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민 "우크라이나 피로가 현실이 되고 있다"

유럽.아프리카 등 전쟁 장기화 우려…美 중간선거에도 악영향

미국 정부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 평화협상에 대해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평화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접고 협상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내도록 물밑에서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우크라이나 피로는 일부 우리 동맹국들에게 현실적"이라면서 8개월 넘게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 관계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외교적 협상에 진지하지 않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평가에 공감하면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는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유럽,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일부 국가들에서 전쟁 지속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전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벌어짐에 따라 폭등하는 에너지 가격, 곡물 가격 등으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안보 불안감까지 커지고 있다.  

WP는 "이같은 논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복잡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내에서도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 여론이 나빠지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0%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 중 48%가 미국이 너무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6%만 이처럼 응답한 바 있다.

이런 여론은 오는 8일 있을 중간선거에서 집권여당이 민주당에게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내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우크라이나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지지하며 이를 위한 미국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상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일 것을 조언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5일(현지시간) 폭격 당해 무너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한 민간 건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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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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