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거리 캠페인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다

[청년이 마주한 세계와 시민] ⑥낙동강 녹조 문제

경희대학교는 지난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하고, 3학점 교양 필수과목으로 '세계와 시민'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와 시민'은 매 학기 2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00개의 강좌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주제로 선정해 한 학기 동안 해당 주제를 토론하고 이를 연구해 동료에게 조사 결과를 소개하는 학생 주도의 공동 프로젝트(Global Citizen Project, GCP)를 수행한다. 수업에서 다뤄지는 주제는 성소수자 문제, 동물권, 플랫폼노동, 기후변화 등 오늘날 언론에서도 뜨겁게 다뤄지는 이슈들이다. 해당 주제들을 다루면서 학생들은 글로컬 차원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시민적 삶의 존재 조건을 이해하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삶의 자세를 다진다. 청년으로서 첫 걸음을 떼는 학생이 수업의 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을 기록하는 수업인 셈이다. <프레시안>은 지난해에 진행한 '세계와 시민' 수업 프로젝트 중 10개를 추려 수강생이 직접 작성한 원고를 소개한다. 편집자.

최근 들어 계속해서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이라는 키워드 아래 5명이 모였다. 오직 공통 관심사 하나만으로 모인 우리의 처음은 미약했다. 어디부터 해결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만큼 깊고 복잡한 환경 문제 앞에 우리는 그저 작아지기만 했다. 하지만, 우리는 전 지구적 문제 앞에서 소심한 태도는 옳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내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담아 wE Never Forgive Pollution(ENFP)이라는 로고 및 조 이름을 만들었다.

‘환경’이라는 큰 범주에는 여러 가지 문제 상황들이 있다. 우리는 수질오염에 관심이 있었던 환경공학과 조원을 계기로 수질오염에 주목하게 되었다. 우리가 태어나 살아가면서부터 생존하기 위해 떼어내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물이 최근 들어 점점 심각한 상태로 오염되어간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사, 논문, 도서 등 여러 자료를 참고하며 수질오염의 피해가 모두에게 같은 크기로 다가가지 않음을 알았다. 국가 차원에서 국내총생산(GDP)이 클수록 수질오염의 정도는 약했고, 반대로 GDP가 작을수록 수질오염에 노출된 인구비율이 커졌다. 제한된 자연자원이자 공공재인 물에 대한 접근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수질오염은 더는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전 세계적인 수질오염은 그 원인이 모두에게 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우리는 세계 수질오염 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방법의 일환으로 토크 콘서트, 의류폐기물 줄이기, 우리 주변의 오염물질 알리기 등 여러 가지를 구상했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우선해야 할 행동은 더욱 깊은 조사를 통해 관측 대상의 범위를 좁히고 우리 주변을 더 깊이 탐색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를 진행하며 중요한 수질오염 사건들을 접했다. 특히 저소득층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우리는 평등하지 못한 사회에 분노하였고 행동하기로 다짐했다.

우리가 주목했던 사건은 크게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와 4대강 사업 후 발생한 낙동강 녹조였다. 이에 얽힌 여러 관점들을 조사하며 찾아낸 것은 한 개인, 한 단체로는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주체는 있지만, 이들은 한결 같이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했다. 그렇기에 문제 해결은 더디기만 했다. 여전히 여름이면 낙동강을 덮는 녹조에서 독소가 발견되고, 또 어딘가에서 발생하는 폐수 유출 사고로 인해 생태계가 망가졌다. 이제는 우리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행동할 때라고 생각했다.

조사를 하며 이 문제를 깊이 주목하고 있는 언론인, 환경운동가들과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기사와 영상 매체 그리고 논문을 벗어나 현장에서 그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의 의견을 얻고 싶었지만 얻지 못한 이러한 경험들이 마지막까지 우리 조의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우리는 아쉬움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가 해야 할 길을 찾아갔다.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관련 자료를 얻고자 했다. 우리는 "수질오염은 저소득층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는 가정을 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몇몇 논문으로 수질오염과 소득수준이 연관성을 가진다는 추정을 할 수 있었으나, 우리만의 데이터를 얻지는 못했다. 이에 아쉬움이 남았던 조원들 중 한 명은 관련한 연구를 계속하여 '아동, 유아 인구 비율은 높지는 않지만 폐수배출량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기에 주의를 요한다'라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수질오염 대응을 위해서 우리가 예상한 최고의 문제해결 방안은 범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 시민 차원의 실천 및 인식 개선이었다. 우리는 그 중에서 시민 인식 개선 및 실천을 촉구하기 위해 캠페인 및 피켓 전시를 기획했다. 사전에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 우리는 시민의 낙동강 녹조 문제 인식률이 낮다고 인식했다. 이에 녹조의 독성과 현재 녹조 관련 대응 실태를 알리는 카드뉴스를 만들고, 손팻말을 준비해 거리 캠페인에 나섰다.

캠페인 및 피켓 전시는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이루어졌다. '당신에게 물이란?', 녹조 급식 캠페인, 수질오염 관련 퀴즈 등을 준비하였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참여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캠페인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다. 한 행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모두 잘못되었다며 혀를 차며 비난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준비한 것을 주의 깊게 보지 않고 지나가는 행인에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면 본질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스쳐 지나갔던 행인과 같이 "정치적 입장과 같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분에만 주목하는 점들이 모여 문제의 본질을 보기 힘들게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시민, 환경단체, 그리고 전문가 사이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캠페인을 마무리하고 우리의 활동을 돌아보았다. 처음으로 대학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모여 여러 사회문제 중 하나를 함께 고민했다.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더 알차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크게 느꼈다.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사회의 문제는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측면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아쉬움이 많이 남는 활동이었지만 우리가 사회의 일원이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관심을 갖고 적극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 답을 실행하는 데 망설이는 이유는 그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설임이 길어짐에 따라 사태는 심각해질 뿐이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타협이다. 누군가가 타격을 입더라도 그 정도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보호해주어야 한다. 같은 방법으로 우리는 모두가 사용하는 물을 되살리는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 낙동강 녹조 문제는 지금까지 소극적인 대응으로 많이 돌아온 만큼 더 적극적이고 본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의 활동과 이 기사로 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ENFP: 경희대 학생 권예원, 박민욱, 엄수인, 양선주, 이후겸

▲녹조가 가득한 낙동강 지류 영주댐의 모습. ⓒ프레시안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