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정치인들은 트럼프가 죽기만을 기다린다"

2024년 대선을 앞둔 공화당의 고민…"2016년보다 더 절망적이다"

"나는 트럼프의 죽음을 바라는 많은 공화당 사람들이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피터 메이어 전 공화당 하원의원(미시간)은 1월 30일(현지시간)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매체의 맥케이 커핀스 기자는 12명의 전현직 간부들과 전략가들을 인터뷰한 결과 공화당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평했다.

공화당 사람들이 2024년 대선 전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죽음을 기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그는 76세이고, 과체중이고, 대학 신입생과 같은 식단(햄버거 등 육류와 콜라를 즐김)을 유지하며, 많은 과학적 근거를 무시하고 운동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믿는다."

또 일부 공화당 사람들은 트럼프가 법적인 문제 때문에 출마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는 세금 포탈, 성폭력, 기밀문서 유출 등 여러가지 이슈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공화당 지도부가 '마법 같은 일'을 기대하는 이유는 트럼프의 극렬 지지자들의 존재 때문이다. 트럼프에게 자발적인 충성을 보이는 이들은 여전히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겼으며(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는 사기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트럼프의 선거 성적은 지지자들의 믿음과는 거리가 멀다. 2020년 선거에서 대선 뿐 아니라 상원, 하원 선거 모두 공화당이 패했다.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을 민주당이 차지하는 등 공화당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허셀 워커 조지아주 상원의원 후보, 캐리 레이크 애리조나주 주지사 후보 등 경합지역에서 트럼프가 적극 지지했던 후보들은 모조리 낙선했다.

사실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는 대중 투표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300만 표나 뒤졌지만,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아이오와 등 경합지역에서 간발의 표차로 이기면서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공화당은 이제껏 트럼프를 내세운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인 없을 뿐 아니라 2024년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경우 승리 가능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중도층을 잡아야 이기는 선거에서 트럼프는 '필패'에 가까운 카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에서 '트럼프 낙마'는 그의 사망이나 사법 처리와 같은 '마법'이 아니고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로 보인다.

전체 유권자 중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소수이지만,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소수가 아니며 엄청난 결집력과 행동력을 갖고 있다.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딸이자 공화당 하원 내 서열 3위였던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도 트럼프에게 찍혀 밀려났다. 체니는 2001년 1.6일 의회 폭동 이후 트럼프 탄핵에 찬성하면서 트럼프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2022년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내 경선에서 트럼프를 등에 업은 신인에게 패했다. 메이어 전 의원도 트럼프 탄핵에 찬성했다가 체니처럼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처럼 아직까진 공화당에서 트럼프에 반기를 드는 것은 '정치적 자살 행위'에 가깝다.

일찌감치 지난해 11월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트럼프도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1월 28일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대중유세를 벌이며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있고 이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더 화가 나 있으며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표했다.

트럼프는 이어 28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디샌티스의 출마는 괜찮다. 여론조사에서 내가 훨씬 앞서 있다"며 "그가 출마할 수도 있지만, 내가 그를 (주지사에) 당선되도록 했기 때문에 그가 출마하는 것은 상당한 배신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아직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인 디샌티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스트 정치인으로 '팬덤'을 너무 잘 활용하고 있는 트럼프와 그를 등에 업고 공화당 내부에 안착한 극우세력을 어쩌지 못하고 '마법'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공화당 간부들에게 커핀스 기자는 "트럼프의 어머니는 88세, 그의 아버지는 93세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커핀스 기자는 31일 CNN과 인터뷰에서 “나는 취재하면서 그 말(트럼프가 죽기를 기다린다)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며 “처음에는 어두운 농담으로 생각했지만 이는 공화당의 절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사람들은 모두 트럼프가 떠나기를 원했지만 그와 직접 맞서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만약 그들이 그를 내쫓거나 다른 사람을 중심으로 결집하려 한다면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내에서는 자칫 이러다가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차지했던 2016년 대선 때의 상황이 되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은 2016년 때보다 더 절망적이다. 이미 미국 국민들이 트럼프의 본 모습을 다 알아버렸기 때문에, 그의 ‘팬덤’을 제외하고 그에게 다시 기대를 품기는 어려워졌다.  

▲지난 2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유세 중인 트럼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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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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