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2차 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시대 도래…서구 지배는 끝났다"

"한국, 우크라 무기 제공시 러와 관계 파탄…북한 미사일 사태 책임은 미국에 있어"

"우리는 역사적 경계에 있다. 앞으로 10년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동시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대만에서의 불안정한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서방 식민주의에 사로잡혀 다른 문명 발전 방해"

푸틴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위험하고 피비린내 나는 게임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와 대화해야 할 것"이라며 "서방이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는 현재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인류에게 위험이 도래했지만 서방은 여전히 식민주의에 사로잡혀 있으며, 다른 문명의 발전을 방해하려 한다"며 "러시아는 서방의 말을 절대로 따르지 않을 것이다. 서방이 이를 깨닫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그 대가는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무기 존재하는 한 사용 위험은 상존"

특히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 사용의 위험은 상존한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에 대해 절대 언급한 적이 없다"고 서방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은 자국의 안보와 영토를 침해받을 때 국한된다는 원칙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최근 러시아가 제기한 우크라이나의 '더티밤(dirty bomb)' 사용 가능성에 대해 자신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영국, 프랑스 등 국방장관과 전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쇼이구 장관은 지난 23일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터키) 국방장관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갖고 이런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으며, 러시아는 24일 유엔에도 이런 주장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또 푸틴은 "러시아는 서방에 도전하지 않고 스스로 발전할 권리를 지키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스스로를 서방의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서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우리는 서방으로부터 부정적 답을 받았다"고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책임을 서방에 돌렸다.

"러시아 경제가 강하다는 것 확인나는 올 한해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현재 보여지는 것처럼 '손해'를 의미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특별 군사 작전' 기간 발생한 손실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경제를 포함해 주권을 강화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경제는 생각보다 강한 것으로 확인됐고 나는 올 한해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푸틴은 "아시아를 포함해 새로운 힘의 중심이 태어났다"며 "서방은 아시아에서 라이벌을 만나자 모든 규칙을 내팽개쳤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아시아의 정치적·경제적 힘에 정당하게 경쟁하지 못하자 경제제재를 사용하고 혁명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우크라에 무기 제공시 러시아와 관계 파탄"

푸틴은 또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한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을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푸틴은 "미국이 북한과 합의에 도달했지만 대북 제재를 도입해 긴장을 고조시켰다"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북한의 이익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로 인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며 "러시아가 평양을 무장시킨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방탄 헬맷, 천막, 모포 등 군수물자와 의료물자, 인도적 지원은 제공했지만 살상 무기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푸틴은 중국에 대해서 "양국 관계가 유례없이 개방돼 있고 효율적"이라며 시진핑 주석에 대해 "가까운 친구"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 "오만과 책임 회피에 기인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발다이 클럽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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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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