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의 관찰] 상상, 그리고 새로운 판단

얼마 전 TV를 보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기 자동차는 1881년에 이미 만들어졌으며, 전기 자동차로 운영하는 택시회사가 1890년대 말에 설립되었다. 놀랍게도 1900년도 미국 자동차의 3분의 1이 전기 자동차였다. 당연히 전기 자동차 충전소도 운영되고 있었다.

전기 자동차 산업은 성장하지 못하다가, 최근 최첨단산업으로 다시 등장하였다. 당시에 전기 자동차가 대중화되지 못했던 주요 이유로 낮은 석유 가격을 들 수 있다. 무거운 배터리, 긴 충전시간, 짧은 주행거리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치 않았다. 믿음직한 석유가 있었으니 말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산업혁명 당시, 자동차의 발명은 세상을 요동치게 하였다. 당시에 과학자들은 환경오염에 관해서 지금과 다른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말(horse)이 대중교통 수단이었음은 자명하다. 골칫거리였다. 말이 생산해내는 오염물질! 도시에는 필요치 않은 똥(?)들을 생산해내는 마차들. 자료를 보면 그것이 도시를 오염시키는 주원인 중 하나였다.

과학자들은 자동차의 발명으로 환경오염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차량 수가 극히 적었기에 자연은 충분히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과학자는 현재와 같이 많은 차량이 길거리를 점령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염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자동차!” 이렇게 상상하지 않았을까?

7만 년에서 3만 년 전 사이 시작된 인지혁명은 인류에게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선물했다. 상상력은 무언가를 분석하고 실행하기 위한 추진동력이다. 상상력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분석하고 그것을 믿어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상상하고 분석하고, 그것을 믿는 능력을 지닌다. 믿음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믿는다는 것은 불완전한 판단이 가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자.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을 절멸시켰다. 어떤 방법으로 절멸시켰을까? 가장 설득력 있는 상상은 전쟁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승리하였다는 것이다. “너희가 없어야 우리가 살 수 있어!” 많은 사람이 그 상상에 동의했다. 그런데, 2022년에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인류학자인 스트링거(C. Stringer) 교수와 크레테(L. Crété)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이 절멸한 이유 중 하나가 호모 사피엔스와 교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두 종은 후손을 낳을 수 있었다. 문제는 두 종 사이에 생긴 2세는 오직 호모 사피엔스와의 교배를 통해 새로운 자손을 낳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유전적으로 가까운 종들 사이의 교배에서 간혹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두 종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네안데르탈인의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과 사랑 중에 네안데르탈인을 절멸시킨 주요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협력과 경쟁은 어떤가? 가젤(gazelle)은 수십 마리 또는 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산다. 무리에 있는 한 가젤이 사자를 목격하면, 그 가젤은 겅중겅중 뛴다. 왜 그럴까? 대부분 학자는 다른 가젤을 살리기 위한 희생이라 결론짓는다. 즉 이타적 자살행위라는 것이다. 반론이 있다. “많은 가젤 중에서 나는 이처럼 높이 뛸 수 있다. 이렇게 활기차고 건강한 나를 잡은 것은 너에겐 무리야, 사자야!” 가젤의 행동은 무리를 위한 협력인가, 가젤 간 경쟁인가?

인류는 말을 보며 자동차를, 새를 보며 비행기를 상상하였다. 그리고 자동차와 비행기의 구조를 분석하고 그것들을 만들었다. 심지어 달에 계수나무와 토끼가 있는지 궁금해서 우주선을 만들었다. 김영하 작가가 강연에서 남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이 어느 순간 거짓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당황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축하할 일입니다. 그 아이는 인지능력이 생겼고 상상력이 높아진 겁니다.” 어쩌면 상상력이 인간을 최상위 포식자로 만들어 준 요인일 수 있다.

오염을 유발하는 말,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차를 발명하지 않았으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120년 전에 전기차를 상용화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환경오염은 발생하지 않았을까? 석유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 오염을 피하지 못했을 수 있다. 또한 전기 자동차가 친환경적이라는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결국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밖에 없고, 차량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전기 자동차도 피할 수 없으니 말이다. 정확한 답은 없다. 불완전한 판단이니, 새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태양전지로 운행하며 타이어 마모가 없는 [전기 비행 자동차]? 새로운 판단은 옳은 길로 가려는 노력이다. 인류는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노력을 믿고, 옳은 길을 찾으며 재미있게 살면 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