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말 한마디에 러시아 교민 안전 '빨간불'…총영사관 "신변 유의"

"최근 한국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언급 관련, 신변에 각별히 유의하시길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시사한 이후 정부가 러시아 교민들에게 신변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는 공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의 발언이 외교적 문제를 넘어 교민들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새다.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은 24일 '러 극동지역 재외국민 신변 안전 공지'를 통해 "최근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언급과 관련해 이에 불만을 가진 현지인들의 시비, 폭행 등 한국인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러시아 극동 지역 재외국민들께서는 신변에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총영사관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열거했다. 총영사관은 "재외국민들께서는 여러 사람이 모인 곳 또는 특히 현지인들이 있는 장소 등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된 의견 표명이나, 대화 등을 가급적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고 요청했다.

이어 "재외국민들께서는 심야 시간 단독 외출 및 골목 등 인적이 드문 지역 동행을 지양하여 주시고, 불가피할 경우는 2인 이상 이동하는 등 신변 안전에 최대한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고 전했다.

총영사관은 "주취자, 불량배 등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올 경우, 대응하지 마시고 신속하게 현장을 이탈하시기 바랍니다"라며 "외출 시 여권 및 유효한 거주등록증 등 합법 체류를 증명하는 서류를 반드시 지참 하시고, 차량 운행 시 교동법규를(차량 내 필수 서류 및 안전 장비 구비 확인) 철저히 준수해주시기 바랍니다"고 덧붙였다.

▲ 24일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에서 교민들에 신변안전에 유의하라는 공지를 발표했다.ⓒ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 누리집 갈무리

앞서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 측은 대통령실과 외무성 등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19일(현지시각)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제공하는 것은 분쟁에 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한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한국 국민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며 위협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국방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대통령의 답변은 가정적 상황을 전제하고 언급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러시아와 관계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서울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측과 소통을 이어갔고, 실제 러시아 측으로부터 외교채널을 통한 항의가 나오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교민 안전에 대해 우려하면서 우크라이나 사안 자체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라고 밝힌 만큼 윤 대통령 인터뷰의 후폭풍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발언의 신중함과 그 무게감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 24일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 누리집에 게시된 공지.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 누리집 갈무리

한편 외교부는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이 교민 안전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 발견되어 안전 차원에서 공지를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영사관은 관련 사항을 확인한 이후 해당 공지를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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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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