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유족, 사건 발생 33년만에 국가서 배상 받는다

법원 "경찰, 살해 가능성 인지 후에도 조직적으로 증거 은닉 등 은폐·조작"… ‘국가배상책임’ 인정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중 하나인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사건 발생 33년만에 국가에서 배상을 받게 됐다.

수원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이춘근)는 17일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피해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부모에게 각 1원 원, 형제에게 2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미 부모가 사망한 만큼 형제에게 2억2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 ⓒ프레시안(전승표)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 30분께 경기 화성시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이던 김모 양이 학교 수업을 마친 뒤 귀가하던 중 사라진 사건으로, 지난 2019년 ‘이춘재연쇄살인사건(옛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진 이춘재가 수사기관에 자백한 살인사건 중 하나다.

당초 ‘실종사건’으로 분류돼 30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었던 해당 사건은 이춘재의 자백 이후 재수사가 이뤄지면서 ‘살인사건’으로 전환됐다.

이후 경찰은 재수사를 당시 담당 경찰관 2명이 김 양의 유류품과 시신 일부를 발견했음에도 불구, 이를 은폐한 것으로 보고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형사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자 유족 측은 2020년 1월 이들을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및 범인도피 등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사건을 은폐·조작한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 양의 어머니는 소송 제기 직후 사망했고, 김 양의 아버지도 지난 9월 세상을 떠나면서 김 양의 오빠가 홀로 소송을 이어왔다.

재판부는 "사건 담당 경찰의 진술 내용과 조사 보고서 등을 볼 때 경찰은 이미 당시에 피해자의 유골을 발견한 뒤 살해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이를 은닉하고, 단순 가출사건으로 종결하는 방식으로 실종사건 진상을 은폐·조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의 위법행위로 인해 유족은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할 권리 및 사인에 대한 알 권리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당했다"며 "따라서 국가는 유족에게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김 양의 유족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유족 측 변호인은 "유족 입장에서는 마지막으로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제도가 ‘국가배상 손해배상’ 판결이었는데, 단시 경찰의 위법행위 사실과 그 책임이 인정됐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초 손해배상 청구액은 2억5000만 원이었지만, 부모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사망에 이른 점을 고려해 4억 원으로 높였다"며 "30년간 실체적 진실 발견이 지연된데 대한 유족의 충격이 부모의 사망과 무관하지 않음에도 청구취지 금액 전부가 인정되지 못한 점은 상당히 아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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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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