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철도 민영화' 의 미래, 만신창이 된 SRT를 보라

[기고] 코레일 부채는 부실경영 때문이고 SR부채는 불가피한 문제인가?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철도경쟁체제 도입이란 이름으로 SR을 출범시켰다. 수서-평택간 고속철도 신선 건설을 빌미로 새로운 고속철도 운영사가 탄생한 것이다. 이로서 국가기간 간선철도는 코레일과 SR이라는 두 회사가 운영하는 체제가 되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100년 철도독점이 깨졌고 당장이라도 철도가 발전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방만 경영을 일삼은 코레일 시대가 막을 내리는 순간처럼 보였다.

국토부 보도자료를 무 비판적으로 퍼 나른 언론들은 잠깐만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확인 가능한 진실을 외면했다. 한국철도는 100년 독점의 단 열매를 빨아먹는 악마가 아니라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가난의 역사를 시민과 함께 달려온 시대의 발이었다.

국토부는 왜 철도경쟁체제를 도입했나?

1970년대 이후 도로 교통에 밀린 철도는 사양길을 걸었다. 정부는 거대장치산업인 철도에 투자되는 비용을 부담스러워 했다. 전 세계적인 흐름이었다. 1990년대 풍미했던 신자유주의는 민영화를 철도 회생 대안으로 밀어붙였고 많은 나라에서 호응을 얻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철도 민영화는 국토부의 오래된 신념이었다. 그러나 민영화의 약효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대 이후 시민들은 민영화가 공동체를 받치는 기초를 좀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토부는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시민들의 눈을 가릴 우회로가 필요했다. 신규 노선들은 민자사업을 통해 민영철도를 확대하고 정부가 책임지는 철도는 수익성이 최고의 가치인 시장주의 원칙을 따르게 했다.

철도사업은 거대 장치산업으로서 수요공급의 탄력성이 거의 없고 실질적인 경쟁이 성립되지 않으며 건설, 유지, 안전, 가격, 서비스에 대한 국가적인 통제가 필수적이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한 철도의 특성은 무시됐다.

민영화든 경쟁체제든 국토부가 추진했던 정책의 이유는 철도 적자였다. 과도한 철도 적자는 정부재정에도 국민에게도 부담이기에 민영화 또는 경쟁체제를 통한 경영효율화를 통해서 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철도 적자가 독점 공기업의 무능 경영 때문이라는 것이 국토부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철도 적자가 도로 교통 중심이라는 교통환경의 거대한 변화와 철도 투자 부실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SR출범 당시에도 국토부는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코레일이 떠안고 있는 부채에 더해 철도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국토부는 코레일 출범 당시 정부가 떠넘긴 경부고속철도 부채는 물론 노후 차량 교체를 위한 철도차량 구입비 등을 포함했다. 철도 전문가들은 신차 구매 비용이나 국토부에 의해 강제로 집행된 인천공항철도 인수 자금 등은 미래를 위한 투자나 정부 방침 수행 성격을 담고 있기에 코레일을 매도하는 경영부실성 적자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국토부는 무시했다.

코레일과 SR에 대한 2중 잣대

반면 국토부는 SR의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코레일로부터 임대받은 KTX산천의 리스부채 2000억 원 이상을 부채비율 산정시 제외하는 면허조건 변경 특혜를 줬다. SR은 2019년부터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 150%이하 유지라는 면허조건을 위반했다. SR은 과도한 부채비율에 따라 면허를 반납해야 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2014년 국토부가 발간한 '철도산업 발전방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신규 운영회사(SR)은 운송 업무 개시 이후 부채/자본 비율을 15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한편, 신규 철도 차량 발주를 위해 그 소요자금을 구성함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비율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재무적으로 공공기관을 관리함에 있어 재정 건정성을 그 척도로한다. 부채비율이 높은 공공기관들은 재무위험관리기관으로 지정하고 자산매각, 구조조정, 요금인상을 강제하고 있고 공기업 성과 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강력한 부채감축 압박을 받고 있지만 SR만큼은 예외다.

사실 SR에게 리스 부채보다 큰 위협은 SR 출범당시 외부 지분으로 수혈한 59%의 출자주식이다. 이 주식은 풋옵션이 설정되어 있어 만기가 도래하는 6월에 청산되어야 한다. 계약에 따라 59%의 지분은 코레일이 인수하게 되는데 이것은 국제회계 기준에 따라 고스란히 SR의 부채가 되는데 추정치에 따라 1400~2000%에 달하는 실정이다. 최소치를 가정한다해도 1400%의 부채비율로 기업 유지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이 같은 일은 지난 2013년 어떻게든 철도경쟁체제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졸속으로 밀어 붙인 국토부 추진안에 잉태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계속 드러날 잘못된 설계

국토부가 경쟁체제 당위성을 선전하기 위해 주장했던 내용들은 SR출범 이후 손바닥 뒤집듯 무시됐다. SR은 경쟁에 따른 효율적 관리로 평균임금 수준을 코레일보다 낮게 설계하고 인건비는 매출액의 6%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SR의 인건비는 매출액의 7.8%에 이르고 있으며 코레일의 임금수준을 웃돌고 있다.

코레일의 방만 경영을 질타하며 강조한 것이 SR 조직의 슬림화였다. 위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SR은 조직 슬림화로 380명의 인력으로 운영해 경영혁신의 모범을 보이겠다고 했으나 현재 SR 인력은 650명에 이르고 있다. 국토부의 산하기관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SR은 코레일의 자회사로 출범 했다. 국토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 2013>에 따르면 "출자회사(SR)에 대한 철도공사의 경영권은 보장하되, 철도사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제약하는 부당한 간섭은 배제"하여 유효 경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SR출범 이후 SR에 대한 코레일의 경영권이 행사되기는 커녕 지주회사-자회사 관계로 설정된 두 운영사는 적대적 대립관계에 있다. SR사장 조차 공공연하게 코레일로부터의 완전한 자립을 천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바로 중복비용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철도공사로부터 자립을 전제로 할 때 발생하는 중복비용은 약 3000억~3500억 원에 이른다.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으며 유지하는 경쟁체제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정부의 존재 이유 – 시민들을 위한 관료는 없는 것인가?

경쟁체제의 이데올로기를 제공한 교통연구원 2013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운영사 관련 3개의 대안이 제시됐다. 첫째는 민간운영이고 두 번째는 제2 공사안이며 세 번째가 코레일 출자회사 운영안이었다. 이 중에서 SR은 세 번째 설계안대로 출범했다.

연구보고서는 제2 공사안은 공기업 과점체제로 독점타파가 불가능하며 재정지원은 코레일 수준으로 해야 하고 서비스 수준이나 경영효율성도 코레일 수준을 유지 할 수밖에 없으며 경영개선 자극도 미미해서 발전 대안으로 삼을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SR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사실상 제2 공사의 모습이다. 돌고 돌아 자신들이 배척한 안으로 귀결된 것이 경쟁체제를 통한 철도발전방안의 실체이다.

철도의 역사, 산업적 특성, 그 위상과 역할에 대한 고민 없이 현상만 뒤좇아온 일부 관료들의 무책임한 정책구현은 한국철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만큼 시민을 위한 철도는 멀어질 뿐이다.

▲서울 강남구 수서역 SRT 역사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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