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中, 코로나 사망자 수 축소"…EU도 입국 규제 "강력 권고"

'중 유행 바이러스 새 변이 아냐' 실효성엔 회의도…중 "정치적 조작" 연일 반발

중국발 입국자 규제에 소극적이던 유럽연합(EU)도 회원국들에 입국 전 코로나19 음성 증명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규제 대열에 합류했다. 규제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연일 규제가 "정치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각국은 규제 이유로 중국의 코로나19 데이터 불투명성을 지적 중이며 세계보건기구(WHO)도 중국이 특히 "사망" 관련 실상을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U 순환의장국인 스웨덴은 4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통합정치위기대응(IPCR) 메커니즘 회의 뒤 성명을 내 중국에서 출발해 EU에 입국하는 항공편의 모든 승객들에게 출발 48시간 이내 코로나 음성 증명을 요구할 것을 회원국에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스웨덴 정부는 성명에서 중국발 EU 입국자 도착 뒤 무작위 코로나19 검사, 중국발 항공편에 대한 폐수 검사 실시도 회원국에 권고했다. 이날 회원국들은 중국을 오가는 비행편 탑승객에게 의료용 및 FFP2·N95·KN95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는 데 동의했다.

성명은 이 같은 "조율된 예방적 접근"이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오는 8일부터 시작될 중국의 여행 제한 완화와 충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필요성을 고려"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EU 회원국 뿐 아니라 여권검사 면제 등으로 역내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 가입국들도 참석해 이들 국가들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회의 결과는 회원국에 대한 "권고"로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미 EU 회원국 중 관광 수요가 많은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자체 규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영국도 5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음성 증명을 요구한다. 지난주 이탈리아가 EU 차원의 입국 규제를 요구했을 때 일단 거부했던 EU는 3일 "압도적"으로 많은 회원국이 규제 도입을 원한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주 이탈리아 밀라노 공항으로 들어온 중국발 항공편 1기의 승객 중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U 외에도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중국 주변 대부분의 국가와 미국 등 많은 나라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조차를 강화한 상태다.

중국발 입국자 규제 강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중국이 봉쇄 정책을 오래 지속해 온 데다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아 중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새로운 변이가 아니라 이미 유행 중인 기존 변이로, 관련해 백신 접종과 감염 등으로 면역력을 형성한 국가들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이 같은 이유로 중국의 감염 확산이 EU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발 입국자 규제는 "부당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많은 나라가 입국 규제를 시행했지만 결국 바이러스의 국경 이동을 막지 못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비롯한 기본적인 확산 정보조차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입국자 검사는 중국의 확산 및 변이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중국은 입국 규제에 대해 3일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며 보복을 시사했고 다음 날에도 입국 규제가 "정치적 조작과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 수단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연이어 반발했다. 백악관 쪽은 3일 입국 규제는 "공중 보건과 과학에 기반한 결정"이라며 "전세계 국가들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신중한 보건 조치를 취하는 것에 보복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각국이 중국의 불충분한 확산 정보 공유를 이유로 입국 제한을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WHO도 재차 정확한 정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로이터> 통신 및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4일 마이클 라이언 WHO 비상대응팀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정의가 "너무 좁다"며 중국 통계가 "입원과 중환자실 입원, 특히 사망 측면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언 팀장은 "우리는 여전히 완전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며 중국 정부가 "더 포괄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4일부터 무증상자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통계에서 제외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사망자 집계 기준을 바꿔 폐렴과 호흡부전으로 유발된 사망만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중국이 방역 정책을 급격히 전환하면서 집단 검사 등 관련 시설에 종사한 수백 만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5일 보도했다. 매체는 업무 특성상 의료 종사자가 많아 이들은 다시 의료 기관으로 돌아갔고 일부는 획득한 의료 지식을 이용해 신속항원검사키트 등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착안해 의료용품 중개인으로 일하기도 하지만 검사 시설 경비원 등 일부는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 5일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 응급병동 복도에서 환자들이 정맥주사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들것에 누워있는 환자를 돌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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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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