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끝났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대통령 부인 논문표절, 허위경력 의혹을 둘러싼 논쟁에 묻혀 정작 중요한 의제는 제대로 논의도 못하였다. 물론 논문 표절에 대해서도 진전된 논의는 없었다. 여당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의 논문표절을 밝힌 국민검증단 소속 교수의 논문이 조작됐다며,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했지만 동명이인의 논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여당 의원이 국감장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셈이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반성이나 성찰은 없었다. 정치적인 공방으로 점철된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장애인 교육문제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10월 4일 교육부 국감에서 강 의원은 "올해 초 행정안전부가 지방교육재정 행정기관 공립 각급학교에 두는 국가공무원 정원 규정을 개정해 내년도 교사 정원을 2980명 감축했다”면서 “이 중 특수교사는 76%나 감축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교육부가 앞장서 교사 정원 감축을 막아줄 것을 주문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상당히 충격적인 상황이다. 저출생 영향으로 학령기 아동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학생 수는 오히려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에서는 특수교사를 매년 1000명 이상씩 증원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교사는 일반교사에 비해 양성인원 대비 임용률이 작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7월 전국 시·도 교육청이 발표한 '2023학년도 유·초·중등 특수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사전 예고' 인원은 총 474명에 불과해 전년도 대비 상당 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의 지적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불법인 장애학생 과밀학급
특수교육의 현실을 말해주는 단적인 지표는 정원의 83% 수준에 그친 특수학급 법정 교사 수다. 그것도 기간제 교원까지 모두 포함한 연인원 교사수이다. 교육부는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2018년~2022년)' 이행을 위해 법정 정원 대비 특수교사 배치율을 2022년까지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국민과 장애아동 학부모에게 약속하였지만 번번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약속 위반 사례는 이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지난 6월 28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두 가지 이상의 장애(중복장애)를 지니면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특수교육대상자의 경우, 교원 배치 기준에 적합한 수요 파악을 통해 특수교사 법정 정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요원하다.
법정 정원을 넘어선 과밀학급을 국가가 방치하는 것은 탈법 수준을 넘어 불법행위이다. 수십 년간 과밀 특수학급에 대해 특수교사들이 수없이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시도교육청 그 어느 한 곳도 법정 기준에 맞게 교원충원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없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기관장(학교장) 사이에는 특수교사로서의 헌신성에 의해 어려운 현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일반학교에 특수학급을 설치하지 않음으로써 이러한 문제 상황을 벗어나려는 경향도 나타나는데, 학교장과 학교 구성원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문제라고 본다. 학교 공동체의 장애 감수성을 탓하기에 앞서 국가가 해결해야 할 특수교육의 여건 개선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장애학생도 대학 진학을 원한다 – 우영우처럼
장애학생의 고등교육 문제는 또 어떤가?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목표인 SDG 4.5는 장애학생 교육 목표 달성 지표로 진학률와 취업률을 꼽는다. 장애학생 고등교육을 촉진하기 위한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은 정원 외 모집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발인원이 모집인원 대비 절반에 불과했다. 장애학생에게 대학 입학이 얼마나 높은 벽인지 당사자로서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하기 어렵다. 서울대학교의 경우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다. 2018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5년간 매년 모집인원을 18명으로 하여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운영했지만, 실제 선발은 4~7명 수준에 그친다. 전체 모집인원 대비 30% 밖에 선발하지 않았다.
강민정 의원은 "2022년 특수교육대상 고교 졸업자 중 일반대학·전문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20%에 불과한데, 2021년 전체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 73.7%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라고 하면서 "차별적 사회·교육 환경에 놓여있는 장애학생들에게 차등적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한다는 특수교육자 특별전형은 실상 진입의 벽이 너무 높아 장애학생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현실에 비추어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에 정말 우영우와 같은 유형의 자폐성 장애인이 있을까? 물론 우영우는 매우 기능이 높은 경우라서 드라마 사례를 대부분의 자폐성 장애인에게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만일 우영우와 같은 이가 있다면 숨겨진 탁월한 재능을 계발하여 변호사로 성장하기 위해 교육, 그것도 로스쿨과 같은 고등교육이 아닌 다른 어떤 방법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제2, 제3의 우영우를 위해서라도 대학들은 특별전형 취지에 맞게 장애학생들을 상대로 진입의 벽을 낮춰야 한다. 대학이 초, 중, 고교가 장애 통합교육을 위해 쏟는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장애학생 교육을 위해 투자한다면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국가책무 1호는 장애학생 교육권
신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인공지능(AI) 보조교사, 국제바칼로레아, 영어교육, 대학 평가로 경쟁 일변도, 수월성을 강조하는 교육에 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장관 시절 초석을 놓았던 신자유주의 교육의 시즌 2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추어 경기도 교육감은 0교시 부활을 시작으로 경쟁 위주 교육으로의 회귀를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다.
21세기 첨단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를 다시 서열화하고 야만적인 경쟁 분위기로 몰아가는 복고풍 정책이 성공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학교공동체와 교육 구성원 전반은 수월성 교육으로 교묘하게 포장된 '경쟁교육'의 허상과 반교육성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따뜻한 인간상을 지향하는 교육,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 모두 존중받는 교육, '모두는 모두를 의미한다(all means all)'는 표어 그대로 한 아이도 낙오하지 않게끔 모두를 포함하는 교육을 지향하는 교육으로의 고민과 성찰, 그리고 다양한 실험이 이미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흐름에서 보면 특수교육은 이러한 교육 전반의 진보와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한 노력과 흐름을 같이하며 성장해왔다. 장애에 대한 국가의 공식적 용어의 변화에서도 상징적 변화를 알 수 있다. '지적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전에는 '정신지체'로, 그 전에는 '정신박약'으로 불렀다. 정신박약(薄弱)은 발전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그 상태에 머무르는 데 초점을 둔 표현이다. 정신지체(遲滯)에는 느리지만 장애학생도 조금씩 발전한다는 개념을 표하기 위해 '지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2010년 이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지적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정신(mental) 세계의 문제라기보다는 지적인 부분에 어려움(장애)이 있을 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수교육의 진보와 변화가 윤석열 정부 경쟁교육의 퇴행적 부활에 의해 퇴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선공약에 적시한 장애학생 교육권의 보장이 구호나 구색 맞추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노량진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특수교사 임용을 준비하는 젊은이는 늘어나는데, 코로나로 인해 특수교육 대상자도 크게 늘어나 과밀 특수학급 문제는 전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권 초기부터 특수교사 임용인원이 대폭 축소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장애교육 관점과 인식에 대한 불안과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새롭게 대한민국 교육을 이끌어갈 신임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국가책무로서의 장애학생 교육권, 모두를 포함하는 교육을 당부한다.
※ 강경숙은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7~2018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본회의 위원을 지냈고,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본회의 위원, 국무총리실 장애인정책위원회 위원,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 분과 부위원장, 국립정신건강센터 미래비전자문위원,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겸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