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도의 선택

[초록發光] 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도 지방선거…체제전환 이끌 후보는 누구일까

제주도는 한반도에서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지역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넓은 구상나무 숲이 있었던 한라산에서 구상나무 80% 이상이 고사했다. 기온 상승도 영향을 미쳤고 태풍과 여름철 집중호우의 영향도 있었다. 얼마 전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꿀벌의 실종도 제주에서는 심각해 최대 4억 마리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해양생태계 파괴도 심각해서 산호가 집단 폐사하고 있지만 해양쓰레기 양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제주의 해수면도 매년 상승해서 1970년에서 2007년 사이에 22.8cm가 상승해서 물에 잠기는 지역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기후위기 속에서 제주도의 미래는 매우 불안하다.

카본프리 아일랜드는 성공할까

제주도는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계획을 일찌감치 세웠다. 원희룡 전 도지사는 '카본프리 아일랜드'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계획을 세우고 현재는 '탄소중립 민관합동 TF'도 운영 중이다. 그렇지만 제주도가 기후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대가 어려운 이유는 특별자치를 허용함과 동시에 국제자유도시를 만든다는 비전을 강요했던 제주특별법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다. 이미 환경수용력을 초과한 상태에서 관광객을 더 늘리기 위한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이런 비전과 무관하지 않다. 국제자유도시를 만들기 위해 국토부 산하에 만들어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면세점에서 얻는 막대한 수익과 특별법이 보장하는 막강한 권한으로 제주도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가 탄소중립에 성공하기도 어렵고 기후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자원은 여전히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실제 피해를 겪는 지역과 주민들이 주요한 도정계획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체제를 바꾸지 않고 과연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2022년 지방선거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현재 제주도지사 선거에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후보, 국민의힘 허향진 후보, 제주가치 박찬식 후보, 녹색당 부순정 후보 등이 출마했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오영훈 후보는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걸었지만 제주형 그린수소산업 로드맵과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신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태·로컬 관광 활성화를 주장하지만 여전히 관광·바이오헬스산업의 육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자연히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입장도 애매하다.

허향진 후보는 제주 제2공항을 최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제주도를 힐링 관광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해양레저스포츠와 생태체험, 컨벤션산업을 육성하고 동북아시아의 문화와 체험, 교육, 축제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공약이다. 이는 기존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확대하겠다는 것과 같다. 더구나 허 후보는 도의 공유지에 대규모 양돈장을 만든다는 공약을 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기성 양당은 양적 성장 중심의 비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박찬식 후보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생태평화부지사를 임명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컨트롤타워를 세운다고 밝혔다. 그리고 에너지저장장치(ESS)특구를 지정해 신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관리하고 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수소발전소로 전환해 에너지 자립을 이룬다는 구상도 밝혔다. 친환경 무상버스와 친환경 유기농업 육성, 동물복지 농장 전환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기성 양당의 후보와 비교하면 진일보한 면이 있지만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나아가진 못하고 있다.

체제전환의 관점에서 보면 부순정 후보의 공약이 가장 급진적이다. 관광객을 늘리는 게 아니라 800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당연히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대신에 농업, 보건, 공공급식, 자원순환 등에서 기후일자리를 1만개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에너지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많이 쓰고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대규모 시설들을 엄격히 관리하고 일상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정책방향을 잡았다. 현재까지 지지율은 네 명의 후보 중 부 후보가 가장 낮지만 기후위기에 가장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후보로 보인다.

지지율의 함정은 위기 대응의 발목을 잡는다. 곧 시작될 본선거 기간은 후보들이 정책공약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서로의 공약을 토론하고 비판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기간이다. 제주도가 이미 시작된 기후위기와 사회 붕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가 있고, 제주도민들이 그 과정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제주도의 선택이 향후 한반도의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더욱더 그런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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