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캔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함께 사는 길] '제로 플라스틱' 대체재 알루미늄 캔의 두 얼굴

최근 테이크아웃 시 음료를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닌 알루미늄 캔에 포장해주는 카페가 늘고 있다. '제로 플라스틱' 움직임에 알루미늄 캔이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 캔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두 얼굴의 금속, 알루미늄

알루미늄은 오래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으며 가장 풍부한 금속원소다. 하지만 알루미늄을 꺼내 사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연 상태에서는 항상 다른 원소와 결합하는 특성 때문에 금속 상태의 순수 알루미늄은 발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1825년 덴마크의 화학자 한스 외르스테드가 광석으로부터 순수한 알루미늄을 추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알루미늄의 탄생을 알렸다.

당시만 해도 알루미늄은 복잡한 생산 과정과 높은 생산 비용 때문에 금, 은보다 더 희귀하고 가치 있는 금속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나폴레옹 3세는 특별한 귀빈을 대접할 때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식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알루미늄의 정제 기술 발달과 함께 1890년대 알루미늄의 상업적 생산이 시작되고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알루미늄의 위상은 높아졌다. 잘 부식되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강한 특성 때문에 건물, 자동차, 항공기, 선박, 전자제품, 음료수 캔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금속 중에서 철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고 있으며 필수 금속으로 자리 잡았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지구를 망쳐온 금속이기도 하다. 세계 주요 알루미늄 공급원은 보크사이트 광석이다. 천연자원인 보크사이트 광석을 채굴한 후 채굴한 광석을 화학적으로 처리해 알루미나를 추출한다. 이렇게 추출된 알루미나는 흰색 분말 형태인데 이를 순수한 금속의 알루미늄으로 만들기 위해선 전기 분해 공정이 필요하다. 전기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한 알루미늄은 생산 과정에서 전력 소비량이 상당한데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소에 기대고 있다. 탄소 배출량도 매우 크다. 현재 알루미늄 산업은 매년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전 세계 인류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의 약 2퍼센트다.

그럼에도 알루미늄이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재활용이 쉽고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한 번 만들어진 알루미늄은 이론상 100% 재활용이 가능하며 여러 번 재활용하면 품질이 떨어지는 플라스틱이나 다른 금속과 달리 품질 손상 없이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이다. 알루미늄 캔을 재활용하면 폐기물 발생을 감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앨리스 레논 등이 최근 <네이처 지속가능성>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알루미늄 재활용은 1차 생산(보크사이트에서 생산)보다 에너지 소비가 5% 이하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4% 수준이다. 1차 생산 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알루미늄 1톤당 14.5톤인데, 재활용 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0.65톤이다. 이 또한 효율 개선과 탈 탄소 전력 사용으로 2050년에는 0.5톤 수준까지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클 이코노미의 서큘라리티 갭 리포트(the Circle Economy’s Circularity Gap Report)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알루미늄은 33%가 재활용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에서 사용된 자원 중 8.6%만이 재활용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2050년까지 알루미늄 업계의 탄소 배출량을 80퍼센트 줄이려면 재활용률을 50%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버려진 캔 10개 중 3개만 다시 캔으로

재활용이라고 다 같은 재활용은 아니다. 알루미늄을 가장 고부가가치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은 용도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알루미늄 캔은 알루미늄 캔으로, 알루미늄 호일은 알루미늄 호일로, 알루미늄 샷시는 알루미늄 샷시로, 자동차 부품은 다시 자동차 부품으로. 물질을 버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생산 및 소비체계를 말하는 '순환경제'에서는 이를 '닫힌 고리 재활용(Closed Loop Recycling)'이라고 부른다. 한두 번 재활용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 같은 용도로 반복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해야 제대로 된 순환체계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알루미늄을 전량 수입한다. 그중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하고 또 많이 버리는 것은 알루미늄 캔이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년 알루미늄 캔 소비량은 약 9만4천 톤이다. 소비된 후 캔의 재활용률은 약 81% 수준으로 높다. 하지만 이중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31%에 그치고 있다. 버려진 알루미늄 캔 10개 중 3개만이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는 것이다.

캔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알루미늄 캔 속에 재활용 공정을 방해하는 이물질이 섞이면 안 된다. 플라스틱이나 담배꽁초 같은 이물질은 물론 끈적끈적한 음료나 식품 잔여물은 알루미늄 재활용 과정에서 기화되면서 가스를 발생시켜 재활용을 방해한다. 세계적인 알루미늄 캔 재활용 기업인 노벨리스코리아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음료 캔을 마신 뒤 헹구지 않고 바로 버릴 경우 평균적으로 무게의 27%가 수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인천의 한 선별장에서는 내용물이 남아있는 채로 배출된 캔이 대다수였다. 한 관계자는 "탈취제, 락카, 생크림 등의 용기로 사용되는 에어로졸 스프레이 캔은 내용물이 남아있는 채로 배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재활용품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뻥하고 터지면서 작업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내용물이 나와 다른 재활용품도 오염시킨다. 통조림 햄도 플라스틱 뚜껑을 함께 배출하는 경우가 많고, 겉비닐을 떼어내야 한다는 것도 대다수의 시민들이 모른다. 배출할 때부터 음료용 알루미늄 캔, 식품 캔, 스프레이류로 나누도록 유도한다면, 선별과 재활용 과정이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캔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적합한 선별 품질을 요구하는데 선별 업체에서는 이 품질을 맞추려면 선별 비용이 많이 든다. 선별 업체 입장에서는 알루미늄 캔 재활용 업체가 아닌 탈산제나 저품질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캔으로 다시 재활용되기 위해선 알루미늄 캔만 따로 모아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알루미늄 캔만 따로 모아서 다시 알루미늄 캔으로 고급 재활용을 해야 된다는 인식도 부족하고, 제도적 완비도 되어 있지 않다. 알루미늄을 세분화하지 않는 재활용 시스템이 전체적인 알루미늄 재활용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독일이나 북유럽의 경우에는 알루미늄 캔은 보증금 시스템이기 때문에 판매점이나 거점장소를 통해 알루미늄 캔만 따로 모아 재활용이 되고 있다. 미국도 10개 주 정도는 보증금 시스템이며 수거된 캔의 92.6%가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 순환 경제를 리드하는 EU는 2030년까지 알루미늄 캔을 100% 재활용 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 선별 후 압축 과정을 거친 알루미늄캔. ⓒ함께사는길(이성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대안되려면

알루미늄 캔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하는 데에는 60일이 걸린다. 1년이면 6번의 재활용을 통해 6배의 캔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 캔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막아내고 지구를 구하려면 알루미늄 컵이 다시 컵으로 재활용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다 쓴 캔을 깨끗하게 분리 배출하는 것이다. 분리배출의 기본은 '비헹분섞'이다.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이 헹궈서, 다른 재질과 분리하여 같은 재질끼리 섞지 않고 배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비단 페트병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재활용에도 적용된다. 더불어 재활용 시스템 개선과 정책적인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캔 분리수거는 이렇게

Q. 캔도 씻어서 배출해야하나요?

A. 네! 잔여 음식물이나 음료가 남지 않도록 세척하는 것, 담배꽁초 등 다른 이물질을 넣지 않고 배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캔에 잔여물이 남아있으면 냄새가 나거나 해충이 모이게 되고, 선별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안전을 위협하게 됩니다. 또한 물과 달리 음료는 끈적해 선별 및 이동 과정에서 증발하지 않고 캔에 남아있게 되는데, 이는 알루미늄 재활용 공정에서도 방해가 됩니다. 

Q. 캔 고리도 떼서 버려야하나요?

A. 한 때 '알루미늄 캔 뚜껑 고리 1만 개를 모으면 휠체어로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고리를 따로 수집했는데요. 이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고리 1만 개는 약 2kg으로 폐 알루미늄 캔 단가를 기준으로 3400원에 불과할 뿐더러 현재 휠체어와 바꿔주는 단체나 기업 또한 없습니다. 캔 뚜껑 부분과 본체 모두 알루미늄 재질이기 때문에 따로 분리하지 않고 배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선별장 입장에서는 이 또한 귀중한 자원이기 때문이죠.

Q. 캔은 밟아서 버려야하나요?

A. 분리 배출하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집에 캔이 쌓여있게 되면 공간을 차지하니, 캔을 찌그러뜨려서 부피를 줄이는 것이 편리합니다. 철 캔은 자석으로 선별하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알루미늄 캔은 부피가 줄어들게 되면 선별하기가 조금 더 어려워지는데요. 캔을 세로로 세워놓고 납작하게 밟는 것이 아니라 눕혀서 옆면을 밟는다면 부피도 줄이고, 선별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 크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Q. 알루미늄 호일은 어떻게 버려야하나요?

A. 요구르트 마개, 초콜릿 포장재를 비롯한 알루미늄 호일 역시 재활용은 가능합니다. 다만 부피가 작기 때문에 그냥 분리배출하게 되면 선별이 어렵습니다. 알루미늄 호일을 모아서 선별이 용이하도록 야구공 정도의 크기로 뭉쳐서 알루미늄 캔과 함께 배출하시면 됩니다.

▲ 내용물이 남아있는 채로 버려진 에어로졸 압축용기는 캔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폭발해 작업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도 많다. ⓒ함께사는길(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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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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