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바바리 맨’과 ‘쿠킹 포일’

아침이면 일어나서 신문을 펼쳐 보던 것이 옛일이 되었다. 조간 신문을 보면서-희한하게 신문은 읽는다고 하지 않고 본다고 표현한다- 화장실에 가서 읽던 버릇이 있었는데, 요즘은 전화기를 들고 가서 뉴스를 훑어 보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 되었다. 전화기를 열면 뉴스가 많이 읽은 순서대로 떠오르고 관심 분야를 읽어 보게 된다.

오늘 아침에는 ‘도로 위 수상한 봉고차..그걸 알아챈 남자’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 왔다. 내용인 즉 1차선에 화물차 한 대가 가드레일을 계속 박으면서 가고 있는 것을 뒤에 따라가던 운전자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을 직감하고, 119에 신고하고 차를 억지로 세워서 기절한 운전자를 구했다는 내용이다. 감동적인 기사가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봉고차라는 것을 보고 승합차인 줄 알았다. 과거에 봉고라는 트럭에 지붕(?)을 얹어 승합차를 만들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는 항상 승합차를 부를 때 ‘봉고차’라고 하였다. 다른 이름의 승합차도 많은데 이 모든 차량을 부를 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봉고차라고 불렀고, 그것이 그런 종류의 차를 모두 이르는 말인 줄 알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이 엄청나게 많다. 가장 많이 틀리게 사용하는 것이 ‘바바리 코트’일 것이다. 흔히 ‘바바리 맨’으로로 잘 알려진 이 코트는 영국의 옷 만드는 회사 이름에서 유래했다. 전시에 비는 오고 총은 쏴야 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트랜치 코트’를 만드는 바바리회사에 의뢰하여 전쟁통에 입었던 것이 유행하여 지금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바바리 코트’가 아니고 ‘트렌치 코트’라고 해야 한다. 위의 뉴스에 쓰인 봉고차는 화물차의 종류를 말한 것이기 때문에 바르게 쓰인 것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승합차라는 의미로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만든 것이 모든 것을 대표하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우리말에는 이와 같은 것이 많이 있으니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기로 하자.

운전 중에 도로가 막히면 ‘크락숀’을 울리곤 한다. 경적이라고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락숀이라고 한다. 이것도 ‘클랙슨’이라고 발음해야 하는데, 오랜 세월 이상하게 발음하던 것이 굳어서 지금 모두 틀리게 발음하는 것 중의 하나다. ‘클랙슨’이라는 회사는 경적음을 내는 기계를 만든 회사의 이름일 뿐이다. 자동차에서 내는 경적음을 영어로 한다면 ‘혼(horn : 뿔, 뿔피리)’이라고 하든지 ‘카혼(Car horn)’이라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사의 이름을 대신해서 쓰고 있으니 외국인들이 들으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이런 말들을 우리는 콩글리시(Konglish)라고 한다. 아주 대표적인 것이 ‘파이팅(Fighting ‘싸우는’ 이라는 형용사로 쓰인 것)’이다. 이것도 요즘은 ‘화이팅, 홧팅’ 등 다양하게 쓰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것이다. 지금은 역수출돼서 미국에서도 이 단어를 쓰고 있다는 농담도 들었다. 한글맞춤법 통일안에서 ‘F’는 ‘ㅍ’으로 쓰기로 하였다. 그러므로 굳이 쓴다면 ‘파이팅’이라고 써야 한다, 마찬가지로 ‘포일(Foil)’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다. ‘쿠킹 호일’이라고 알려져 있고, ‘포일’이라고 하면 오히려 무엇인지 모른다. 음식을 싸는 포장지 혹은 은박지로 알고 있는 바로 그것을 말한다. 원문으로 하자면 ‘알루미늄 포일’이라고 써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호일’이라고 하니, 필자가 ‘포일’이라고 하면 오히려 민망하기 짝이 없다. 핀잔받을 일이 아닌데, 이상한 눈으로 본다. 한국어학과 교수가 하는 말이니 맞는 것이기는 할 텐데 뭔가 어색하다는 눈치다. 분리수거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반드시 ‘분류배출’이라고 한다.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하여 밖으로 내놓는 것(배출)이기 때문에 남들이 뭐라 하든 한결같이 분류배출을 외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콩글리시는 서서히 바른 말로 고쳐야 한다. 바바리 맨도 트랜치 코트 맨(?)으로 바꿔서 불러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바른 말로 옳게 표현하는 것은 스스로 교양인임을 나타내는 방법이다. 언어는 마음의 거울임을 잊지 말고 아름답고 바른 말을 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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