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유보통합 꼭 이뤄 봅시다

[유보통합을 말하다] 유보통합, 더이상 미룰 수 없다

교육부가 영유아들의 발달 격차를 해소하고 부모들의 교육 부담을 덜기 위해 '유보(유아교육+보육)통합'을 본격 추진해 오는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원화 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해 하나의 교육기관으로 만들고 질 높은 보육·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공립유치원 교사들 중심으로 통합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교원단체 반발의 핵심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자격과 처우, 양성체계 등을 통합하는 문제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시안>은 유보통합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기고를 싣는다. 이를 통해 영유아 발달에서 유보통합의 중요성과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유보통합을 왜 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28년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듣고 있다. 교수가 된 첫해부터 유보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강의했는데 아직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참으로 긴 시간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유아교육의 중요성이 정부차원에서 강조되었고 유아교육 체계가 확립되어 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족구조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진출로 자녀 돌봄에 어려움이 생겼고 영유아들을 좀 더 오래 보살펴 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했다. 이에 복지 차원으로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이 생기게 되었고, 교육중심의 교육부와 보육중심의 복지부로 이원화 체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원화 체제는 학부모의 선택 혼란, 예산의 중첩, 행정의 비효율화, 정책 혼선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 시기 OECD 주요 국가들은 영유아를 교육부로 통합하는 바람직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영유아기는 발달 특성상 교육과 보육이 구분되지 않는 것인데, 단지 소관 부처가 이원화돼 있어 같은 연령의 유아들이 나누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통합의 필요성을 인식하며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유보통합에 대한 요구와 시도들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이익집단·교사·정책담당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갈등으로 해결되지 못했다. 결국 이루진 못한 유보통합은 영유아와 학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 되어 버렸다.

오랜기간 동안 해결되지 않는 유보통합에 지쳐버린 면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금 설렘과 기대를 해 본다. 학부모, 교사, 전문가들의 바람대로 교육부가 나섰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유보통합을 본격 시행하겠다는 ‘출생부터 국민 안심 책임교육·돌봄 실현을 위한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하였고, 교육중심의 관리체계 통합으로 영유아 중심의 질 높은 교육·돌봄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하였다. 반가운 일이다. 이는 대한민국에 태어나는 모든 영유아들을 국가의 책임하에 공정한 출발과 평등한 기회, 그리고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이러한 의지의 유보통합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고무적이고 연관성이 있게 될 것이다. 15년 동안 무려 380조원이 넘는 저출산 관련 예산을 사용하였지만 급감하는 저출산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교육부가 밝힌 대로 책임교육·돌봄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정책 실현한다면 유보통합은 저출산 문제해결에 접근되는 출산친화정책이 될 것이다.

한 국가의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평균 2.1명이 되어야 한다. 이 수준이 되지 않으면 저출산이라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초저출산국가이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젠 ‘둘은 낳아 잘 기르자’로 가야 한다. 초저출산으로 국가적 문제, 아니 사활이 걸려있다. 국가 정책 중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정책이다. ‘아이 낳고 키울 만하다’라는 국민적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가 살아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부에 닿는 실제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유아교육계와 보육계는 초저출산의 문제를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어 이미 유치원·어린이집의 폐원이 계속 줄지어 이어지고 있다. 또, 어떤 지역은 아이를 보낼 곳이 없는가 하면, 어떤 곳은 여전히 과밀학급이기도 한 모순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급격한 폐원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영유아와 학부모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서둘러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교육부에서 일원화체제로 유치원·어린이집 현장에 대한 정확한 동향을 파악하고 통계에 기반한 균형적인 수급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초저출산 문제 측면에서도 더 이상 유보통합을 미룰 수 없는 시기가 된 것이다.

앞으로 유보를 교육 관리체계로 제대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법, 시설, 거버넌스, 행·재정, 교원 자격, 교원 양성, 교육과정, 운영 등 과제가 산재해 있다. 그중 교사 자격 및 양성체제는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유보통합 시도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고, 앞으로도 가장 큰 어려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습관처럼 해 왔던 경쟁·상충이 아닌 지속 가능한 상생·보완의 미래지향적 접근으로 다가가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고민해야지 유보통합 자체를 반대하거나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동안 교사, 학부모, 연구가, 전문가, 정책가 등 일원화를 복지부가 아닌 교육부로 원했던 많은 이유들이 있다. 그 누구도 영유아교육에 있어 질적인 하향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반드시 학교시스템을 갖춘 질적인 상향 유보통합이 되어야 한다. 이런 상향 유보통합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전문적인 교사양성의 질적인 관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2,3년제 전문대학교 등을 비롯하여 영유아교사 양성기관은 4년제 학과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통로로 자격증을 소지한 기취득자들도 통합된다는 이유만으로 교육부의 교사자격증을 쉽게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 연구보고서(2022)에 의하면 학부모들도 4년제 학력 교사를 가장 선호하는 것(56.6%)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교사의 질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여 유아교육의 질이 상향화되도록 면밀한 검토를 거쳐 교사 자격 및 양성체계에 대한 개편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한 아이, 한 아이를 소중한 인재로 키우고 교육해야 하는 영유아교사도 최소 일반 초·중등교사와 같은 수준으로 개선되어야 하며, 이에 따른 영유아교사의 교권인정 및 교사처우도 동등해져야 한다.

교육부 관할로 추진 될 일원화체제의 유보통합은 반드시 학교체제의 공공성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며, 그 기반에는 제대로 된 무상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미래의 유아의무교육의 기초를 마련하는 중차대한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헤크만(Heckman)의 곡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영유아 시기의 효율적인 교육재정 투자의 중요성을 우리는 알고 있다. 대한민국 영유아의 미래교육 투자는 더 이상 개별 가정과 개인이 아닌 국가 책임제로 확립되어야 한다. 정부예산도 상식적으로 공정하게 편성되어야 한다. 이제 유보통합에 한 획을 그을 때가 되었다. 이젠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유보통합! 이번엔 반드시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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