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대통령은 지금도 제2의 '양회동' 찾아 총구 겨누고 있다"

[현장] 건설노조, 도심서 1박2일 집회…"건설노조 정당하다 윤석열정권 퇴진하라"

"살인자 대통령은 지금도 제2의 양회동을 찾아 총구를 겨누고 있다. 윤석열은 살인자다. 이게 검찰공화국의 현실이다."

지난 노동절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에 저항하며 분신 사망한 건설노동자 고(故) 양회동 씨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의 건설노동자들이 모여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외쳤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6일 서울 시청역 앞에서 1박 2일간의 '양회동 열사 정신 계승, 민주노총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 돌입했다. 이번 결의대회에는 약 3만 명(건설노조 추산)의 조합원이 전국 각지에서 결집했다. 

한낮 온도가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에 시청 앞 뜨겁게 데워진 아스팔트 바닥에 앉은 3만 명의 건설노동자들은 "건설노조 정당하다 윤석열정권 퇴진하라", "열사정신 계승하고 노조탄압 박살내자", "열사정신 계승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자"며 구호를 외쳤다. 이들 손에는 '윤석열 정권 퇴진'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4년차 건설노조원 김모씨는 "'건폭'이라는 말을 대통령이 하고 나서 현장에서 우리를 대놓고 무시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이전과 똑같이 일을 하려고 할 뿐인데 건설노조라서 쓰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일 뿐인데도 이런 소리를 듣는데 (양회동 씨는) 직접 다음 현장을 알아보러 가야 했기 때문에 더 힘이 들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건설노조원 이모씨는 "그 전에는 (현장 건설사) 사무소 사람들하고도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공사 기간이 긴 현장에서는 친해진 분의 경조사도 챙겼다"며 "하지만 지금은 대화조차도 나누기 어렵고 우리를 그냥 하찮게 취급한다"고 했다. 이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결국 '건폭'이라는 그 말 때문인 것 같다"며 "건설현장에 와보긴 해봤나 도대체 우리가 왜 '건폭'이냐"고 항변했다.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건설조합원을 향해 행하는 극악무도한 탄압에 굴하지 않고 고 양회동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집회를 열었다"며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은 인간 존엄을 파괴하려는 윤석열 정권과 맞서는 싸움으로 새로운 역사에 앞장서 개척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 위원장은 특히 "죽는 그 순간까지 수많은 생각을 가지고 굳은 의지로 한자한자 써내려간 양회동 동지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유지, 동지의 육신은 산화했지만 열사의 외침은 메아리가 되어 우리 민중의 심장에 남았다"며 "양회동 동지의 불씨가 횃불이 되어 건설자본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강력한 투쟁을 과감하게 벌려 현장을 멈추게 하자"고 했다. 이어 "건설 자본과 윤석열을 양회동 열사의 영정 앞에 무릎 꿇리자"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윤 정권 이야기대로 건설노조 때문에 분양가가 올랐나, 다단계 하도급으로 폭리 취하는 건설자본때문"이라며 "건설 노동자때문에 집값이 올랐냐, 전세사기 때문에 수십 수백채씩 집을 갖고 호의호식 하는 자들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들을 탄압하는게 진정한 법치"라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이어 "노동자의 법치 민중의 법치를 만들기 위해 싸우겠다"며 "양회동 열사가 염원했던 건설노조 지키기위해서는 윤석열 정권 끌어내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건설노동자를 폭력배로, 파렴치범으로 내몰았던 원희룡 장관을 양회동 앞에 무릎 꿇리자"고 했다.

이양섭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장은 "양회동 열사가 해왔던 일은 단결하고, 행동하고, 교섭하는 노동 3권, 노동자가 해야할 일이었다"며 "그런데 법을 공부했다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건폭'이니, '깡패'니 하는 말로 자존심밖에 남지 않은 우리의 동지를 죽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 살인자 대통령은 지금도 제 2의 양회동을 찾아 총구를 겨누고 있다"며 "양 열사는 편지에서 항상 동지들과 같이하겠다고 했다. 분열하지 않는 하나의 행동으로 이 정권을 끌어내리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위해 함께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정부의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촉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 야 4당 의원 및 대표들도 이자리에 함께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데 목소리를 보탰다. "양 지대장의 죽음은 윤석열 정부가 행한 국가폭력의 결과물이다"(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브레이크없이 폭주하는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정책을 반드시 심판하겠다"(정의당 이정미 대표), "윤석열 정권의 살인"(진보당 강성희 의원), "무능하고 무지하고 무도한 정권"(기본소득당 오준호 대표)이라고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을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오는 17일까지 1박2일로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저녁에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추모촛불문화제와 함께 '양회동 열사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오는 17일에는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용산구 삼각지역으로 행진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오전엔 원로 170여 명도 성명을 내고 정부가 건설노동자 양회동씨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윤희근 경찰청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학철 백기완재단 이사장,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 단병호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이사장 등 사회원로 170명은 양회동 지대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양회동 건설노동자의 분신은 53년 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떠올리게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공식 사과,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 해산, 건설현장 고용개선을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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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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