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이 사는 금호강마저 죽음의 강으로 만들려 하는가"  

[함께 사는 길] 제2의 4대강사업 '금호강 르네상스'를 막아라

전국의 하천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하천의 공원화 사업은 물이 흘러야 할 공간이라는 하천 기본의 특성도 무시한 채 물길을 좁히고 둔치를 만들어 산책길과 체육시설, 주차장 혹은 파크골프장 등을 조성해 강을 강이 아닌 하나의 공원으로 만들어가는 사업들로 문제가 상당하다. 그런데 이런 하천의 인공공원화 사업이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벌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심지어 지방하천이 아닌 국가하천에서까지 이런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국가하천 금호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사업 이야기다.

▲ 금호강 하중도 인근서 만난 아기 수달. ⓒ정수근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대구의 자식, 금호강

지난 9월 14일 대구시는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계획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개발계획들로 가득했다. 자연에 대한 배려나 공존, 공생을 위한 비전이나 철학 이런 것들은 철저히 배제된 인간 편의 위주의 개발사업들로 가득했다.

금호강이 도대체 어떤 강인가? 산업화 시절 대구의 대표산업인 섬유공장과 도시화에 따른 생활하수의 급격한 유입 등으로 온갖 오물과 폐수들을 몽땅 뒤집어쓰고 완전히 죽었다가 기적적으로 부활한 그런 회생의 강이 바로 현재의 금호강이다. 대구를 동서로 관통하면서 흘러 대구의 상징과 같은 강이었지만 대구시에 의해서 철저히 버려진 금호강 아니었던가. 그런 금호강이 겨우 살아 돌아와 이제 막 소생의 기지개를 펴려는 이 시점에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자식과도 같은 금호강에게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은 지금 매스를 들이대고 다시 죽이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참으로 염치없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대구시민은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금호강을 사랑하고 있다. 다시 살아 돌아온 대구의 자식과도 같은 금호강을 깊이 사랑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생명의 꽃을 활짝 피우는 금호강이 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이때에 대구시가 나서서 그런 금호강에 다시 '삽질'을 가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금호강은 이미 너무 많이 개발되었다. 자전거도로도 대구 구간이 거의 연결되어 있고, 둔치에는 야구장과 축구장, 오토캠핑장, 파크골프장과 같은 각종 체육시설들과 주차장 심지어 물놀이시설까지 들어와 있는 것이 금호강의 현실이다.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인간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 그런데도 추가적인 개발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은 금호강을 두 번 죽이는 짓에 다름 아니다.

대구시가 바로 시작하겠다는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은 시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금호강 르네상스의 마중물 역할을 할 사업들로 '동촌유원지 명품하천 조성사업',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금호강 국토생태탐방로 조성사업' 이렇게 세 가지다.

이 사업계획들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결론은 이들 세 가지 사업 모두 문제가 있는 사업들로 여기에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오로지 인간 중심의 개발로 가겠다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금호강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야생동식물들의 공간에 더 가깝다. 이 척박한 도심에서 야생동식물들이 깃들어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 강과 하천이다. 이들이 이곳에 모일 수밖에 없다. 마실 물과 초지들이 있고 쉴 곳 즉 이곳이 그들의 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금호강 개발계획들에는 이들과의 공존을 위한 노력은 전혀 없다. 마치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마저 내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꼴이다.

▲ 금호강 반야월습지에서 만난 천연기념물 원앙 가족. ⓒ정수근

금호강 르네상스는 탐욕이자 자연에 대한 약탈

선도사업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이렇다. 동촌유원지는 이미 너무 과도한 개발이 진행된 곳이다. 높이 2~3m의 수중보를 만들어 강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그 위에서 오리배를 타고 있다. 양쪽 둔치에는 수변습지 하나 없이 모두 공원 아니면 주차장과 체육시설들이다. 이곳은 추가적인 개발이 아닌 생태계 복원을 해나가야 할 그런 곳이다.

디아크 일대는 또 어떤가. 이곳도 이미 인간 편의 위주의 충분한 개발이 진행된 곳이다. 대형 공원과 광장과 주차장에 자전거도로까지 들어와 있다. 그런데 디아크 일대를 더 개발하고 거기에 교량까지 건설해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와 연결하고 그것을 화원유원지까지 확대하겠단 것은 그야말로 탐욕이자 자연에 대한 약탈적 심보다.

금호강변에 국가생태탐방로를 조성하겠다는 것도 심각한 환경파괴가 예상된다. 금호강의 대표 습지인 안심습지와 반야월습지, 팔현습지 등 습지가 잘 발달한 하천 안으로 길을 내겠다는 것인데 그 자체로도 생태 교란을 불러오는 짓이지만 이미 제방길로 산책로가 잘 닦여 있는데 또 추가적으로 탐방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중복사업으로 전형적인 혈세탕진형 사업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선도사업이고 본 사업은 아직 발표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본 사업이 바로 수중보 건설로 하중도와 그 상류 일대를 수상레저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람선을 띄우고 모터보트와 제트스키를 타는 뱃놀이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실패한 4대강사업을 답습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군다나 이 일대는 멸종위기종 수달과 흰목물떼새 집단 서식지가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 보를 세우겠다는 것은 심각한 생태 교란을 불러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지금 4대강사업의 핵심 강인 낙동강은 여름마다 맹독성 물질이 나오는 녹조로 뒤덮이고 있다. 그 녹조 독이 대구 수돗물과 농작물, 심지어 공기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4대강사업은 재앙이다. 인간 탐욕에 대한 자연의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금호강마저 그런 죽음의 강으로 만들려 하는가?

▲ 금호강 팔달교 아래서 만난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정수근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사업 막아내야

이런 실패한 4대강사업을 대구시는 정녕 그대로 따라 하겠단 것인가? MB의 망령에 깊이 사로잡혀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위험천만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금호강 르네상스는 철저히 인간 위주의 탐욕스런 토건개발 사업에 다름 아니란 것이다. 그 뿌리는 MB의 4대강사업이다. 낙동강도 모자라 이제 금호강까지 독성 녹조가 창궐하는 죽음의 강으로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막아야 한다. 국민혈세를 탕진하고 금호강을 망쳐놓을 제2의 4대강사업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사업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홍준표 시장의 토건 삽질을 반드시 막아내고 다시 살아 돌아온 대구의 자식 금호강을 함께 지켜내 우리 미래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한다. 그 길을 위해 대구지역사회가 연대해야 싸워야 한다. 그 견고한 연대의 물결로 홍준표식 금호강 막개발 사업 반드시 막아내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생태도시 대구를 만들어가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대구지역 종교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0월 12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금호강 르네상스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결성을 알리며 금호강 개발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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