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피해 배상' 판결에 국방부 "동의 못해"

국회 국방위원장 "원고 주장 사실관계 의심된다" 국방부에 항고 촉구

법원이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고 정부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데 대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이 장관은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국방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베트남 참전) 장병들에 의해 (베트남 민간인이) 학살된 것은 전혀 없고 국방부는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당시 상황이 굉장히 복잡했고 한국군 복장이 있다고 해도 (실제 한국군이) 아닌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며 "주월(주베트남)미군 사령관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없었다고 결론내렸고 저희도 증인 및 자료를 확인하고 있는데 민간인 학살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추후 법적 조치에 대해 관련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국군에게 학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응우옌 티탄 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로 3000만 100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원고인 응우옌 티탄 씨는 1968년 2월 베트남 전쟁 당시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이 민간인 70여 명을 학살해 가족을 잃었고 본인도 총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한국군이 이같은 소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국가배상법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부터 5년 내에 시효가 만료되는데 재판부는 응우옌 티탄 씨가 그동안 객관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사유가 있었다면서 정부의 소멸시효 만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의 이같은 판결에 국방부뿐만 아니라 한기호 국방위원장도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며 국방부에 항소를 촉구하는 별도의 입장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베트남전 당시 국군의 작전 및 이동 상황을 가장 구체적으로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자료인 파월 한국군 전사를 보면 1968년 2월 2일 청룡부대는 퐁니마을 3km 인근에서 아군 복장으로 위장한 베트콩 6인을 식별한 사례가 있고, 북한군이 심리전 요원 등으로 참전하였다고 알려졌으며 베트콩이 한국군 군복을 입고 심리전을 전개했다는 증언도 재판 과정에서 발견됐다"며 원고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원고의 진술도 문제 삼았는데 "원고 측 증인은 당초 해당 소대원을 통해 직접 들었다고 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퐁니마을과 사건 발생 시기 등을 시민단체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진술을 바꾼다"라며 "원고를 병원으로 데려간 형은 가해자는 월맹군이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원고 측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의심하게 만드는 미검증 증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 대해 국방부와 국방부는 즉시 항고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이 제기한 원고 및 관계자 증언의 신뢰성 문제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피해를 증언했을 때 그 증언의 신뢰성을 문제 삼은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과 비슷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일부 정치적 세력은 베트남전 참전 당시 우리 국군에 대한 의혹을 일본 강점기 하 우리 민족에 대한 수탈과 동일시하는 프레임을 가지고 한국 정부의 사과와 배상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자신의 문제제기와 일본의 태도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은 "한국의 월남전 파병은 공산주의자들에 맞서 싸우는 것으로 당시 정황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며 "그럼에도 이번 판결로 월남전 파병 용사들의 명예가 실추되고 매도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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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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