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진실을 캐는 사람들을 모십니다

[기고] 길동무 문학 교실로 초대합니다

세상에! 르포 교실이라니! 십 년쯤 전에 ‘마을기록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살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다니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처음으로 ‘르포문학’을 접했고 그 경험을 글로 적으면서 나는 나의 세계가 코딱지만큼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 그로써 내가 쓰는 언어가 달라진다는 멋진 경험은 삶에 꽤 깊게, 오래 남았다. 르포를, 더 배우고 싶었다.

그 뒤로 르포 교실은 좀처럼 찾을 수 없어서 ‘어디든 생기기만 해라’ 벼르고 별렀다. 그런데 드디어! 거의 십 년 만에!! 르포문학 교실이 생겼다. 무조건 등록이다. 그런데 세상에!! 안미선 선생님과 희정 선생님이 담임 쌤이란다. 등록을 두 번 할 수는 없어서 친구를 꼬드겼다. 특강을 맡아준 선생님들, 시와 소설 담임 선생님들도 평소 너무나 뵙고 싶었던 분들. 욕심 같아선 화요일엔 시, 수요일엔 소설, 목요일엔 르포 수업을 모조리 듣고 싶었다. 욕심을 어르고 달래 르포 수업에 열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안미선 선생님의 5주간 강의는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구술의 역사부터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와 기록자의 태도, 선생님의 한마디를 놓칠세라 노트에 빡빡하게 받아 적었다. 온몸으로 기록을 해온 선생님의 말들이, 내 온몸의 감각들이 서로 받아적겠다고 아우성치는 느낌이었다. 오랜 기록자의 삶이 나의 삶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선생님이 추천한 책의 목록이 노트 곳곳에 적혀 있었다. 어쩜 추천하신 책마다 다 읽고 싶은지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책장에 쌓아두었고, 절판된 책은 중고서점을 뒤지고 도서관을 뒤져서라도 찾아냈다. 수업을 듣고 있으면, 정말 글이 막 쓰고 싶어졌다. 좋은 글을 쓰고 싶어졌고 정말 좋은 기록자가 되고 싶어, 매주 목요일 오후가 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섯 번의 강의 이후에는 몇 번의 특강이 있었다. 모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참석한 모든 강의들이 기록을 하(려)는 수강생들에게 의미 있는 수업이었다. 특강으로 한 번밖에 수업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고, 또 여러 선생님들의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르포 교실은 그냥 이래도 좋고 저래도 다 좋았다. 진짜다.

희정 선생님의 5주간 강의는 합평이었다. 수강생들이 각자 쓸 글의 주제를 함께 고민하고 매주 글을 써왔다. 나는 완성하지 못했지만(선생님 죄송합니다ㅠㅠ) 희정 선생님의 꼼꼼하고 정성스러운 피드백에 수강생들은 조금씩 달라진 글을 가져왔다. 합평 시간은 단지 글을 수정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몰랐던 세계를 만나고 나의 편견이 깨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글은 혼자 쓰는 일이지만,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다.

르포 수업은 수업이 끝나도 끝날 줄을 몰랐다(?) 교실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두 번째 수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랗고 둥그런 테이블에는 온갖 먹을거리로 풍성했다. 수강생의 입맛을 배려한 뒷풀이 메뉴 준비는 늘 감동! 아마도 술안주용으로 준비되었을 이수역 전통시장표 김과 고사리 나물은 우리(아니, 거의 나의) 저녁식사였다.

수업 시간 내내 집중해서 듣느라 얌전했던 입이 먹고 마시고 떠드느라 바빴다. 일주일 동안 살아낸 이야기와 글을 쓰느라 머리 아픈 얘기, 특강마다 함께 해준 선생님들과 대화하느라 늘 막차시간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6개월 간의 르포문학 교실은 끝나도 끝이 아니었다. 매주 뒷풀이 시간은 수강생으로 만나 글쓰기 동료가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르포를 쓰(겠다)는 서로가 더없이 귀했다. 글쓰기를 우리끼리 이어가기로 했다. 르포 교실 후속 모임은 계속 글을 쓰면서 살자고, 글쓰기 동료가 되자고 서로에게 보내는 약속과도 같았다.

올해도 길동무 문학 교실이 개강을 앞두고 있다. 사람의 일, 우리가 사는 곳을 기록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르포문학 교실 이름으로 계속 모였으면 한다. 각자의 글쓰기가 지치지 않도록 우리 모임과 르포문학 교실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올해는 시 수업을 들을까, 소설을 들을까, 아니 르포 수업을 한번 더 들을까 즐거운 고민 중이다. 글을 쓰는 시간이 가슴 뛰는 시간이기를 바라는 당신! 어여, 지체 말고, 길동무 문학 교실로 오시라!

※ <2023 길동무 문학학교(시, 소설, 르포교실) 바로가기 클릭

※ 수강신청 바로가기 : 길동무문학학교_수강신청 클릭

ㅇ 신청 기간 : 2023년 2월 22일(수) ~ 3월 20일(월)

※ 신청 결과는 수강신청서(자기소개서 필수) 접수 후 3일 내에 개별 연락드립니다.

ㅇ 문의 : office@gildongmu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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