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재도 무시한 '프리덤 코커스'…美하원 의장 선출 이틀째 좌절

공화당 극우 "트럼프가 매카시 포기하라고 설득해야" …100년 만의 하원 지도부 공백

100년만에 발생한 미국 하원의 지도부 공백 상태가 4일(현지시간) 이틀째 이어졌다.

미국 하원은 전날에 이어 4일에도 본회의를 열고 의장 선출을 위한 재투표를 진행했으나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대로 캐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가 과반 득표(218표)를 얻지 못해 의장 당선자를 확정짓지 못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날 4·5·6차 호명 투표에서도 201표를 얻어 212표를 얻은 민주당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에게 뒤졌다. 매카시 원내대표를 반대하고 있는 20명의 공화당 강경파들은 바이런 도널드 의원을 지지했다. 전날 매카시 원내대표에게 투표한 공화당 빅토리아 스파츠 의원은 기권했다.

특히 강경파 의원들은 4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공화당은 위대한 승리를 부끄러운 패배로 바꿔서는 안된다"며 "캐빈 매카시는 일을 잘 해낼 것이고, 큰 일을 해낼 수도 있다"며 중재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들은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매카시를 의장으로 선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강경파에 속한 로렌 보버트 의원은 트럼프가 자신들이 아니라 오히려 매카시 원내대표에게 과반 득표를 얻기 힘드니 후보에서 물러나라고 얘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매카시를 비토하고 있는 20명의 의원들은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 절대 다수다. 이들은 지난 2015년에도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을 제출해 사퇴시킨 전력이 있다. 베이너 의장이 당시 오바마 행정부와 싸우지 않고 협조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때에도 베이너의 후임으로 매카시 원내대표가 물망에 올랐지만 프리덤 코커스의 반대로 출마를 포기했었다.

이들은 당 지도부에 협상 권한이 집중돼 소수인 자신들의 의견이 입법에 크게 반영되지 못하는 것에 크게 불만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캐스팅 보트로서 역할을 보여줌으로써 의회와 당내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하원 원내대표 선출 실패 사태와 관련해 "공화당의 카오스 코커스가 돌아왔다"며 프리덤 코커스의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미국에서 하원 의장 선출이 지연되면서 공전 사태가 이어지는 것은 지난 1923년 이래로 100년만의 일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켄터키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당파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의회가 기능하지 못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이미 제도에 대한 공격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것 때문에 더욱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4일 미국 하원이 이틀째 의장 선출에 실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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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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