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유승민→나경원'…여의도를 향한 '尹의 전쟁'

[최창렬 칼럼] '윤심' 전당대회가 총선 승리를 보장할까?

총선은 담론과 이슈, 구도, 인물, 정당 지지도 등의 변수는 물론 대통령의 지지도와 각 정당의 대선 주자급의 인물 여부 등의 여러 요인이 맞물려 승패가 결정된다. 그런데 한국 선거에서 이보다 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공천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 새누리당의 공천이다. 당시 '진박 감별사'란 말이 나오고 공천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이루어진 대표적인 경우다. 결과는 집권당의 패배로 이어졌다.

2021년 7월에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 불과 1년도 못 돼 대권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통해 권력의 정상에 오른 인물이 아니다. 전무후무한 이러한 경력이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한 보수 세력의 상징이 됐고 선거에서 이겼다.

보수의 대표가 된 윤 대통령은 이후 대선 기간 중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행보를 보였던 인사들을 가차없이 내쫓거나 그들과 결별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친윤으로 분류되는 나경원 전 의원과도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 자체가 타율적이었던 정치신인에 가까운 윤 대통령으로서는 기득권 정치에 안주하는 기정 정치인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몇 안되는 '윤핵관'이 집권연대 내에서 사실상의 정치동력으로 작동하는 구조는 모순적이 아닐 수 없다.

기득권 정치의 배제는 정치혁신이란 측면에서도 절실하다. 거대양당으로 상징되는 독점체제가 정치양극화를 부추기고 정치를 형해화시킨다는 기본 관점에서도 타당하다. 시대교체, 세대교체, 인물교체 등의 정치혁신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기성정치와 선을 긋고 정치의 복원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이라는 명분과 함께 이를 추동할 세력이 필요하다. 당내에서 비교적 합리적 보수의 색채를 띠는 인물을 멀리하고 과도할 정도로 대통령의 의중과 심기에 부합하는 인물만을 선호한다면 중도층의 이반을 초래할 수 있다. 권력의 눈 밖에 난 인물에 대해 가차없이 징계하고 해임하고 내치는 정치는 포용의 정치라 볼 수 없다.

야당과의 협치 자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집권세력 내부에서조차 세력 간 갈등과 분열이 두드러진다면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야당 복이 있다는 말이 있다. 집권세력의 실수들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 정당지지도에서 뒤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버텨주고 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세를 멈추고 기력을 회복했지만 임기 초라는 시기적 요인을 감안할 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윤 대통령은 아직도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사법적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이 부담을 느낄 법도 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거버넌스와 포용, 절제된 권력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문제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가장 많이 했던 정치사회의 주문은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과는 주지하는 대로다. 권력을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협치라는 당위에 대한 생각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여당과 협력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비현실적인 낙관론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 같은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 승리하면 이후 3대 개혁 과제나 국정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강경 일변의 국정운영 기조가 여당의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국민의힘이 당대표 경선 룰을 100% 당심 반영으로 바꾸고, 기존에 없던 결선투표를 도입한 것은 대통령이 선호하는 후보 당선을 위한 것, 즉 '윤심' 반영을 위한 당헌 개정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그러나 공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당권 장악 작업은 총선 공천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 공천을 특정 세력이 독점한다면 부정적 선거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명제는 경험칙으로 알 수 있다.

한국정치에서 긴요한 가치 중 하나가 16세기 유럽의 '똘레랑스' 정신이다. '용인' 또는 '화해'로 인식되는 이 말은 총선의 공천과 당내 세력들의 경쟁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여당내의 비판 세력의 배제, 여야의 불화는 모두 '똘레랑스'와 부합하지 않는다.

▲19일 대구 동구 MH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나경원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대구·경북 책임당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 당 대표 출마 촉구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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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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