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선비인성교육 실효성 의문

영주시 인성교육 "잠자고 화장고치는 시간 ...선비정신 세계화 소가 웃을 일"

영주시와 영주시 교육지원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선비인성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에 제기되고 있다.

▲ 선비품성 영주교육을 표방하는 영주시교육지원청에서 시행하는 선비인성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지만, 담당 장학사는 올해는 시간적 제약으로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에 대한 개선대책도 없이 선비인성고문에 가깝다고 평가되는 기존의 방식대로 예산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최홍식)

영주시는 선비정신을 세계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선비실천시민운동본부를 창립하고 2018년 선비도시 세계화선포식, 세계인성포럼, 선비대상 제정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고, 선비인성교육을 위해 영주시에서는 매년 선비정신실천운동본부에 1억여원, 영주시교육지원청에 선비인성교육 운영경비명목으로 1억여원을 지원해 선비인성교육을 추진해 왔다. 

벌써 5년째 시행되고 있는  선비인성교육은  그 대상자인 청소년들에게는 인성교육이 아니라 ‘선비인성고문’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영주시 선비인성교육단체의 비전문성이 도마에 올랐다. 각급학교 인성교육에 파견되는 강사는 대부분 선비인성 지도자과정이라는 정체불명의 사설교육단체의 단기속성 교육과정을 이수해 발급한 인성교육지도사 자격증을 소지했거나, 교직이나 공직 은퇴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이었고, 선비인성교육과 관련된 전공자나 학위를 소지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더욱 큰 문제는 선비인성교육이라는 체계적인 교재나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점이다. 선비인성교육에 참여한 5개 선비인성단체는 제 각각 검증되지 않은 교육프로그램으로 교육을 진행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일관성이나 체계가 없는 중구난방식 교육이 이루어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각 학교의 선생님들조차 이런 선비인성교육을 왜 시행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몇몇 단체에서 교육하고 있는 '안자 6훈' 프로그램은 학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충효예신성경(忠孝禮信誠敬) 등과 같은 6가지 항목은 성리학의 형이상학적 철학개념으로서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애당초 무모했다는 것이 학술계의 평가였다.

동양철학계 P모 중견교수는 “안향을 안자로 칭하는 것은 유학 도통의 역사로 볼 때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더구나 우주론적 존재론과 실천론이 인식론을 통해서 하나로 연결되는 성경(誠敬)과 같은 철학적 개념은 전공을 한 대학원생 정도 되어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고도의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 개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기속성과정을 마친 인성교육지도사들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이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은 단지 한자의 뜻 정도일 뿐인데, 이것을 가지고 선비인성교육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시행초기 1,2차년도 열렸던 평가회의를 통해 지적됐지만, 평가회의 또한 예산집행 결과보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고,  이후 3년 동안 영주시나 영주시교육지원청은 문제 개선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이 매년 이러한 문제는 반복되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교육평가를 위한 설문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본 기자는 정보공개 요청을 통해 2021년 선비인성교육 교육평가 자료를 요청했지만, 교육청 담당장학사는해당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다른 프로그램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내왔다. 결론적으로 인성교육이후 당연히 시행하게 되어있는 교육평가 설문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영주교육지원청의 교육직무 실행의 누수를 보여주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교육청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또한 취재 결과 지난 5년동안 진행된 선비인성교육 현장에 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물론 영주시 담당주무관은 단 한 차례도 임장한 사실이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영주 청소년 인성교육을 주도하는 영주시와 교육지원청은 올바른 인성교육에 대한 교육적 열의는 고사하고 주어진 예산만 사고 없이 집행하고 보고만 하면 그만이라는 무사안일한 복지부동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듯, 2020년 개최된 청소년 위원회에서 청소년들은 시의원들과 시청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선비인성교육에 대해 “선비인성교육시간은 여학생들은 화장을 고치는 시간이고, 남학생들은 잠자는 시간이다”는 솔직한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이광우 영주시 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은 "이제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아 업무의 전반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문제가 있다면 올해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반환하더라도 원점에서 전문가로 구성된 TF 팀을 구성해 선비인성교육의 효율적 방안을 모색해서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담당 장학사는 몇일 후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올해는 어쩔 수 없이 기존방식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선비문화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A모씨는 “영주시 선비인성교육의 현주소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평가를 귀담아 듣지 못하는 영주시와 영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은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선비인성교육을 아마추어 동호회 단체들에 맡기고서 선비정신을 세계화시키겠다니 이는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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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식

대구경북취재본부 최홍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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