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건설현장에 관심줘서 도리어 고마워 할 지경

['건폭'의 진짜얼굴] 노가다가 아닌 건설노동자로서 살고자 만든 건설노조

요즘 티비 뉴스만 틀면 건설노조와 건설현장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은 노조원 채용 강요 사례를 들며 ‘건폭’이라는 신조어를 언급하며 이런 불법을 방치하면 국가가 아니라고 목청을 높였다. 언론들은 검경 합동 건폭수사단 출범을 대서특필하며 노조간부들을 구속시키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그동안 언론의 무관심과 국가가 방기한 건설현장의 실상을 정권의 핵심권력자와 대다수 언론들이 이제야 관심을 줘서 도리어 고마워 해야 할 지경이다.

노가다가 아닌 건설노동자로서 인간답게 살고자 만든 건설노조

선진 외국과 달리 대한민국의 건설현장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식 건설업 생산체계가 이식되면서 오야지 도급 방식의 시공이 일반화되었다. 그 결과 건설기술자와 사무관리직 대부분은 건설업체 정규직으로 고용된 반면 건설인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설기능공은 일맥을 쥔 오야지나 직업소개소 밑에서 계약직 또는 일용직으로 고용되어 일자리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소위 ‘노가다’가 되었다.

기능을 익혀서 열심히 일하면 돈 벌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고 해서 어렵게 구한 건설 일자리. 막상 현장에서 일해보니 일당 10% 이상 똥(일자리 알선 수수료 명목)을 떼는 불법 중간착취, 상시적인 임금체불, 장시간 중노동, 산재사망 다발, 무분별한 외국인력 고용에 따른 일자리 상실 등 건설현장은 지옥과 같은 막장이었다.

건설기능을 익혀서 건설현장에 보다 쉽게 취업하고, 기공이 되어 높은 임금을 받고 싶어도 기능을 가르쳐주는 데가 없었다. 직업소개소의 날품팔이 일자리 대신 기능공 팀에 소속되어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어도 인맥이 없으면 기능공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국가가 마땅히 무료로 건설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현장 맞춤형 기능훈련의 기회를 건설노동자에게 부여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대한민국의 정부는 그 책임을 방기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과 7·8월 노동자 대투쟁의 영향을 받아 1988년부터 서울, 성남, 포항, 여수 등에서 건설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 노가다가 아닌 건설노동자로서 전문 직업인으로 존중받고 인간답게 살고자 동료들을 노조에 가입시키고 현장과 지역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을 요구하고 투쟁했다. 각 지역의 건설노동조합들은 2007년 민주노총 건설노조/플랜트건설노조로 통합되었다.

▲건설노조 조합원이 건설기능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영록 사단법인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운영위원장

▲건설노조 조합원이 건설기능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영록 사단법인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운영위원장

국가가 방기한 건설기능훈련과 무료취업알선사업을 전담한 건설노조

건설노조는 1995년부터 전국 각 지역에서 조합비와 조합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건설기능학교와 무료취업알선센터를 만들었다. 건설노동자들도 기능향상훈련과 숙련 형성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시스템을 가지게 되었다. 정부도 그 성과를 인정하여 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 개정을 통해 건설업에 특화된 기능훈련과 취업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서울, 파주, 남양주, 안산, 경기광주 등에서 건설기능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건설기능학교에 매년 수 억에 달하는 조합비를 지원하여 2030 청년과 여성들에게 기능훈련을 시키고 양질의 건설현장 일자리를 알선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 동안 1534명을 훈련시켰고 그 중 1044명의 훈련생이 건설현장으로 취업하였다. 531명에 달하는 여성과 청년들이 기능을 익혀서 건설현장에 진입했다.

▲건설일용근로자 기능향상지원사업 훈련계획서 ⓒ이영록 사단법인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운영위원장

정부는 건설기능인력 고령화 해결과 청년층 건설현장 취업촉진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국 건설산업의 최대 당면 과제는 건설기능인력의 고령화와 그에 따른 숙련기능 단절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체들은 힘든 육체 노동을 싫어하는 청년들이 건설업 취업을 기피하므로 저렴한 비용으로 고용해서 언제든지 사용하다 버릴 수 있는 젊은 외국인력을 대거 유입시키려고 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의 해결사를 자처하는 현 정부는 내국인 대상 건설기능인 양성 대신 외국인력 건설현장 유입 확대만 강구하고, 이 방향에 걸림돌이 되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해 무자비하게 숨통을 조이고 있다.

건설기능인력 고령화 해결과 청년층 건설현장 취업촉진을 위한 대책은 현 정부가 무조건 추종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만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건설기능훈련과 취업알선에 관한 건설노조의 순기능을 더 확대하기 위해 단체협약으로 취업알선센터(Hiring Hall)를 통한 기능인력 공급을 합법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은 제조업 등 여타 산업의 근간이 되는 건설산업을 살려야 한다. 죽어가는 건설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건설현장에서 청춘의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자신의 숙련에 따른 적정임금을 받으며 일과 삶의 균형이 확보된 건설현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건설산업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이 일해야 할 일자리를 빼앗아 외국인에게 팔아먹는 매국노가 누구인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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