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군벌 '72시간 휴전 ' 합의 속 각국 교민 철수 '속도'

독일 400명·프랑스 500명 등 EU 시민 1000명 이상 대피…한국 교민 28명 서울공항 도착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수단에서 미국의 중재로 25일(현지시각)부터 사흘 간 휴전이 선언됐다. 각국의 교민 철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외교 인력 철수로 수단 내부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돈다. 한편 수단에서 대피한 한국 교민 28명은 이날 서울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 "지난 48시간 동안의 치열한 협상 끝에 수단군(SAF)과 신속지원군(RSF)이 24일 밤 12시부터 전국적인 72시간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정부군과 신속지원군이 이 기간 동안 즉각적이고 완전한 휴전을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미국은 전쟁의 지속적 종식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및 국제 파트너, 수단의 민간 이해당사자들과 협력해 수단에서 적대 행위 영구적 중단과 인도주의적 조치에 대한 이행과 협상을 감독하는 위원회 구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휴전이 장기 휴전을 위한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라고 봤다. 다만 그간 민간인 대피를 위한 휴전이 여러 차례 선언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음을 고려하면 이번 휴전이 완전히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수단에선 지난 15일부터 사실상 수단의 국가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이 이끄는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 간의 교전이 수도 하르툼을 비롯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3일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이번 충돌로 최소 427명이 사망하고 37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신속지원군의 정부군 통합을 두고 갈등을 빚은 두 장군은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19년 30년 간 장기 집권한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전 대통령을 쿠데타로 몰아내며 협력한 두 장군은 2021년 민군 합동 과도 정부에 대해 다시금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상황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는 주말부터 외교관 및 교민 대피를 서둘렀다. <AP> 통신을 보면 24일 독일 국방부와 외무부는 군용 수송기를 동원해 자국민 뿐 아니라 20개국 출신 400명 이상의 시민을 수단에서 대피시켰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도 23일부터 36개 국가 출신 491명 시민을 수단에서 지부티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도 군용 C-130 수송기를 동원해 자국민 140명을 포함해 스위스 등 유럽 국가 시민들과 하르툼 주재 바티칸 대사관 인력 등 200명을 지부티로 대피시켰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000명 이상의 EU 시민이 이미 수단에서 대피했다고 밝혔다.

23일 외교관과 그 가족을 먼저 대피시켰다고 밝힌 뒤 교민들에게 빈축을 산 영국 정부도 25일 하르툼 외곽에서 군용기를 동원한 교민 대피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수단 내 영국 교민은 4000명에 이른다. 미국도 22일 하르툼에서 임무 수행 중인 외교관 등 정부 인력을 탈출시켰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각국 외교관들이 수단을 떠나며 일부 수단인들이 이번 사태가 더 잔혹해질 수 있음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수단인들이 국제사회가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데 분개하며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충돌로 수단인들이 인근 에티오피아·남수단·차드 등으로 대피하면서 대부분 빈곤과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는 인근국으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유엔난민기구 아프리카 동부 지역 대변인 페이스 카시나가 "이번 위기가 가져올 인도주의적 영향은 상상이 안 될 정도"라며 "최악의 시나리오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틀 전 하르툼에서 공군 수송기를 타고 탈출한 우리 교민 28명은 25일 오후 4시께 서울공항을 통해 무사히 귀국했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수단 공관원 전원이 수단에서 빠져나왔고 대사관 운영이 잠정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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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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