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후 다시 연락이 끊긴 엄마, 괴로워 죽을 것 같습니다"

[372명 해외입양인들의 진실 찾기] (17) 친생가족과의 재회, 그리고 '2차 거부'

사랑하는 어머니께,

나는 당신의 딸로 이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나는 아직 할 말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나는 당신을 두 번 봤습니다. 당신은 내 남편과 아이들도 만났습니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 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서로 연락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 이유를 모릅니다. 당신은 더 이상 내 메시지에 답하지 않습니다. 몇 달 전에 한국에 갔지만, 당신의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형제 자매들도 침묵할 뿐입니다.

나는 이것이 입양인들에게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이것을 '2차 거부'라고 합니다. 내 마음과 몸은 아프고 고통스럽고, 괴로워 거의 죽을 것만 같습니다.

자라면서 나는 당신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심지어 입양부모를 부모로 여겼습니다. 입양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엄마, 저를 용서하세요! 나는 당신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전혀 몰랐습니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서 나는 당신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누군가의 뱃속에 있었지? 자신의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른 채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내 아이는 28년만에 나와 혈연관계를 맺은 첫번째 사람이었습니다. 내 딸이 나를 닮았다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었을 때,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내 입양 서류의 내용과 정보는 모두 잘못 됐습니다. 나와 같은 입양인들의 거의 모두가 위조된 신분으로 자랍니다. 내가 알고 있는 수백 명의 입양인들 중 누구도 정확한 정보가 담긴 입양 서류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제 친구는 입양 과정에서 다른 아기로 조작됐고, 지금까지 한국 어머니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거의 평생 동안 어머니를 찾고 있고, 이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거의 그녀를 죽이고 있습니다.

경찰이 어머니를 찾았다고 했을 때, 나는 감정에 압도당했습니다. 나는 이 일이 내게 미칠 영향을 결코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편지와 여동생의 이메일에 답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내 자신의 상처가 아프고 두려웠습니다. 나는 또 내 입양부모에게 죄책감을 느꼈고, 너무 오랫동안 그들에게 충성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그들이 나를 거부할까 두려워하지 않고 내 느낌대로 내 사람을 살 수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너무 만나고 싶어서 코로나 시기에 당신을 방문했습니다. 2주 동안 격리 상태에서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은 꿈만 같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감수한 가장 큰 위험이었지만, 14일 동안 우리는 내가 당신의 어린 아이이고 당신이 나의 돌보는 어머니라는 환상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먹였고, 당신은 나를 돌보았고, 당신은 나를 걱정했습니다. 나는 그것을 즐겼고 당신과 시간의 매 순간에 연결됨을 느꼈습니다.

나는 당신 안에서 나 자신을 보았습니다. 내 여동생의 사진을 볼 때도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닮은 손을 가졌고, 언니를 닮은 귀를 가졌습니다. 서로의 언어를 말하지 않아도 오빠와 나는 함께 열심히 웃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는 당신의 말을 듣거나 볼 수 없을지 몰라도 죽을 때까지 그 순간의 선물을 소중히 간직할 것입니다. 나는 앞으로 정부와 사회가 도움이 필요한 임산부의 자녀를 지원하고 돕기를 바랍니다. 이 아이들을 데려가 다른 나라로 보내는 대신에 말입니다.

나는 당신 삶의 희생을 영원히 존중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나는 어머니로서 당신이 입양으로 아이를 잃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나는 나와 당신을 위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와 형제 자매, 또 나의 아이들을 위해. 우리 중 누구도 다시는 온전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항상 우리 내면의 손실을 통합할 의무가 있습니다.

나는 10년 전에 당신을 찾았지만 남은 생애 동안 당신을 되찾을 것입니다. 잃어버린 것은 결코 되찾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평생동안 그 손실을 애도할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당신을 영원히 그리워 할 것입니다.

(해외입양과 관련된 인권 침해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입양인과 한국 사회를 위해 가장 가치 있고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기, 신원 위조, 납치, 거짓 및 정보 누락에 대한 이 수백 가지 이야기를 고려하면, 입양이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서구 사회는 수십 년 동안 이러한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한국 같은 나라가 자녀가 없는 부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에 충분한 아이들을 제공하는 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명확한 빛을 비출 때입니다.

우리 입양인들은 모두 입양되기 위해 많은 대가를 치렀습니다. 누군가는 우리도 입양된 가족이나 경제적 안정 등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할 것입니다. 우리 중 일부에게는 이것이 사실 일 수 있지만, 우리 모두는 입양되기 위해 한국의 가족과 같은 큰 손실을 입어야 했습니다.

▲이 글을 쓴 필자가 입양될 당시 여권 사진. ⓒ레나테 반 겔

지난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1월 15일, 12월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 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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