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어허이 헤하 에헤이 헤하
여보시오 시주님네 이내 한 말씀 들어를 보오
어허이 헤하 에헤이 헤하
이 세상을 나온 사람 뉘에야 덕으로 탄생 했나
천지신명 명을 받아 부처님 전 두 손 모아
아버님께 뼈를 빌고 어머님께 살을 빌어
이 세상을 나왔으니 부모 공덕 사무치네
머리칼로 신을 삼고 이를 빼서 징을 박아 드려도
우리 부모 은공은 못다 갚으니 북망산천 어찌 가랴
어허이 헤하 에헤이 헤하
세상천지 하 만물 중에 사람 밖이나 더 귀하리오
어허이 헤하 에헤이 헤하
니 편 내 편 따로 없이 콩 한 쪽이라도 나누어 먹고
이제야 찾은 내 나라 내 땅에서 어우러져 살고 지고
시절은 혹독해도 사람이 사람이지 들짐승이 아닌 것을
무덕관으로 형무소로 소집구금 서슬 퍼런 나랏일이라
부모형제 처자식 두고 발걸음을 재촉하니
우지마라 걱정마라 토닥이던 이내 몸은 백골이 되었구나
어허이 헤하 에헤이 헤하
속리산이 어드메뇨 피안의 땅이 그 곳이리오
어허이 헤하 에헤이 헤하
전쟁 통에 구경 가자 어느 누가 믿을 꺼나
군인 경찰 총을 메고 트럭 위로 몰아붙이네
정든 고향 멀어지니 여기가 어드메뇨
피반령 분터골이던가 쌍수리 야산이던가
덕유리 뽕나무밭에서 머구미고개에서
추정고개 수리너머고개 아치실서 찾을 꺼나
어허이 헤하 에헤이 헤하
갈 길 잃어 못가리오 두 손 묶여 못가리오
어허이 헤하 에헤이 헤하
골짝마다 어둠 나리여 오도가도 못 하누나
이내 살점 흩어졌나니 이내 뼈라도 거두어 주오
시절은 굽이쳐도 사람이 사람을 품어야지
일흔 세 살 대동강표 고무신을 찾아 신고서
우리 부모 우리 처자식 우리 겨레 우리 민족
우리 산천 돌아보며 가자련다 가자련다
우여 우여 우여 우여
*‘충북 청원군 문의면 도원리 도황골 상엿소리(1993. 1. 26 / 앞: 정동만, 남, 1934. 뒤: 우재현, 남, 1926 외)’에서 부분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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