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아파트' 고덕·강일3단지 아파트 분양은 왜 성공했을까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반값아파트를 전세 제도의 대안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고덕·강일지구3단지에 분양하는 3억 원대 반값아파트 사전예약이 67대1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하였다. 500가구 모집에 2만 명이 몰렸다고 한다. 특히 청년 특별공급 물량은 75가구 모집에 8871명이 지원하여 118대1의 최고경쟁률을 기록하였다.

과거 청약불패로 여겨지던 서울, 수도권 아파트에서도 미분양 공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알짜 분양단지로 꼽히던 올림픽 파크포레온(구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조차도 규제지역 해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중도금 대출요건 완화, 무순위 청약요건 완화 등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서 간신히 미분양을 면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반값아파트인 고덕·강일3단지의 흥행이 더 눈에 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반값아파트'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단연 저렴한 가격이다. 59㎡형의 분양가격은 3억5500만 원인데, 유사한 면적의 인근 신축아파트의 2023년 실거래가격이 7억3000만 원 이상이다. 주택시장의 최고 거품기였던 2022년에는 9억 원을 넘기기도 했다. 그러니 3억 원대 가격에 반값아파트라는 명칭이 무색하지 않다. 물론 별도의 토지임대료를 월40만 원 부담해야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가격 혜택이 파격적이다. 인근 유사 면적 신축아파트의 반전세 가격이 보증금 3억, 월세 50~60만 원 수준이니, 반전세 가격으로 40년(최대 80년)간의 안정적인 주거가 보장되는 셈이다.

반값아파트는 자산 축적 수단이 아니어야 한다

반값아파트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바로 '토지'를 소유하지 않고, '건물'만 소유하므로 토지임대료를 별도로 내야한다는 점이다. 또 공공 환매조건으로 인하여 시세차익을 누릴 수 없으므로, 자산축적 또는 투자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는 약점도 거론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거주의무기간(5년)~전매제한기간(10년) 사이 공공에 환매 시 시세 차익의 70퍼센트(%)를 인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택 소유자가 주택소유의 본래 목적인 사용가치에 합당한 부담을 지도록 하되, 주택 소유로 인한 자산 축적(투기수요)을 배제한 것은 토지임대부주택의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이 장점을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에 따라 반값 아파트 제도 정착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 임대주택정책에서 분양전환 당시의 시가가 크게 올라 임차인 반발이 극심했던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예에서 보듯, 어설프게 설계된 공공 환매제도는 환매당시의 시장상황에 따라 시세차익을 어떻게 결정할지에 많은 행정비용을 필요로 해 또 다른 분쟁의 원인이 된다. 변동성이 큰 투기시장인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속성상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커질 우려가 있다. 반값아파트의 핵심 가치와 시대적 목표는 주택이 자산 증식(투기)수단으로서 작동하던 개발 시대의 기존 질서를 전환하기 위함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당시에 이미 실시한 적이 있는 반값아파트 정책에 그간 실패한 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던 이유가 있다. 저렴한 공급(분양) 이후에 시세가 치솟아, 특정 소수만을 위한 로또 아파트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강남구에 분양한 토지임대부 아파트로 2014년 입주가 시작된 LH강남브리즈힐 84㎡의 분양가는 2억2000만 원이었다. 그러나 매매가격은 2020년 13억3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파격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에 공급된 토지임대부주택 매매가는 전매제한기간(5년)이 풀린 뒤, 분양가의 최대 7.1배까지 상승했다.

최근의 부동산 뉴스 중 가장 안타까운 일은 전세사기로 인한 청년, 서민들의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사기의 대상이 되었던 주택 대부분은 빌라, 오피스텔 등 아파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주택이었다. 2023년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평균가격은 6억1000만 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1년도에 거래된 서울시 다세대주택 중 2018년부터 2021년에 건축된 전세 실거래가를 전수 조사한 결과, 1만5000여 건 거래내역의 평균 전세가격은 2억8000만 원이었다.

다세대주택 전세가격이 아파트 전세가격의 절반이다. 특히 신축일 경우 빌라형 다세대주택은 아파트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 못잖은 쾌적성과 편의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 청년, 서민 세입자들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비율이 93%를 웃도는 위험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전세를 통해 자산가치 상승(투기)을 누릴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오히려 다세대주택 임차인은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없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매수가 아닌 전세를 선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위험천만한 전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전세수요는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지 않는 순수한 주거 목적의 실수요다. 이를 고려하면 소득 수준과 사용가치에 맞게 부담 가능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주택을 향한 주거 수요는 반드시 존재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처음 공급한 반값아파트인 강동구 고덕강일 3단지 조감도. ⓒSH공사

전세는 갭투자 이끈 주범…반값아파트를 대안으로

작년 8월 1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희망은 키우고, 부담은 줄이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보도자료(☞보도자료 바로 보기)에 따르면 국민 설문조사, 빅데이터에 나타난 주택정책 최대 문제점으로 조사에 응한 국민은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로 소득 대비 높은 집값(74.2%)을 꼽았다. 집값이 천정부지 높게 치솟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저금리 환경에서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한 무리한 투기수요가 유입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 중 하나는 1세대 1주택=실수요자, 다주택자=투기꾼이라는 단순한 논리에 매몰되어 1주택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다주택자에게는 과도한 부담을 안긴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사용가치와 괴리되어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르자, 인위적으로 1세대 1주택을 만들기 위한 세대 분리가 성행했다. 그리고 월세 임차인으로 거주하면서 높은 전세를 낀 주택을 매수하는 무리한 갭투자가 부동산 투자 방식의 일종으로 창궐하였다.

이제 물가 폭등, 미국발 금리 인상, 저성장 경기 침체 등 새로운 경제 질서가 나타나고 있다. 그간 축적된 자산 버블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반값 아파트의 정책 목표와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하는지를 다시금 점검해볼 절호의 기회가 왔다. 그간 청년과 서민들은 자산가치의 상승을 기대할 수 없고, 전세가격이 유지되거나 상승하여 다음 임차인을 찾지 못하면 전세금 반환 위험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반의 전세자금 대출로 인하여) 저렴하고 쾌적한 다세대주택 전세를 선택해 왔다. 지난 수십 년 간 전세 제도는 서민들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였으나, 임차인 보호에 취약하고, 전세를 이용한 갭투기로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오랜 기간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했던 전세 제도의 대안으로서 반값아파트는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반값아파트에 기존의 분양 주택과 같은 자산증식 수단으로서의 기능은 과감하게 배제해야 한다. 투기수요가 유입되는 순간 흥행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이명박 정부 당시 강남 브리즈힐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실패한 정책으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싸고, 전세사기 위험으로 다세대주택 전세는 망설여지는 상황에서 반값아파트 토지임대부주택은 청년과 서민들에게 주거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지속된 급격한 경제개발과 고성장 단계에서는 국가가 불가피하게 강제수용권을 발동하여 공공택지에 주택을 공급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공급한 주택을 이용하여 투기꾼은 가격을 부풀리고, 서민의 투기심리를 조장하고, 그 결과 전 국민이 부동산 투기에 몰두하여 인생을 걸게 만들었다. 투기 세력이 조장하는 불안 심리와 투기 심리에 못 이겨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무리한 영끌 투자를 선택해 고통받았다. 영끌조차도 할 수 없었던 청년서민층은 전세 사기 주택 임차인이 되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제 이처럼 고통 받는 청년과 서민들을 위해 주택 고유의 목적에 걸맞은 안정적 공급으로서의 대안으로 반값아파트가 자리매김해야 할 때다.

부동산 가치의 지표는 매매가격이 아니라 임대료에 기반하는 사용가치

토지임대부 반값아파트는 자산가치의 상승을 기대하여 변동성이 크고, 투기수요가 쉽게 유입되는 매매시장의 가격 형성 원리가 아니라, 철저하게 실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주택 전·월세 임대시장을 토대로 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주거 수요자의 소득에 기초한 전월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가치 측면에서 토지임대료를 책정하는 것이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승패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투기적 가수요의 유입으로 천정부지 널뛰는 극소수 매매 건수의 매매가격을 부동산의 실질 가치로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주택은 1880만 호, 서울은 300만 호, 서울 아파트는 180만 호이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거래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주택 거래건수는 160만 호, 서울은 19만 호, 아파트는 9만3000건이다. 전체 주택재고 대비 각 8.5%, 6.3%, 5.1%에 불과하다. 이중에는 상당수에 재건축, 재개발, 강제수용으로 인한 거래, 관계자간 특수목적 거래, 허위 신고된 실거래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상적인 거래가격만을 다시 추출하면 그 수는 훨씬 감소할 것이다.

이미 투기판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부동산 매매시장 특성상 변동성이 크고, 불완전한 실거래가격은 부동산 가치의 기준으로 삼기에 한계가 크다. 이에 반하여 임대차시장은 철저하게 실수요 중심의 시장이다. 임차인의 소득과 직접적으로 연동되고, 실거래 표본이 매매건수 대비 훨씬 크고(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 2021년 서울아파트 매매 거래건수 4.3만호, 전월세 거래건수 22만건), 실수요에 기반하므로 변동성이 적다. 반값아파트 토지임대부 주택의 분양가와 토지임대료 산정에 있어서, 전월세 임차인의 임대료에 기반하는 사용가치가 부동산 가치 산정의 중심으로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정부는 장기적인 시장의 거래가격이 사용가치를 반영하는 수준으로 수렴하도록 부동산 관련 각종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45%가 무주택자이며, 2030미혼 청년 중 85.5%가 무주택자(☞ 국토연구원 '2030미혼 청년의 주거여건과 주거인식' 바로 보기)이다. 상대적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가처분소득과 순자산은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데, 그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 내부의 불평등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을 소멸 국가로 인도하고 있는 청년 세대의 자발적 출산 파업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부동산 문제와 자산 격차로 인한 불평등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왜곡된 자산시장의 분배 문제를 해소하는데 있다. 청년 서민들이 부동산 투기 시장에 뛰어들어 다음 세대에게 거품 폭탄을 넘기는 방법으로 자산을 축적하도록 하는 파괴적인 방식이 아니라, 사용가치에 걸맞게 주택 수요자가 부담 가능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자산 보유에 따른 과세를 점차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반값아파트, 토지임대부주택이 부동산 문제를 해소하는 좋은 정책대안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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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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