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문제에 경제적 해결 찾는 시진핑, 성공할지도 모른다

[좋은나라이슈페이퍼] 시진핑 치명적 정치 타격 없이 현 혼란 헤쳐나갈 가능성 높아

중국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이라는 담론이 주류다. PCR 검사 의무화와 무자비한 봉쇄가 상당히 갑작스럽게 해제되면서 감염자들이 폭증했고 사망자들의 시신이 화장장에 길게 줄을 서는 등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초현실적인 장면은 2020년 초 우한의 데자뷰déjà vu)이다.

베이징의 경우 코로나 확진률이 60%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은 환자들로 초만원이다. 베이징의 발열 환자 수가 일주일 만에 16배나 증가했다. 베이징의 12개 화장장이 24시간 운영되고 있음에도 5~7일을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 중국 정부는 무증상 감염자의 일일 숫자 발표를 중단했다. 이제 중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러나 항간의 법석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도시들은 인도주의적 붕괴나 정치적인 격변으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현재의 소동과 동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중국에선 3년간의 코로나 봉쇄에 염증을 느낀 자국민들이 1989년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시민 시위를 벌였다. 해외 언론은 이 보기 드문 현상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주요 코로나 위험은 최소 1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지방 도시들이다. 중산층과 교육 수준이 높은 대도시 주민들과 달리 지방 도시와 농촌 주민들은 코로나를 더 두려워한다. 사망자 수가 수직 상승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대중의 공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코로나 독감'으로 부르는 매우 교묘한 선전 공작

중국 정부는 대중 선전의 전면에 사스(SARS) 퇴치 영웅 중난산(钟南山) 교수를 내세우고 있다. 유명한 중국의 감염 전문가인 그는 종종 미국의 코로나19 정책 사령탑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비교된다. 그는 12월 15일 거의 2시간에 걸친 전국 TV 강연에서 코로나19의 명칭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중국 명명은 '코로나 폐렴'(新冠肺炎)이다. 중난산은 이를 '코로나 독감'(新冠感冒)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를 코로나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종에 감염되어 발생할 위험이 독감에 걸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钟)교수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외부 관찰자에게 이것은 언어적 익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서는 매우 교묘한 선전 공작이다.

중국 정부는 중소 도시에 선전력을 집중하며 결국 코로나는 또 다른 '독감'에 불과하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교육'하는 캠페인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교수의 견해가 중국에서 더 널리 채택된다면, 지금부터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독감’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마침 지금은 독감의 계절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를 '결정'하는 데에도 이는 통계적 이점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국 사회에서는 죽음에 대한 문화적 두려움이 크다.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사회적 공황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최초의 코로나 내부고발자인 리원량(李文良) 박사의 사례와 비슷하다. 지방 당국은 애초 그를 "허위 소문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체포했다. 하지만, 그가 코로나로 사망하자 이는 대중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중국 정부는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에게 '영웅'이라는 칭호를 주었다.

시진핑 치명적 정치 타격 없이 현 혼란 헤쳐나갈 가능성 높아

전반적으로 시진핑 체제의 중국 정부는 정권에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고 현재의 혼란을 헤쳐나갈 가능성이 높다. 공산당 통치 하의 중국에서는 꼭 정치적 시위 뿐만 현재와 같은 의료대란도 정치적 위기로 수렴된다. 시진핑은 현재의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경제적인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도 그는 성공할지도 모른다.

골드만삭스는 2023년 하반기쯤에 중국 경제성장률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것은 보수적인 전망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과 부동산 분야를 중심으로 규제를 완화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중국의 부동산 침체가 극심했다. 12월 15일부터 16일까지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정하는 연례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의(中央经济工作会议)가 열렸다. 회의 중점은 내수 활성화였다. 회의는 내년 경제 초점에서 부동산 산업을 '최우선'(重中之重)으로 규정하면서 이런 방향으로 자원을 끌어모으겠다는 매우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였다.

류허(刘鹤) 부총리는 심지어 “부동산이 국가 경제의 기둥"(“房地产是国民经济的支柱产业”)이라고까지 말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달부터 부동산 부양 정책을 쏟아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소비심리가 동반된다.

더불어, 시 주석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그간 민간 산업에 대해 부정적이던 그의 기존 입장, 즉 소위 '빅테크를 때려잡겠다'와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기업은 육성하고 민간기업은 억제)를 완전히 180도 반전을 보였다. 지난해 회의에서 강조되던 '자본의 부정적 영향을 통제한다', '야만적 자본확충을 억제한다' 등의 문구도 사라졌다.

또한 사회주의 분배에 집착하는 시 주석의 개인적인 열망이 담긴 정책 슬로건 ‘공동부유’(共同富裕)'는 아예 빠졌다. 이는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한 부분이다. 누가 봐도 내년에는 중국이 성장 중심의 경제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를 확실히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나는 일관되게 민간기업을 지원해 왔다"(我是一贯支持民营企业的)고 말했다. ‘이념순수주의자’(ideological purist)로 평가되어온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치고는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사회 어떻게 변화하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 있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최고지도자로부터 오는 그러한 정치적 신호는 자본주의 국가보다 훨씬 더 큰 무게감을 준다. 이는 중국정부로부터 '괘씸죄'를 받았던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腾讯), 징동(京东), 디디추싱(滴滴出行), 만방(满帮) 등 중국 굴지의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제 완화 신호를 확인한 시장은 활기를 띨 것이고, 민간기업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할 것이다. 중앙경제공작회의 결정에는 "플랫폼 기업이 (경제) 발전을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제 경쟁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전반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 시진핑 체제 하에서 규제와 ‘단속의 대상’이었던 빅테크 민간기업과 부동산 시장은 같은 시진핑에 의해 극적인 반전 속에 경제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의 대상’이 됐다. 부동산 활성화와 민간 산업에 청신호를 켜 국민들에게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을 주고, 중국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내수를 다시 진작시킬 유동성을 시장에 더 많이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재의 코로나 정국 위기를 극복하려는 구도다.

시진핑은 "(경제)발전은 당의 첫째 의무이고, 집권당으로서 우리는 경제사업에 대한 지도를 확실히 강화하고 경제업무를 빈틈없이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이 현재 직면한 정치 문제를 경제적 돌파구로 뚫는 시도가 성공할지는 좀 더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그가 보여준 '시장친화적' 발언과 그 강도는 지난 20여 년간의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지도자가 행한 발언 중 가장 급진전인 ‘180도 반전’을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시 황제’라고 불릴 만큼 ‘1인지배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정책 방향을 튼 만큼 중국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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