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中 코로나 봉쇄로 4분기 실적 감소해도 "대량 해고 없다"

빅테크 감원 바람에 "왜 경영진 오판 대가를 노동자가 치러야 하나" 비판도

지난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의 작년 4분기 매출이 거의 4년 만에 감소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대량 해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애플은 대규모 감원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당장의 호황만 바라보고 무분별하게 규모를 키운 경영진의 오판에 해고 칼바람을 맞은 노동자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은 2일(현지시각)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 감소한 1172억달러(약 144조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9년 1분기 이후 거의 4년 만의 첫 분기별 매출 감소로 시장 예상(2% 감소)을 밑돌았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한 300억달러(약 36조 8850억원)로 집계됐다.

이번 매출 감소엔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 허난성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선 지난해 10월 말부터 봉쇄에 항의한 노동자들의 탈출이 이어졌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공장 "생산능력이 상당히 축소된 채 가동 중"이라며 최신 아이폰 기종 출하가 지연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한 658억달러(약 80조9000억원)로 집계됐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지난해 12월 방역 조치를 전격 완화하며 공급망 혼란은 거의 해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달러 강세도 애플 해외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날 실적을 공개한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지난해 4분기 구글 광고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 이 회사의 광고 수익 감소는 상장 이래 두 번째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성장에 그쳤다.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7억달러(약 3조3200억원)로 집계돼 전년 동기(35억달러)보다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9% 상승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원격 근무 및 원격 학습 확산, 자가 격리 등으로 호황을 누려 온 IT 기업들은 유행이 완화 되며 실적 부진에 직면한 상태다.

호황이 종료되자 이들 기업들은 앞다퉈 대량 감원을 선언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회사 전체 인력의 13%에 해당하는 1만1000명, 아마존은 1만8000명, 알파벳은 1만2000명, 마이크로소프트는 1만 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에선 직원 절반이 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 보도와 회사 발표 등을 종합해 IT 부문 해고 상황을 추적하는 웹사이트(Layoffs.fyi)에 따르면 IT 부문에서 2022년에 16만 명, 2023년 들어 8만7000명 가량이 해고됐다.

이들 기업 대량 해고의 배경엔 코로나 특수 기간 앞날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채 규모를 불린 경영진의 실책이 자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8년 10월~2022년 9월 말 애플은 인원을 20% 늘린 반면 비슷한 기간 마이크로소프트는 53%, 알파벳은 57%, 메타는 94%나 인력을 늘렸다. 지난달 20일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대량 해고를 발표하며 "지난 2년간 우리는 극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그 성장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것과 다른 경제 현실에 맞춰 인력을 고용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반면 인원을 서서히 늘린 애플은 실적 부진에도 대규모 해고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인터뷰에서 "해고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가능한 다른 방법으로 비용을 관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경영진이 내린 오판의 대가를 노동자만 고스란히 치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디어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며 노동 관련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에드 지트론은 지난달 25일 "구글은 순다르 피차이를 해고해야 한다"는 제목의 뉴스레터에서 IT 기업들의 해고 물결을 다루며 "이 회사들은 경영진이 만든 문제를 다른 수천 명의 사람들 탓으로 돌리기로 했다"며 "해고를 통보하는 편지를 쓰는 바로 그 사람들이 비현실적인 예측·비현실적인 지출·비현실적인 고용에 책임이 있다"고 썼다. 그는 2019년에 피차이의 연봉이 세 배로 올랐다고 언급하며 경영진이 받는 "막대한 보상은 이들이 가장 먼저 처벌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지트론은 이어 "2021~2022년 고용과 지출에 몰두한 임원이라면 가장 먼저 해고돼야 한다"며 "만일 일개 직원이 이런 큰 실수를 저질렀다면 고용이 유지됐겠는가"라고 비판했다.

▲2020년 7월15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한 애플 매장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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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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