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한국 정부도 책임 있다

[인권의 바람]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방사능 오염수 보관으로

길을 지나다보면 곳곳에 정당 현수막이 많이 걸려있다. 3월 16~17일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 일본 방문 이후 강제동원 해법 등을 고려하면 굴욕외교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들이 건 현수막이다. "외교, 우리의 원칙은 오직 국익입니다." 덕지덕지하게 걸려있는 국민의힘 현수막은 '국민 너를 위한 것'이라는 가스라이팅이다.

최근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 오염수(이하 오염수) 방류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일본 언론 <교도통신>이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만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에 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3월 30일 “일본산 수산물 수입 관련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라고 급하게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전에도 후쿠시마 핵사고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적 있다. <부산일보>와의 인터뷰(2021.08.04, 이후 내용 삭제)를 통해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게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라고 말하여 논란이 되었다. 이러한 몰이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대통령실의 태도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웃 국가의 무책임과 맞닿는다.

4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오염수 방류가 언급되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냐"고 질문했고 한 총리는 "국민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맹 의원이 반대하는 것은 맞느냐 다시 묻자 한 총리는 "그건 국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저지대응단 소속 의원들은 주변국 동의 전 오염수 방출 결정 연기 등의 요구를 갖고 4월 6일 일본을 방문한다.

한국은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를 포함한 8개 현의 수산물 수입 금지와 세슘 등 방사성물질 검출 시 추가 핵종 검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해제를 위해 한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지만, 2019년 한국 정부가 승소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한국에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대정부질문과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움직임 등으로 오염수 방류는 정쟁의 도구처럼 보이는 듯하다. 여러 언론에서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당과 야당의 공방으로 인해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이 가려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한 시기(올해 상반기)가 가까이 닥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사고 이후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물과 주변 지하수를 쏟아 매일 140~170여 톤의 오염수(10년간 약 132만 톤)가 만들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 내에 보관 중인데 130만 톤의 오염수가 누적되고 저장 공간이 포화상태가 되자,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를 통해 오염수를 처리하려 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선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는 안전 기준 이하로 희석해 2051년까지 약 30년에 걸쳐 방류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중수소는 세포 사멸, 생식기능 저하 등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에 위험성이 있는 방사성 물질이다.

ALPS, 삼중수소 등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을 사용하니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말을 믿을 만한지 긴가민가하다. 그러나 후쿠시마현 어민들과 일본 여론, 국제사회 모두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강행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ALPS의 결함과 위험한 방사성 물질 검출에 대한 정확한 분석 결과 부재 등 일본 정부의 데이터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핵연료 파편 덩어리는 고방사선 방출로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상태 파악조차 쉽지 않고, 사고 지점으로부터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일본 시민들도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원자력문화재단의 설문(2022.9~10 1200명 방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민의 이해를 얻고 있다'는 응답(6.5%)보다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51.9%)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방류 관련 주변국의 이해에 대해서도 '주변국의 이해를 얻을 때까지 방류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27.4%)이 '얻지 못해도 해야 한다'(9.5%)보다 많았다.

오염수 방류 시도와 강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사고 이후 줄곧 있었다. 2021년 4월 13일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방류를 결정했음을 발표하자 유엔인권독립전문가들은 4월 15일 일본 정부에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일본 및 주변지역 거주민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방류 결정에 대한 실망의 입장을 전했다. 또한 이들은 일본이 국제조약에 따라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을 예방하고, 오염수 방류로 인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며, 다른 국가에 미치는 환경적 피해를 방지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했다. 최근 일본에 대한 국가별정례인권검토(UPR)에서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지적되었다.

▲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한국YWCA 연합회 회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계획 철회,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적극 저지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값싸게 오염수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을 방기하려는 일본과 한국 정부

전문가들과 환경운동가들은 해양 방류가 아닌 최선의 다른 방안들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방사성 물질의 방사능 위험성이 충분히 줄어들 때까지 오염수를 지상에서 장기 보관하는 방법, 오염수를 고체화해 보관‧활용하는 방법 등이 예전부터 제안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선택하지 않았다. 해양 방류가 쉽고 값싼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에 대한 국가‧기업 책임이 강조되는 시기에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은 문제적이다. 다른 나라와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집단과의 논의나 소통조차 없이 거짓 자료를 내보이며 방류를 강행하는 일본 정부는 매우 무책임하다. 2022년 6월 17일 일본 최고재판소가 후쿠시마 핵 사고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일본 최고재판소의 면죄부 판단까지 나왔다.

현재 한국 안에서 오염수 방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까닭은 한국이 주변국이어서 오염수의 영향을 크게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일정상회담에서 해양 방류가 아닌 다른 방안을 선택하도록 일본 정부를 설득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 공식적으로 브리핑 된 바 없으나, 앞서 <교도통신> 보도와 핵 발전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에너지원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의 여러 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에 큰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국가들의 무책임한 몫을 감당하는 것은 전 세계 시민들과 동식물이다. 국가들이 저렴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책임을 방기할 때 방사능 피폭 피해자, 인근 어민, 거주민 등 피해자들이 늘어갈 것이다. 방사능 피폭에 의한 건강 피해는 이미 후쿠시마 현 주민들과 한국의 고리, 월성 등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몸이 증명하고 있다. 후쿠시마 현립 의과대학의 자료에 따르면, 사고 직전 해인 2010년과 비교했을 때 2012년 들어 지역 시민에게서 협심증 157%, 뇌출혈 300%, 소장암 400%가량이 늘어났다. 특히 18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의 소아갑상선암이 크게 증가했다. 과거 한국수력원자력을 대상으로 갑상선암 피해 손해배상청구 공동소송을 벌인 핵발전소 인근 주민 다수를 분석했을 때 핵발전소 가동 초기, 그리고 가까운 지역에 살았던 사람일수록 갑상선암 크기가 더 크다는 통계 결과가 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 한국 바다도 방사능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 2월 16일 한국방재학회 학술발표대회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오염수 속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일본이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면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가 4~5년 뒤면 제주해역에 유입되기 시작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먹거리 안전 문제와 한국, 일본 어민들의 생계 위협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닌 한 행성의 문제

환경‧생태의 문제에서는 국경, 영해를 숫자로 자르듯 자를 수 없다. 어느 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모든 나라, 모든 인간, 모든 생명에 유기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오염수 방류로 인간이 겪게 되는 건강권, 환경권 등의 침해는 일본이나 인접국인 한국,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류로 물이 순환하는 것처럼 지구촌 문제이다.

국민의힘이 강조하는 '국익'이란 무엇인가. 정권의 존치, 그를 위한 좋은 평가란 말인가. 사람들의 인권과 생명과 무관한 국익은 필요치 않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인권, 나아가 지구촌 관계 안에서 생존하는 모두의 권리를 위한 책임을 갖고 행위 해야 한다. 인권은 역사적으로 확장하는 개념으로 불가분성을 갖고 있다. 환경에 대한 권리와 건강권이 어떻게 분리될 수 있단 말인가.

오염수 방류로 후쿠시마와 인근 주민들의 침해받은 인권은 나의 권리이기도 하다. 나아가 기후‧생태 위기를 지나며 인권의 영역은 인간의 권리를 넘어 같은 환경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과도 이어진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가 한 국가의 문제로만 다루어지거나 또는 예민한 외교의 문제로만 다뤄진다면 결코 제대로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자신과 지구 행성에 사는 모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오염수 방류를 막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토양 또한 오염된다. 모두가 방사능의 영향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아직 방사능 오염수는 방류되지 않았다. 이제라도 일본 정부는 인류와 동식물을 생존을 위협하는 되돌릴 수 없는 범죄적 행위 시도는 멈춰야 한다.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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