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대북전단 살포 금지 법은 '악법, 없어져야'"

옹호로 입장 바뀐거냐는 질문에 통일부 "전단 찬성하거나 옹호하는 것 아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대북 전단 살포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현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해 '악법'이라고 규정하며, 내년 총선에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정치 세력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권 장관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에서 해당 법에 대해 "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년에 우리 선거(총선)가 있는데 그 법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 라고, 법조항이 없어져야 된다고 하는 그런 세력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무위원이 국회의원 총선거에 대해 드러내 놓고 특정 정치 세력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헌법과 공직선거법 등에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 권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제가 정부에 있는 입장에서 정치적인 얘기하기가 곤란하지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권 장관은 기존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 야당이 만들어서 대북 전단을 금지하는 조항들을 집어넣었다. 심지어 그걸 위반했을 경우 굉장히 가혹한 처벌까지 하게 돼 있는데 그런 부분은 아주 절대적으로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권 장관은 "물론 지금처럼 좀 민감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풍선을 적극적으로 날리는 것을, 전단을 날리는 것을 독려할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에 일부라도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법률적으로 차단하는 법 조항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과거와 다르게 지금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데 거기에 대해서 우리 통일부가 위헌이라는 의견서도 냈다. 가능할 때 그 부분에 대해서 반드시 그 법을 없애도록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권 장관은 지난해 5월 10일 청문회 전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개인적으로 대북전단 살포에는 반대 입장"이라며 "대북전단 살포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등의 측면에서 국내·국제사회에 많은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장관은 지난해 10월 민간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의약품 등을 담은 대북 전단을 살포했을 당시 "굉장히 유감"이라며 "지금 남북관계가 굉장히 민감하다. (전단을 보내면 북한이) 대북 전단을 (대 남한 도발의)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자제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권 장관의 기존 발언과 이날 방송 인터뷰 사이에 온도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9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전단 살포 행위를 찬성한다거나 환영한다는 것이 아니라 법률로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이라며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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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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