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월드' 붕괴? <폭스뉴스>도 트럼프 연설 생중계하다 끊어버렸다

엇갈리는 트럼프 출마 선언 반응…"결국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 될 것" 예측도

"플로리다 남자, 선언하다(Florida Man makes announcement)"

도널드 트럼프 집권 시에 가장 우호적인 논조를 보였던 보수 일간지 <뉴욕포스트>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에 대해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이 언론은 심지어 이 기사를 16일 신문 26면에 배치했다.

트럼프 출마 선언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트럼프는 15일 현재 거주하고 있는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대중 연설회를 갖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영광스럽게 만들기 위해 나는 오늘 밤 미국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해 연임에 실패했던 트럼프에게 이번이 세번째 대권 도전이며, 퇴임 후 1년 10개월 만에 정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트럼프는 출마 선언에서 "2년 전 우리는 위대한 국가였고, 곧 우리는 다시 위대한 국가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 정권에 대한 맹폭을 쏟아내고, 중국이 2020년 대선에 개입했을 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제기하며 다시 '음모론'에 불을 지폈지만, 그에 대한 열광이 줄어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당장 대통령 트럼프를 만든 일등공신이자, 트럼프 집권기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조직 중 하나인 보수 언론들이 이전처럼 열렬한 지지를 표하지 않았다. 출마 선언 기사를 26면에 처박아 노골적인 모욕을 준 <뉴욕포스트>만이 아니라 <폭스뉴스>도 이날 트럼프 연설을 생중계하다가 40여분이 지나가자 끊어버렸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도 "정치 참여 계획이 없다"…주요 후원자와 충성파 의원들도 등돌려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후계자라고 생각하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도 이날 성명을 내고 "나는 더이상 정치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방카는 "나는 항상 내 아버지를 사랑하고 지지할 것이지만, 나는 정치 바깥의 영역에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충성파 의원들의 발언 수위도 '거리 두기'가 느껴진다. 또 트럼프의 후원자였던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CEO 스티븐 슈바츠먼도 최근 공개적인 지지를 접었다. 이날 출마 선언에 참석한 공화당 소속 의원은 매디슨 카우던이 유일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재임시 그의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도 1.6 의회 폭동 이후 갈라섰고, 최근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해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토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이처럼 지난 8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얻으며 트럼프 확장력의 명확한 한계가 확인되면서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대안'에 눈을 돌리게 됐다.

2024년까진 2년이나 남아…물불 가리지 않는 트럼프 상대할 용기 있을까?

그러나 여전히 2024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가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으며, 실제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를 가장 오랫동안 취재한 기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매기 하버먼 뉴욕타임스 기자는 16일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공화당 경선 주자라고 경고했다. 그는 2024년 대선까지 거의 2년이 남았다며 "우리에게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 인사들의 모임인 '링컨프로젝트'의 공동 설립자 스튜어트 스티븐스는 15일 MSNBC와 인터뷰에서 공화당 정치인들에 대해 "겁쟁이"라고 비난하면서 결국 "트럼프가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트럼프는 이번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노골적으로 디샌티스를 '디샌티모니어스(DeSanctimonious)'라고 비아냥 거리면서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는 디샌티스가 경선 국면에서 유력한 경쟁자로 등극할 경우, 본격적인 네거티브에 들어갈 것이며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디샌티스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디샌티스가 2024년 이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할 때, 승부수를 걸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인 셈이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가장 큰 경쟁자였던 조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뒷조사'를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 2019년 하원에서 탄핵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 앞에선 국익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공화당의 미래 따위엔 관심이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16일 <뉴욕포스트> 26면에 실린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출마 선언 기사.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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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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