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난지 언제인데…전남단체장들, 선거법·비리 재판은 여전히 '진행형'

1심 선고 전 재판 '수두룩'…이러다 임기 채울판

지난해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다되가지만 선거법 위반과 각종 비리로 법정에 선 전남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수사나 재판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단체장들의 확정 판결이 수개월째 지연되면서 '늑장재판'이라는 사법불신을 초래하고 지역 현안의 속도감 있는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광주전남경찰청·광주지방법원 등에 따르면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남지역 단체장은 총 7명이다.

▲광주지방법원 ⓒ연합뉴스

해당 지자체장은 박홍률 목포시장, 우승희 영암군수, 강종만 영광군수, 이병노 담양군수, 이상철 곡성군수, 강진원 강진군수, 김성 장흥군수 등이다.

선출직 공무원인 현직 자치단체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량이 확정되면 그 직을 상실하게 된다.

적지 않은 수의 단체장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단체장 없이 1심 선고도 받지 않은 재판이 수두룩하다.

먼저, 우승희 영암군수는 6·1지방선거 과정에서 권리당원 이중투표 지시 및 권유, 친인척 영암 주소지 허위 기재, 부적격 당원 가입, 단톡방에서 불법선거운동 조장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우 군수는 지난 1월 12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현재 두 번째 공판까지 진행되면서 여전히 치열한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이달 말 1심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우 군수 측에서 왕인문화축제 기간과 겹친다는 이유로 재판 연기 신청해 7월 중으로 구형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철 곡성군수는 지난해 6월 8일 전남 곡성군 모 한우 전문 식당에서 당선 축하 모임을 하면서 선거사무원 등 66명에게 533만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한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군수는 지난 10일 이 군수와 선거 캠프 관계자 등 22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지만 계속해서 이 군수측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공판은 오는 6월 21일 오후 3시 열린다.

박홍률 목포시장은 6·1지방선거 당시 후보자 토론회 등에서 상대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성폭행 피해자가 고소를 사주받았다는 사실 등의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공판만 진행되고 있을 뿐 구형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다음 공판기일은 6월 1일로 예정됐다.

앞서 당선무효 유도 등의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는 박 시장 부인은 검찰로부터 징역 2년을 구형받았지만, 지난 25일 1심 선고에서 박 시장 부인에게 무죄를 선고해 박 시장은 한시름 놓게 됐다.

공직선거법상 당선자 배우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돼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되지만 무죄가 선고되면서 박 시장은 위기를 넘겼다.

이병노 담양군수는 6·1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6일 지인에게 조의금 20만원을 건네 불법 기부행위를 하고, 식사비를 내거나 선거 운동에 관여한 선거캠프 관계자 8명이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 1인당 변호사비 225만원에 해당하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군수의 재판은 지난 1월13일 첫 공판이 열렸지만, 재판부의 변경에 따라 지난 3월 3일 사실상 첫 공판 시작됐다. 이후 지난 4월 5일 3차 공판이 예정됐지만 또다시 재판은 연기되면서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강종만 영광군수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 1명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금품 1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강 군수가 과거 뇌물수수 범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선거 규정을 상세히 알고 있음에도 범행을 저지른 점,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지난 12일 결심공판에서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강 군수의 선고는 오는 6월 23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김성 장흥군수는 6·1지방선거 당선된 후인 지난해 9월30일 장흥군의 한 식당에서 전현직 군의원 16명에게 28만1600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4월 25일 결심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군수에게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지만, 30일 진행된 1심 재판에서 공소사실 유죄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으면서 김 군수는 현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나마 강진원 강진군수는 1심 재판을 끝내고 2심 항소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강 군수는 지난해 4월 25일 강진 모 식당에서 선거캠프 수행원이 선거구민에게 15만원을 기부한 것에 공모·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 군수에게는 1심에서 벌금 80만원 선고됐지만,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또 다시 강 군수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강 군수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6월 15일 열린다.

이외에도 이상익 함평군수는 건설업자로부터 1000만원 상당의 양복 비용을 대납받았다는 의혹으로 여전히 검찰 수사중에 있고, 김산 무안군수 또한 무안군에 8억원대 관급자재를 공급한 업체가 4급 간부 공무원과 김 군수 선거캠프 관계자 등 2명에게 계약 금액의 10%인 8000만원을 리베이트로 제공한 의혹을 받아 경찰이 무안군을 4번의 압수수색을 진행해 수사중이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선거법 위반 혐의는 아니지만, 지난 2019년 6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면접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외부 청탁 지원자 9명을 임기제공무원과 기간제근로자 등으로 채용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현재 2심 재판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와 같은 판결 지연은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게 법원의 기본 입장이지만, 법원의 원칙 없는 '늑장재판'이 사법불신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법 위반 사범의 재판을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결 선고 기간도 1심을 공소제기일로부터 6개월, 2심과 3심은 앞선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로 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는 '반드시' 기간 내에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제재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아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소송이 장기화되면 당사자가 겪은 고통이 가중되고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나 결국 사법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파급력이 큰 단체장 관련 사건은 이른 시일 내에 종결해 주는게 지역 사회의 혼란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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