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신시가지'는 1996년 부산시 최초의 계획도시로 알려져 있다. 신시가지가 조성된 지 20년을 넘기면서 도시 곳곳에서 인프라 노후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현재 해운대구에는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기준으로 30년 이상은 8064가구, 15년 이상은 7만3826가구가 있다. 이에 해운대구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에 관한 조례(2021.06.02. 시행)를 제정하여 공동주택에 대한 리모델링 지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해운대 그린시티 상록아파트 재건축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을 위한 창립 총회'를 열었다고 한다. 해운대 신시가지에 위치한 상록아파트(해운대구 좌동 1331)는 1998년 준공된 중소형 단지다. 최고 20층의 아파트 9개 동에 1000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전체 가구가 동일 평형(전용면적 75㎡)이고, 인근 단지에 비해 동 간격이 넓은 편이다. 추진위는 지난달까지 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았고, 1000세대 가운데 73%가 동의해 조합 설립을 진행하기로 했다. 상록아파트를 시작으로 부산의 노후건물 리모델링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 재건축 앞둔 노후건물
2022년 1월 1일 기준 부산 표준지 공시지가와 지난 1년간의 토지 거래 가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땅값은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 이슈가 많은 해운대·남·수영·부산진구 등에서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 표준지 공시지가는 평균 10.4% 상승했으며 이는 전년도 11.1% 상승보다 0.7% 포인트 하락했지만, 표준지 공시지가의 전국 평균 상승률 10.37%보다 약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16개 구·군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 이슈가 많은 해운대·남·수영구 등에서 각각 12.55%(전년 13.42%), 12.43%(전년 13.76%), 12.06%(전년 11.86%) 상승률을 보였다. 또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부산에서 실거래된 건물부속 토지와 순수토지 등의 땅값은 4.04% 상승했으며 2020년의 3.75%보다 약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땅값은 부산 16개 구·군 중에서 해운대구가 6.2%로 가장 많이 상승했고, 이어 수영구 6.03%, 부산진구 5.34%, 남구 4.78%, 연제구 4.57%, 동래구 4.05% 순이었다. 해운대구는 전국 시군구별로 따져 5위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부산은 2000년 이전에 건축된 노후 아파트 비율이 61%로 서울과 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2019년 기준 부산시 전체 건축물 35만7167동에서 20년 이상 노후된 건축물은 26만6418동으로 전체 건물 동수 대비 약 75%로 성능 저하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생활만족도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기준으로 30년 이상의 노후주거건물률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남(61.2%), 대전광역시(59%), 대구광역시(57.3%), 경북(57%)을 제치고, 부산광역시가 63.6%로 노후건축물이 가장 많은 광역지자체이다. 부산지역의 사용 승인 후 30년 이상 된 노후건축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부산시 녹색건축인증 대상 건축물은 2019년 기준, 예비인증 215개 건물, 본인증 124개 건물로 전체 339개 건물로 전국 대비 약 2.9%로 저조한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에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졌을 때 부산은 37.4%로 서울(59.6%)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가정·상업 부문 건축물에서 전력이 사용되는 비율은 48.6%로 서울(39.7%), 대구(43.4%), 인천(45.8%)보다 전력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현재 부산시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74.2%가 전기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노후 건물의 증가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감소와 직결되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 이상(35.38%)은 건축물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산업, 전환(에너지), 수송 분야의 배출량을 넘어서 가장 많은 부분을 배출하고 있다.
산업 부분을 제외하고 배출량을 산정하면 건축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기여도는 더 늘어난다. 부산시의 2050 탄소중립을 가능하게 하려면 건축물 분야에서 감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린리모델링 정책
국토교통부는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이하 녹색건축법)'은 제28조에서 그린리모델링의 효율적 시행을 위해 광역자치단체장이 '그린리모델링 기금'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17곳의 광역자치단체 중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 조례를 수립한 곳은 경기, 광주, 부산, 서울, 세종, 울산, 전남, 전북, 제주, 충남 등 10곳이며 이 가운데 그린리모델링 전용 기금 내용을 담은 곳은 경기, 광주, 부산, 울산, 제주, 충남 등 6곳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광역시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 조례'를 보면 기금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실질적인 운영방안은 없다.
국토교통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건축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2025년도부터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의무화 제도가 생긴다. 그러나 3년 후부터 시행되는 제도이며, 현재 의무화 대상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프랑스는 그린리모델링 촉진을 위해 최저에너지성능제도, 보조금, 세제 완화 등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책을 통합해서 적용하고 상황과는 대조되는 형국이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에 관한 조례'(2021)을 보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해운대 신시가지 등에서만 진행돼 결국 반여·반송동 등은 조례 혜택을 거의 보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산시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그린리모델링 지역거점 경상권 플랫폼을 통해 그린 리모델링에 대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구체적인 온실가스 배출 절감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보다는 기존 건축물 에너지 성능 개선 공사비에 대한 금융기관과 대출 약정 체결 시 최대 3%까지 이자 지원(기초생활수급자 포함 차상위계층 최대 4%)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부산광역시 기후변화대응계획 수립을 위한 2050 탄소중립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건물 분야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대안으로 매입임대주택 LED 조명기구 및 친환경 보일러 교체,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위한 쿨시티 사업, 스마트 그리드 구축 사업 추진, 제로에너지 특화지구 설정, 그린아파트 인증제 추진 사업 확대 등의 사업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자료에는 2030년, 2050년의 온실가스 감축량과 소요되는 예산만 명기했을 뿐 그린 리모델링과 관련된 구체적인 그린 리모델링 목표 수치, 실행계획 등이 부재하다.
박형준 시장은 2022년을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그린 스마트 도시 부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시장의 공약인 '15분 도시' 또한 지역의 구체적인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이식하게 될 경우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박 시장의 '15분 도시'의 전략으로 15분 생활권 도시, 디지털 스마트 도시, 탄소중립 그린도시라는 3가지 전략을 제시하였으나 구체적인 정책을 살펴보면 도심형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어반루프), 대심로 도로 1개 추가 건설, 낙동강 횡단교량 4개 건설, 도심 산지터널 6개 건설과 같은 사업들로 가득 차 있다.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이 6만 개의 주차 공간을 없애겠다는 공약으로 재선에 성공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압축발전전략이라고 제시하고 있는 저밀도형 워터프론트 벨트조성 및 복합용대개발 도시계획제도 개선 등은 재개발, 재건축을 위한 규제완화에 다름 아니다. 지난 1년간 박 시장의 공약 이행 현황을 살펴보면, '저탄소 그린 탄소중립형 전환도시기반 구축'에는 공공시설 그린 리모델링 25개소 78억 원, 에너지자립 마을 24억 원이 유일한 상황이다.
삶의 안정성 뒤흔들며 나부끼는
지난 3월 30일 집단에너지공급시설 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가 끝이 나고 해운대 신시가지를 지나가면서 리모델링 추진위원회에 대한 현수막들이 보였다. 해운대 신시가지의 리모델링 사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해운대 신시가지의 노후건축물의 리모델링 사업이 부동산 욕망을 자극하는 사업이 되어선 안 된다. 우리의 삶의 안정성은 '집'에서 나온다. 하지만 근본이 없는 난개발은 우리의 삶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며, 인류의 집 '지구'마저 파괴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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