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 자식들은 비정규직 특수고용직이 아니어서 노조법 2조 개정이 이리도 더디기만 합니까?"
하청노동자, 학습지 선생님, 대리운전기사, 청소노동자. 스님과 목사까지 국회 앞 차디찬 바닥에서 100번의 절을 했다. 해가 바뀌었음에도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가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심의조차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을 비판하며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와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국회 앞에서 '신년맞이 노조법 2·3조 개정과 환노위 개최를 촉구하는 2600배'를 열고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헌법에 보장된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더는 차별받지 않게, 죽지 않게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정의를 확대해 간접고용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까지 노조법 보호 대상에 포함하자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3조 개정안은 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소송을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기사 : "특고 고용해 돈 버는 사람이 사용자…교섭 나서도록 법 개정해야")
이들은 노조법이 만들어진 지 26년이 지났지만, 시대착오적인 노조법 2·3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날 행사에는 26명의 인사들이 참여했고, 각 100배씩 총 2600배의 절을 했다. 이들은 "노조법으로 노동권행사를 박탈당한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손해배상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종교인들이 26년간의 고통을 상기하기 위한 2600배 행사를 열었다"고 했다.
이어 "참가자는 원청의 책임회피와 손해배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청소노동자,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로서도 인정받지 못해 권리를 빼앗긴 특수고용 노동자인 학습지, 자동차판매 노동자, 대리운전노동자,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쌍용차노동자들과 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종교인들도 함께했다"고 소개했다.
현장 노동자들도 직접 목소리를 내어 차별받고 있는 상황을 증언했다. 김형수 대우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도 대우조선 배를 만들고 있다. 하청 현장에 내려오는 모든 작업 지시나 모든 공정들은 대우조선 원청이 짜놓은 공정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대우조선 원청은 하청 노동자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정부·여당 국민의힘은 자본가들의 권리를 받아 안고 노조법 2조, 3조 개정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개정에 소극적인 건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나라에, 이런 국회에 국민들이 무슨 기대를 하겠습니까. 투쟁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희 서비스연맹 전국학습지노조 구몬지회 지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학습지교사의 노조할 권리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에도 교섭에 응하지 않는 원청으로 인해 교섭하지 못하는 어려움과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이유를 얘기했다. 박 지회장은 "시대 변화에 맞춰 스마트기기와 온라인을 통한 학습도구들은 수백억을 들여 개발되고 있지만, 구몬 교사의 일하는 조건은 나빠지고 있다"며 "한달 꼬박 일해도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는 교사가 절반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3권 보장이 이토록 어렵고 먼 길이니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특수고용으로 플랫폼으로 고용하는 게 아니겠냐"며 "국회의원들 자식들은 비정규직 특수고용직이 아니어서 노조법 2조 개정이 이리도 더디기만 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사회안전망도 없이 위험 속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가족들의 생계조차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더욱이 분노스럽고 가증스러운 것은 정부·여당이 탄압의 칼춤을 추면서 '이중의 노동시장의 개선'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진정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고 있다면 당장 탄압의 칼춤을 중단하고 업체사용자들의 중간 갈취를 근절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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