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관광'이란 바로 이런 것…떠나자! 가을이다!

[함께 사는 길] 가을, 생태관광 떠나자 ①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여행의 경험 여부(2020.2.~4.)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5.5%가 국내여행 횟수를 줄였다고 답했고, 국내여행 계획을 변경한 사람은 95.8%에 이르며, 그들 중 사람이 적은 지역 위주로 여행지를 바꾼 이들이 절반이 넘는 58.4%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56.1%가 국내관광을 선택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지구적 대유행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이동권의 제약이라는 불편 속에서, 역설적으로 이동권 제약은 우리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방역의 일상화와 방어적 개인위생관념이 내재화된 시대의 여행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규모와 양이 아닌 가치 중심의 여행, 경관 중심이 아닌 경험과 체험 중심의 여행이 새로운 관광의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한국생태관광협회가 그러한 새로운 여행의 지향을 담은 생태관광을 소개하고 가볼 만한 생태관광지역들을 추천했다. 가을이다. 떠나보자.

이 글은 <함께사는길>과 한국생태관광협회가 공동기획했으며, 한국생태관광네트워크와 생태관광지역협의체가 집필 및 자료 협조에 동참했습니다.(☞ 바로 가기 : 생태관광, 생태관광협회)

생태관광은 개발되지 않은 자연경관을 즐기는 '자연관광'과 지역사회에 정당한 관광수익을 보장하는 '공정여행'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지역의 자연과 문화 보전에 기여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생태교육과 해설을 통해 참여자가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는 여행이다. 그런데 이런 정의 중심 설명은 아무래도 "뭔 말이야?" 싶다. 사례로 설명하는 게 이해하기 쉽겠다.

이런 게 생태관광

제주 선흘리의 동백동산을 90분 정도 탐방하는 길이다. 동행하면서 낯선 고사리나 동백동산습지에서 만난 수서곤충의 정체가 뭔지 알려주고 4.3때 주민들이 숨었던 동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주 방언을 섞어가며 구순히 알려주는 자연환경해설사가 있다. 그이는 선흘리에서 나고 자란 이 마을 삼춘(남녀 할 것 없이 동네 어른들을 범칭하는 제주어)이다.

동백동산 탐방을 마치고 동네로 돌아가 도토리 칼국수를 먹는다. 국수는 동백동산에 자생하는 종가시나무와 참가시나무 도토리로 만든 것이다. 마을 여자 삼춘들이 동백동산 도토리를 채집해서 마을 부녀회에 판매하고 부녀회는 도토리 가루를 내어 그 분말을 마을 내외의 판매장이나 주민들에게 판매를 한다. 마을 주민들은 순번제로 국수를 만들어 파는 집을 정한다. 국수를 팔아 번 수입 일부는 마을협동조합에 기부한다. 조합은 그걸 주민복지에 사용한다. 동백동산 생태관광을 간 사람들이 선흘리에서 사먹는 도토리 국수에는 그렇게 주민들은 동백동산을 보호하고 동백동산은 주민들에게 수익을 낼 수 있게 제 산물을 내주는 공존의 사연이 숨어있다. 그 사연에 감동한 생태관광을 온 이들의 박수가 나오자 그들과 동행한 해설사 삼춘이 '동네 칭찬하는 박수를 받으니 기분이 좋다. 내가 사비로 제주 전통음료인 쉰다리를 여러분께 대접하겠다.' 말한다. 박수가 다시 터진다.

국수를 먹고 탐방객들은 마을 인근 함덕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해변에서 기다리던 작가 삼춘이 사람들에게 체를 하나씩 손에 쥐어주며 해변가 모래사장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라고 청한다. 사람들이 체로 걸러 모은 미세플라스틱을 가져오자 삼춘은 모래밭을 손바닥으로 정리하곤 미세플라스틱 만다라를 만들어 보여주며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를 죽이는 현실과 이 만다라가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피해를 본 바다와 바다생물에 대한 사죄의 의미가 있음을 알려준다. 작가 삼춘은 그가 개인 미술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미세플라스틱 만다라 작업에 쓸 재료로 사람들이 모아온 미세플라스틱을 수거해 갔다. 해변의 만다라 작업 이후에도 캘리그라피 티 만들기, 대안학교 학생들의 오카리나공연, 엠프 없는 숲속 음악회 등 여행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소비행위가 아닌 가치의 체험

결국, 생태관광은 관광객 본인이 주체로 참여하는 체험적 여행이다. 그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고 더불어 지역 생태를 지키는 주민들의 삶의 질도 함양하는 여행이다. 지역 경관의 소비, 지역 특산물의 소비로 흐르는 일반적인 여행과는 여행 경험을 통해 생태적 가치의 체험,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지지하는 경험이라는 차별성이 두드러지는 것이 생태관광인 것이다. 흔히 농산어촌관광과 생태관광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몇몇 판별이 쉬운 구별법이 있다.

△여행객이 많을수록 수익이 많아지는 농산어촌관광과 달리 생태관광은 지역 생태계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만 여행객을 받는다. △물고기 잡기 체험에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먹는가 아니면 어떤 어류인지 그 어류가 잘 살려면 하천환경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생태교육을 하고 다시 방생하는가에 따라 생태관광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1회용품 사용 등 일체의 환경파괴적인 생활용품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이 생태관광이다. 물론 이런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생태관광 프로그램이라고 일반화, 단순화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사실은 전국의 생태관광지역들은 더 넓고 깊은 생태관광의 원칙을 지역 특성에 맞게 구체화해 지키고 있다. 그런 노력이 마을과 여행객, 지역 생태계 모두의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2011년 생태관광지역지정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 이후 2022년 8월 현재까지 전국에 총 29개소의 생태관광지역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자연자산의 보전 및 현명한 이용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관광, 그것이 생태관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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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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