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날 오후 3시, 그들은 거리로 나왔다

세계여성의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채용에서 승진까지 성평등"

"채용에서 승진까지 성평등한 노동권 쟁취하자. 쟁취하자. 쟁취하자!"

8일 오후 3시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에 여성 노동자의 함성이 울려펴졌다. 올해로 115주년인 3.8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민주노총은 이날 혜화 마로니에 공원에서 '3·8 세계 여성의 날 정신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3000여명 규모의 인파는 종로 보신각에서 사전대회를 가진 후 종묘를 거쳐, 집결지인 마로니에 광장까지 행진했다.

'말 뿐인 평등 말고 진짜 평등', '불편해야 바뀐다', '성인지근로감독 당장 시행하라', '여성,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등 여성 노동자들은 박스 골판지에 제각각 만들어 온 피켓을 들고 성평등을 외쳤다.

마로니에에 모인 여성노동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권 출범 초기부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인 국정운영은, 사회를 갈라치고 수십년 간 여성들의 투쟁으로 만든 성평등을 한순간에 후퇴시켰다"며 "국정에서 여성인권과 성평등은 사라지고 출산과 인구조절의 도구인 여성만 남겼다"고 비판했다.

▲8일 오후 서울 대학로 인근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에 대해 노동자들은 "우리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단지 한 부처의 존치" 여부 때문이 아니라며 "성평등 추진 부처의 상실은 성평등의 후퇴를 낳고, 그 시작과 끝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여성노동자의 일자리를 공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고 한다"며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고용은 물론, 승진이나 경력을 유지할 기회도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의 통계를 살펴보면, 2021년 여성 고용률은 51.2%, 남성 고용률은 70%였다. 여성의 고용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61%)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었다. 

한편 이들은 집회를 오후 3시에 가진 이유도 설명했다. 2021년 기준 성별임금격차는 31.1%다. 하루 8시간 노동 기준, 한국 여성들은 오후 3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무료로 노동하는 셈이 된다. 이 같은 차별을 강조하기 위해 이들은 3시에 한 목소리로 성평등한 노동권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민주노총 산하의 다양한 사업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마트 노동자부터 병원·돌봄 노동자, 대학교 청소 노동자 등 당사자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4년간 보육대체교사로 일하다 해고된 이주희 씨는 "보육대체교사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연차, 교육, 병가 등 공백을 채우기 위해 파견되는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14년째 시행되고 있는데 매년 1년짜리 기간제 채용으로 해고를 반복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라 사람"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광수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는 "청소노동자가 월급 8만3600원을 인상하고 인력감축을 막아내는 것,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를 지키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일임을 깨달았다"며 "우리 투쟁을 기억해달라"고 외쳤다.

이날 한국노총도 서울 영등포아트홀에서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의견문을 통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악으로 인한 고통은 이미 노동시장에서 불합리한 차별과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에게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8일 오후 서울 대학로 인근에서 ‘세계여성의날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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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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