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 '캐스팅 보트' 후보, 에르도안 지지…승기 기우나

28일 결선 앞두고 선언…연합 정당들 '개인 입장' 선 그어 실제 영향력은 미지수

튀르키예(터키)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를 앞두고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후보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밝히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추가 집권 전망에 파란불이 켜졌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22일(현지시간) 대선 1차 투표에서 5.17%를 득표한 극우 민족주의 성향 시난 오안이 기자회견을 열어 28일 치러질 결선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오안은 지지자들에게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를 촉구하며 지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모든 종류의 협의"를 거쳤고 이것이 "나라를 위한 올바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2%를 득표해 1위로 결선에 진출했고 공화인민당(CHP) 대표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는 44.88%를 얻어 2위에 그쳤다. 어느 후보도 과반을 점하지 못하며 두 후보 간 결선 투표가 결정됐다. 양쪽의 득표율 격차가 5%포인트(p)가량 밖에 안 돼 3위를 차지한 오안은 캐스팅 보트로 주목을 받았다.

이날 오안이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를 밝히며 일단 승기가 에르도안 대통령 쪽으로 기울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차 투표 뒤 어느 쪽을 지지할지 밝히지 않았던 오안은 이후 지지 조건으로 쿠르드 정당에 대한 강경책과 시리아 난민을 포함한 난민 추방 등을 들었다. 오안은 또 지난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 같은 요구가 실현될 수 있도록 새 정부 고위직을 원한다고도 밝혔다. 오안은 지난 19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동하기도 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지난주 "모든 난민을 집으로 돌려 보내겠다"고 다시 한 번 민족주의자들에 호소했지만 분석가들은 쿠르드족 지지 기반이 탄탄한 그가 오안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오안은 회견에서 이번 대선에서 자신이 민족주의자들을 튀르키예 정치의 "핵심 선수"로 만들었으며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 결정은 "테러리즘과의 멈추지 않는 투쟁" 원칙에 기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안이 1차 투표에서 획득한 지지율이 그대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옮겨갈지는 미지수다. 오안을 후보로 지명한 우익 정당 연합(선조 연합·ATA)을 구성하는 주요 정당인 승리당의 위미트 외즈다으 대표는 이날 "오안의 성명이 승리당의 입장을 나타내지 않으며 당을 구속하지도 않는다"며 당이 별도의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 구성 정당 중 하나인 정의당은 이미 지난 주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22일 독일에 거주하는 한 튀르키예 유권자가 1차 투표에선 오안에 투표했지만 2차 투표에서는 양쪽 후보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기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각) 튀르키예 대선 1차 투표 때 5.17%를 득표한 시난 오안이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8일 결선 투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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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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