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단길'의 범람, 그 신드롬과 양면성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무장소성의 지리학을 경계해야

서울의 경리단길 이후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위 '리단길'의 탄생 배경은 2009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의 핫플레이스였던 이태원 지역은 상권의 활기를 띠면서 전성기를 맞이하지만, 상권의 부흥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임대료 상승은 소상공인들을 이태원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인 국군재정관리단(옛 육군중앙경리단)의 언덕길을 중심으로 자리 잡게 했다. 그 길을 따라 소상공인들의 창의성과 실험정신이 녹아있는 다양한 식당과 상점들이 집적화되면서 경리단길이 탄생하게 되었다.

경리단길은 독특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으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힘이 가미되어 리단길의 성공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후 망원동의 망리단길, 연희동의 연리단길, 양양군의 양리단길, 봉황동의 봉리단길 등 수많은 '리단길'이 생겨났고 '리단길'이라는 명명하에 현재도 골목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리단길은 현재 코로나와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활기를 잃어가고 있으며, 개성 있는 골목 공간에서 벗어나 임대료를 견딜 수 있는 대형 SPA브랜드 쇼핑몰, 프랜차이즈 업체, 대기업 화장품 로드숍 등의 상권으로 채워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림자가 경리단길을 쇠락으로 이끌고 있다.

▲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경리단길 ⓒ프레시안 자료사진

리단길은 복사‧붙여넣기(ctrl+c, ctrl+v) 진행중

한국관광공사의 지역관광역량 심층 진단 및 분석 보고서(2021)에 따르면 골목 관광상권의 지역별 분포 현황조사에서 리단길은 전국에 125곳으로 나타났으며, 그중 '리단길'이라는 명칭을 가진 지역은 전국에 33곳(2022년 03월 기준)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에 9곳으로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다음으로는 경기도 4곳,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충북, 경북, 경남 지역에서 각각 2곳, 대구광역시, 광주광역시, 강원도, 전북, 전남 지역에서 각각 1곳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리단길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리단길을 따라 상권명을 리단길로 명명하여 전국에 나타난 골목길들은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골목길을 따라 인스타그램 게시를 위한 맛집들만 즐비하여 있다.

리단길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리단길로 명칭한 골목길들은 복사하여 붙여넣기 하듯 공간이 복제되고 있는 느낌이다. 따라서 매력적인 고유 공간이 배재된 채 경리단길을 따라 만들어진 리단길들 역시 쇠락의 길을 걷지 않는다는 점을 보장할 수 없다.

경리단길의 후광효과로 네이밍된 리단길이 전국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며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보편성을 가진 인스턴트식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리단길이라는 네이밍은 점점 희소성을 잃어가고 있다. 차라리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이름표를 달아주면 어떨까?

또한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소비자들은 한 공간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다니며 소비를 즐기고 있다. 트랜드에 민간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리단길만의 차별화된 공간전략이 없다면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지는 평범한 동네 골목길로 남게 될 것이다.

경리단길의 아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 역사성 등의 특색을 반영한 지속 가능한 골목상권을 가진 리단길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리단길은 외국의 골목길들과 비교시 생존력이 매우 약하다.

외국의 골목길들은 자연발생적이거나 역사성을 지닌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국내 리단길과는 탄생 배경부터 다르지만, 리단길을 외국의 골목길처럼 공간에서 느껴지는 정취와 살아 숨쉬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등의 새로운 골목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인스타그램을 위해 보여주기 식의 골목 문화가 아닌 지역의 정체성과 지역경쟁력을 가지는 매력적인 장소로써 골목의 가치를 더해야 할 때이다. 수 십 년이 지나도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존재의 가치가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하이퍼로컬플랫폼(hyperlocal platform)과 로컬크리에이터(local creator)로 승부수 던져야

리단길의 생존전략 방안은 지역에 기반을 둔 맞춤형 거래 서비스 모델인 '하이퍼로컬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 활용과 지역의 잠재된 가치를 발굴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하이퍼로컬플랫폼은 코로나로 인해 외부로의 외출이 자제되고 온라인 구매 및 지역 내 직거래 선호, IT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급속하게 성장했다. 하이퍼로컬플랫폼 서비스를 활용하여 리단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리단길만의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소상공인 제품 및 생산품들을 소비자와 연결시켜줌과 동시에 지역별로 특화된 리단길형 하이퍼로컬방식의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전국 및 광역 단위가 아닌 리단길 단위의 하이퍼로컬 유통채널 방식으로의 로컬 생태계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리단길에서의 소상공인들에게는 판매 활로 개척 및 홍보를 통한 신규고객 유입을 기대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유통비용 절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윈-윈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지역의 핵심 기획자로 떠오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를 통해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창의적인 지역색을 만들고,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현재의 리단길은 거듭나야 할 것이다.

지역발전의 전 세계적인 트랜드는 중앙정부에서 벗어나 지역 주도 하의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하이퍼로컬플랫폼과 로컬크리에이터를 융합한 로컬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리단길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관협력의 촘촘한 거버넌스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리단길의 복제된 모델이 아닌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하고 지역브랜드를 형성하여 하나의 골목상권을 넘어선 지역의 강력한 히든챔피언으로 성공시킬 수 있는 골목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지속 가능한 협력 및 지원체계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리단길들이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기 위해 로컬이 지닌 지역성과 정체성을 담아 지속 가능한 장소정체성에 기반한 골목길이 조성되어야 한다.

리단길 경쟁력은 잠재된 가치를 발굴하는 사람과 고도의 기술의 콜라보를 통해 살아있는 실험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모조의 리단길이 아닌 진정성에 가치를 부여한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리단길에서 숨은 로컬컬러 찾기에 도전해보자. 

■필자 소개 

채지민 박사는 지역정책 전문가로 경기연구원, 성남산업진흥원을 거쳐 지역산업분석 및 지역혁신정책 등을 연구하는 상화연구소의 대표직을 맡고 있으며, 대학에서 글로벌 경제와 지역문제, 지역 및 공간 정책 실습 등의 과목을 강의를 하고 있다. 현재 지자체 발전전략, 창업 활성화,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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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한국 지리학내 전문학회로 발족한 한국경제지리학회는 국내외 각종 경제현상을 공간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연구 역량을 조직화하여 지리학의 발전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지리학회는 연 2회 정기 학술 발표대회와 국내외 석학을 초빙해 선진 연구 동향을 토론하는 연구 포럼, 학술지 발간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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