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물러난 뒤 제기됐던 부차 지역의 민간인 학살이 러시아의 공식 부인과 달리 실제로도 러시아군에 의해 자행됐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8개월간 심층 취재를 통해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NTY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취재 내용을 담은 28분 50초 분량의 동영상도 같이 공개했다.
부차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4월 3일 탈환하면서 3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된 사실이 드러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측은 어린이들을 포함한 민간인 희생자 시신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러시아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8월 부차에서 총 458명의 민간인이 러시아군에 의해 총상, 방화, 고문 등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4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현재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부차 민간인 학살을 포함해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러시아 낙하산 부대인 제234연대가 민간인 학살"
NYT는 "(부차의) 야블룬스카 거리에서 발생한 학살의 가해자는 아르티움 고로딜로프 중령이 이끄는 제234공습연대 소속 러시아 낙하산 부대원들"이라고 지목했다. 제234공습연대는 러시아 서부 프스코프시에 기지를 두고 있으며, 러시아군 내에서도 최고의 훈련과 장비를 갖춘 부대로 꼽힌다고 한다. 이 언론은 "234연대가 개입한 증거로는 군 장비, 제복 배지, 무전기 채터링, 군수품 상자 포장 전표 등이 있다"고 밝혔다.
"제234연대 소속 군인들, 민간인 희생자 휴대전화로 러시아에 전화"
또 이 언론은 234연대가 학살에 개입한 주요 증거로 민간인 희생자들의 전화 통화 기록에 대해 "디지털 지문"이라며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으로부터 3월에 러시아로부터 부차 지역으로 걸려온 모든 전화, 메시지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러시아 군인들은 종종 희생자들이 살해된지 몇시간 만에 집으로 전화를 걸기 위해 희생자들의 전화를 사용했다"며 이를 통해 제234부대원 20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36명의 사망원인은 총상…키이우로 가는 길 확보를 위한 의도적 학살"
NYT 취재팀이 확인한 36명의 희생자들은 부차 또는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었으며, 주요 사망 원인은 총상이었다. 희생자 중엔 52세의 여성과 그의 14세 딸을 포함해 여성, 미성년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간인 학살 피해자 중 10세 미만의 어린이들도 다수 있다고 밝혔다.
이 언론은 특히 부차 민간의 학살이 교전 등 전쟁 과정에서 일어난 "무작위적 폭력 행위"가 아니라 "러시아군이 키이우도 가는 길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적인 '청소' 작전의 일환으로 의도적인 살해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언론은 야블룬스카 거리의 학살이 아닌 다른 지역의 학살 중에는 "우크라이나군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남성들이 체포돼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제234연대의 책임자인 고로딜로프 중령은 지난 4월 "대령으로 진급"했으며 이 부대의 직속 상관들은 당시 부차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된 뒤 전 세계적인 분노가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자체 조사나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 주미 러시아 대사관, 고로딜로프 대령은 모두 반론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이 언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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