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정책의 주요 관심사는 '불평등 해결'이어야 한다

[서리풀 연구通] 코로나19 → 경제적 불평등 악화 → 빈곤의 덫 지속

한국 사회 내에서 소득에 따른 건강수준의 차이는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줄곧 존재해왔다.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우수한 영양상태, 높은 의료접근성,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직장에서의 낮은 신체적·정신적 위험 등으로 인해 더 건강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하고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위해가 사회경제적, 인종, 민족 등 집단 간에 불균등한 영향을 미치면서 소득에 따른 건강수준의 격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커졌다. 국내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경제력과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가계 월수입이 430만 원 미만인 경우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코로나19 유행 전(2018년) 약 1.8배에서 유행 이후(2021년) 약 2.5배로 증가했다.(☞ 관련 기사 : <의약뉴스> 2022년 10월 27일 자 '경제력과 학력,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불평등 악화 外')

기대수명 측면에서도 소득에 따른 건강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 전(2018년)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 기대수명 격차가 7.16세였던 반면,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에는 기대수명 격차가 8.02세로 더 커졌다.(☞ 바로 가기 : 국민건강보험공단_지역별 기대수명지표) 코로나19 유행 이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된 것을 감안한다면, 소득에 따른 건강불평등은 현재 보고되고 있는 것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더 큰 건강 결과의 차이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 기사 : 2022년 1월 17일 자 '"팬데믹 기간 전세계 99%가 소득 감소…10대 부자 자산은 2배 증가"')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의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건강 결과에 차이가 있었다. '2020 서울시 지역사회 건강프로파일'에 따르면, 주관적 건강을 나쁘다고 응답한 경우가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에서 가장 낮은 6.3%로 나타난 반면, 구로구는 14.2%로 가장 높았다. 출생 시 기대여명에서도 자치구 간 차이가 났는데, 서초구가 84.5세로 가장 길고, 강북구가 81.9세로 가장 짧았다. 또한, 두 자치구 간 총 사망률을 비교했을 때 서초구는 10만 명 당 228.1명인 반면, 강북구는 326.2명으로 사망률 격차가 1.4배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국가 단위에서는 코로나19 시기 동안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건강불평등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오늘 소개할 논문에서는 고소득 국가와 중저소득 국가 119개국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과 치명률(2020년 1월~2021년 4월)을 1인당 GDP와 소득불평등 지수를 활용한 상대적 박탈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바로 가기 : 상대적 박탈, 불평등, 코로나19 팬데믹)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 치명률과 관련된 의학적 요인은 의료전문가와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 처방의 주요 동인이 되어 왔으나 역사적으로 감염병 확산의 중요한 요인은 사회경제적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소득불평등 정도를 의미하는 상대적 박탈은 의료접근성을 저하시키고, 열악한 생활조건과 불안, 우울증, 낮은 사회적 자본, 고립, 높은 만성질환 유병률을 통해 감염이나 사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 급증 시기인 2020년 5월부터 11월 사이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득 지니계수가 1% 증가할수록 1인당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득불평등이 큰 국가일수록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치명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확인한 결과,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두 배 증가하면 단기적으로 치명률이 0.011~0.013%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치명률의 지속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 영향은 장기적으로 두 배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반면 병원 병상 수와 의사 수 증가는 유의미하게 치명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및 지역 단위를 넘어 국가 단위로 살펴보았을 때에도 소득에 따른 건강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득불평등이 높은 국가일수록 코로나19 감염이 증가했고, 코로나19 감염 사례 증가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 증가로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감염병 유행 상황 하에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더 높은 코로나19 이환율과 사망률이 보고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방역정책들이 노숙인이나 밀집 지역 거주자,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은 사람,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저숙련 근로자 등에서 실효성 있게 시행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회경제적 요인은 정치적 공간에 더 깊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연구 결과에서 나오는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은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건강 정책의 관점에서 주요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생명과 생계의 손실을 통해 기존의 경제적 불평등을 악화시켰고, 빈곤의 덫을 지속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건강불평등이 소득과 직업, 교육수준 등에 따라 개인이나 집단의 생명과 건강 상태의 격차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사회가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로 고민하고 다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시민건강연구소

*서지 정보

- Chakrabarty, D., Bhatia, B., Jayasinghe, M., & Low, D. (2023). Relative deprivation, inequality and the Covid-19 pandemic. Social Science & Medicine, 324, 115858.

- 서울특별시 공공보건의료재단. (2022). 서울시 지역사회 건강프로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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