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인력의 싸움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기고] 부끄럽지 않은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

지금의 사회는 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계산한다. 그 어떤 직업도 필요치 않은 직업이 없겠지만 화물운송, 급식, 난방, 청소, 경비 등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꼭 중요한 업종이다.

지난 25일 급식실 노동자가 앞치마를 벗었다. 뉴스에서는 화물연대의 파업만큼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으나 지역 맘카페에서는 화물연대의 파업보다 교육공무직의 파업이 더 큰 화제였다. 당장 아이들의 점심이 빵 또는 떡으로 대체된다고 하니 부모들의 걱정이 대단했다.

우리는 정부에서 관리, 운영하는 사회 기반 시설을 이용한다. 가정, 학교, 학원, 공원 등 시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의 발아래에는 지역난방공사의 열수송관이 지나간다. 덕분에 우리는 추운 겨울에도 안정적으로 난방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열수송관에서 자꾸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안전예산과 안전인력을 줄여도 안전할 것이라는 공사 측과 매일 열수송관을 점검해야하기 때문에 안전인력과 안전예산을 늘려야한다는 노동자 측의 주장이 상충된다.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민으로써 매우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역난방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안전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상황에 열수송관의 안전 점검을 할 수 없다며 안전 점검을 멈추고 파업에 돌입했다. 열수송관이 갑자기 터지기라도 하면 100℃의 고온수가 우리의 일상을 덮칠 것이다. 안전인력은 매우 중요하다.

ⓒ 공공운수노조 제공

이렇듯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나는 이렇게 사회에 하루라도 없으면 큰일 나는 필수노동자에 대해 더 큰 노동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금도 그 큰 노동의 가치에 맞게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욕심과 다르게 필수노동자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적정한 임금만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마저도 보장해주고 있지 않다. 과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최저임금으로 살아야하는 지인 아들에게 어떻게 생활 하냐며 미안해했다. 그런데 필수노동자 중에서는 그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다.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 사망 사고 뉴스를 접할 수 있다. 하루 평균 두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다. 이 수치가 소위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 노동 현장의 현실이다. 이렇듯 노동자들은 전혀 안전하지 않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안전하게 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사측에서는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노동환경 개선을 미룬다. 정부에서도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이 유리하도록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법을 느슨하게 푼다. 노동자는 오늘도 죽지 않고 퇴근하기를 바랄 뿐이다.

어떤 언론에서는 시민들의 편의를 무시하고 파업하는 노동자가 무책임하다고 한다. 또 다른 언론에서는 노동자가 파업까지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을 방치한 사회가 무책임하다고 한다. 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면 파업까지 할까 싶다. 파업하는 노동자들은 책임감이 강하다. 생계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직장동료가 함께 일하다 죽고 생계에도 빠듯할 정도의 임금을 받아야하는 환경인데 과연 그들에게 책임감만을 강조하며 조용히 일만 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런 사회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내 자녀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런 사회에서 크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그때도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힘겹게 살아하고 언제 일하다 죽을지 모르는 환경에서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한다면 나는 우리 아이들 보기가 너무 부끄러울 것 같다.

과거 나는 노동조합에 가입해 본적도 없고 지금도 노동조합과는 거리가 멀다. 단지 내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존중받고 안전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지금의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외치며 파업하는 것을 지지한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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