안은 배민이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재 배민은 대기노동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배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해야

배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배달노동자의 소득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최저임금법 5조3항 및 그 시행령에는 ‘근로시간으로 최저임금액 정하기 어려울 때는 해당 노동자의 업적의 일정단위에 의하여 최저임금액을 정한다'고 나와 있다. 최저임금법은 정확히 배달노동자를 위한 근거를 이미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이다. 배달노동자에게는 외국사례처럼 기본 최저임금에 비용 (고용보험법에서는 배달노동자 비용을 30%로 설정)과 대기시간 및 주휴수당과 같은 법정수당을 더해 산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면, 올해 최저임금 9,620원에 비용 30%를 더하고 법정수당을 더해 15,000원 수준으로 정할 수 있다. 배달노동자가 시간 당 수행하는 건수를 평균 3건으로 본다면 (관련 통계는 플랫폼사가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으므로 적정 건 수 산정은 언제든 가능할 것) 1건 당 최저배달료는 5천원 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안건을 제안한다.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와 같은 노동법 바깥의 노동자는 지금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요구는 소득 불안정성의 개선이다. 최저임금법에는 근거가 있고, 고용산재 확대적용 과정에서 국가차원에서 각 업종별 소득파악 등 시스템도 갖춘 상태다. 그렇다면 최저임금법 적용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지금은 업종별 차등적용이 아니라 업종의 확대적용이 필요한 시대이다. 2023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배달과 같은 플랫폼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을 공식안건으로 다루고, 늦어도 내년에는 이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이 그 취지에 걸맞게 모든 노동자의 기본적 소득보장 제도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연대를 바란다.

▲10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인근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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