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외교 내세운 윤석열, 국내에서의 '가치'는 나아졌나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동북아 긴장국면에 다시금 떠오른 포츠담선언

2023년 5월 9일,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 친강(秦刚)이 독일 베를린에서 독일 외교장관 베어복을 만났다. 친강이 베를린을 방문한 이유는 중국과 독일의 실무협력을 위해서이다. 양국은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 영역 등을 비롯하여 여러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5월 9일은 "유럽의 날"이면서, 중국과 유럽의 전면적 전략동반자관계를 기념하기 위한 날이었다.

중국에게 포츠담선언이란

협의를 마치고 친강은 5월 10일 베를린 포츠담회의 유적지에서 담화를 발표했다. 포츠담회의 이후 발표된 것이 바로 포츠담선언(1945)이다. 포츠담선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영국, 소련, 중국 등 연합국 정상들이 독일의 수도 베를린 교외에 있는 포츠담의 세실리안 성당에서 일본과 전쟁문제를 합의한 내용을 말한다.

당시 회담에 참석한 정상은 미국의 트루먼, 영국의 처칠, 소련의 스탈린이었고, 중국의 장제스는 전보로 선언에 서명했다. 포츠담선언이 처음 채택되었던 7월 26일 소련은 아직 참전하지 않은 상태여서 서명하지 않았지만, 후에 8월 9일 참전한 후 공동서명국이 되었다.

포츠담선언은 중국에게 있어서는 전후 국제질서를 정립한 선언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중국에게 있어서 포츠담선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에서 타이완이 중국의 영토라고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그런 역사적 의미가 큰 포츠담에서 친강은 중국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했다.

"전후 국제질서는 반드시 수호되어야 한다! 국제적 공평과 정의는 반드시 신장되어야 한다! '타이완 독립'이라는 분열을 꾀하는 것은 국제적 공리와 질서에 도전하는 것이며, 역사적 조류에 반하는 것으로,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되는 길이다. 중국의 국가통일은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중국에게 있어서 포츠담선언은 중국이 언제나 강조해왔던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인정해준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번 친강의 발언은 당시 포츠담선언에 서명했던 강대국들을 겨냥한 것이다. '타이완 독립'은 곧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파괴를 의미한다고 본 것이다.

친강은 4월 21일 열린 란팅포럼에서도 "중국식 현대화와 세계"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면서 "중국으로의 타이완 회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구성요소이며, 카이로선언에 분명하게 써져있고, 포츠담서언에서 확실하게 서명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친강 이외에 여러 중국의 지도자나 고위급 외교관들이 포츠담에서 타이완문제를 많이 언급했는데, 같은 맥락에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하필이면 독일과의 협력을 논하는 자리에서 한 번 더 그 점을 언급한 것은 한편으로는 독일이 중국의 통일을 지지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있다. 포츠담선언은 바로 일본에게 항복을 요구한 선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일본이 점령하고 있던 타이완을 중국에게 돌려주라고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본에게 타이완문제에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한국에게 포츠담선언이란

포츠담선언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포츠담선언에서 한국의 독립이 약속되었기 때문이다. 포츠담선언 제8항서 일본의 영토를 규정했는데, "혼슈, 홋카이도, 큐슈, 시코크, 그리고 (중략) 부속도서들"로 국한했다. 이로써 한국의 영토가 일본의 관할에서 벗어난 것으로 해석되었다.

물론 한국의 독립이 분명하게 인정된 것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서이다.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제2조에서 한국의 독립을 승인하며 일본이 한국과 관련된 권리, 권원, 청구권을 포기한다고 규정했다. 한국에서는 명문으로 한국의 독립을 인정했기 때문에 포츠담선언보다는 샌프란시코강화조약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포츠담선언에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그에 대한 관심이 중국만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포츠담선언에 의하면 독도의 귀속문제가 생겨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포츠담선언은 당사국들이 모두 참여하지 않은, 일방적인 선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왜 지금 포츠담선언을 얘기하는가?

부정할 수 없는 것은 포츠담선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규정한 중요한 문건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경고를 할 때 포츠담선언은 중요한 전거가 된다. 거기에 서명한 미국, 소련, 영국, 중국은 전승국이고, 독일과 일본은 패전국이며 전범국이다. 포츠담선언의 문구대로 표현하자면, 전자는 평화와 정의 세력이고, 후자는 군국주의 세력이다. 포츠담선언에 의하면, 중국은 분명히 전자에 속한다.

포츠담선언 6조에서 세계 정복을 일으킨 과오를 범한 자의 권력과 세력이 영구히 제거되어야 한다는 점이 명기되어 있고, 7조에서는 특히 일본이 전쟁수행능력이 파괴되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점령될 것이라는 점이 적혀 있다. 이에 중국은 일본의 세계 정복 욕구와 전쟁수행능력이 정말 영구히 제거되었는지 묻는다. 일본은 미국의 비호아래 계속해서 군사력을 키워오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제거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커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그런 일본이 중국의 핵심문제인 타이완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중국은 포츠담선언을 들어 일본은 전쟁주범이 아니었는가 반박한다. 패전국이었던 과거를 회상시켜 일본의 아픈 곳을 꾹꾹 찌르는 이유는 타이완문제가 그만큼 중국에게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언제나 타이완문제가 중국 내부의 문제라고 못 박아 왔지만, 미국, 일본, 이제 한국마저 그것을 글로벌 문제로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은 중국의 핵심문제를 건드리는 경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듯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를 건드려 한국에게 오는 이익은 무엇일까?

윤석열 대통령의 가치외교는 '보편적'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기존의 '균형외교' 대신 '가치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는 가치외교는 명확하게 미국에 치우치겠다는 선언이다. 한미일의 정치적‧군사적‧경제적 협력을 강화하여 한국의 안보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의 전략적 모호성은 버리고, 확실하게 한국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가치외교에서 내세우는 가치는 '보편적'인만큼 당연히 추구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의 추구가 안팎으로 모두 이루어져야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래 한국 내 인권은 신장되었는가? 북한의 인권은 신장되었는가? 연이은 반여성, 반노동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어지고 있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국이 정말 자유, 인권, 공정 등 보편적 가치가 충실히 실현되고 있는 국가라면, '가치외교'를 내세워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가치'는 누구의 가치인가 되묻고 싶다.

외교정책은 신중하게 수립되어야 하고, 국민과 국가의 이익에 준하여 대통령은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국민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편적'이라는 수식어는 특정의, 혹은 부분적 이해와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의 이해와 이익을 위해서일 때 사용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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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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