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인이 되는 것이 정말 내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

[372명 해외입양인들의 진실 찾기] (23) 빼앗겼던 '나'를 알 권리를 찾고 싶습니다

"너는 고아원 앞 거리에서 발견되었어. 네가 새로운 부모와 함께 행복하고 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친생부모가 깊이 신경쓴 거지."

이것이 내가 자라면서 믿었던 이야기이다. 입양기관에서 입양부모님에게 들려준 이야기. 새 부모님은 계속해서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셨고 내가 물을 때마다 항상 기꺼이 다시 말씀해 주셨다. 자라면서 나는 이 이야기를 자주 듣고 싶어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매번 이것이 친생부모가 나를 신경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사랑했지만 아마도 그들이 원하는 삶을 나에게 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나를 그들처럼 사랑해줄 누군가가 데려갈 것이라 확신했을 거라고.

자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리 험한 말을 들어도(어쩌면 네 엄마는 매춘부였을지도 모른다는 둥...어쩌면 강간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둥) 나는 내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모두 무시할 수 있었다. 생모가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바랬기 때문에 나를 포기했다고 알고 있었기에 그 무엇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나를 기꺼이 포기했고 내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 것이라 믿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 모르겠다. 특히 작은 마을에서 다른 사람들과 너무나 다르게 보이는 환경에서 성장하는 동안,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아이들의 괴롭힘이나 따돌림, 부모님과 함께 장을 보러 갈 때 참아야 했던 고약한 말들은 그리 문제가 아니었다. 삼촌들과 이모들은 내가 진짜 가족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을 늘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그래도 나는 항상 나의 이야기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어머니를 졸라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아이의 안전과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 한 누구도 자기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로 충분했고 그래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가진 전부였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정체성, 세상에서 나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내 성격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그 이야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제 이 이야기는 내게서 멀어졌고, 내가 나 스스로에서 주었던 위안은 산산이 부서졌다. 나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껴질 때에 더 이상 어머니한테 다시 그 이야기를 해달라고 할 수도 없다. 그 자리를 대신할 진실이 없는 상황에서 나는 지금 내가 누구인지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지금 나는 자신이 아무도 아닌 것 같고, 아무런 이야기가 없고, 내가 태어난 나라는 더 멀게 느껴지고, 내 부모가 나를 포기하기 원했는지 조차 모르겠는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을 느껴야 할까? 거울을 들여다보며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내 얼굴을 보며, 익숙했던 안정감을 더이상 느낄 수 없을 때, 나는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는가? 나는 계속해서 묻는다. 이 나라에서 나는 다르지 않은 건가? 내 모습이 열등하지도 않고, 놀림거리도 아닌 건가? 나도 여기에 속해 있는가? 내가 여기 있는 것이 옳은 것인가? 덴마크인 Malena가 되는 것이 정말 나에게 더 나은 선택이었는가?

이 조사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 같은 상황, 같은 이야기를 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위안이 되었다. 누군가가 정의를 찾고, 내가 내 이야기, 내 진짜 이야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진실을 찾는 것이 삶에 안정을 되찾아주기를 바라며 (이 조사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에 나의 서류를 제출했다. 내가 누구인지 알 권리, 내 삶의 시작에 대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은 지금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내가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에 대한 권리를 다른 누군가가 가지고 있고 나에게 감춘다는 걸 나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

나는 이 조사가 아동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누구여야 하는지, 자신이 될 수 있었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 권리를 박탈당한 채 자라는 사람이 없게 되길 바란다. 더 이상 그 누구도 국가, 문화, 삶의 방식을 갈망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 이건 한국이 더 나아서가 아니라, 정말 몰라서 그렇다. 당신이 어딘가로 보내졌는데, 그곳을 결코 내 진정한 집이라고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해보라.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고, 선택권을 갖고 싶고, 진실에 뿌리를 둔 내 삶의 위안을 만들고 싶다.

▲이 글을 쓴 말레나 베스테르가드. ⓒ필자 제공

2022년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1월 15일, 12월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 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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